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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오기까지 7 - 어학시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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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이름으로 검색 02-01-12 07:25 조회39,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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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오기까지 7 - 어학시험에 관하여

D.S.H.
Deutsche Sprachpruefung fuer den Hochschulzugang
auslaendischer Studienbewerber
(외국인 지원자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


이 글을 작년 9월 시험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서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고 보충하고 하다보니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읽는 분들에게 DSH 라는 시험에 대한 "감"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자꾸 글이 중단되었었습니다(시험지를 전부 걷어가기 때문에 문제를 전부 기억해서 적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유학 광장] 란에 있는 [DSH]에 관한 설명과 저의 글의 내용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 제시된 설명은 일단 기본적인 내용들입니다. 그리고 저의 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실제로 대학들은 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를 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제가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들을 한 번 올려 보겠습니다.

D.S.H.란?

미국에 대학(원) 입학 지원을 할 경우에는 어학 시험 즉 TOEFL을 미리 보고 그 점수를 지원 당시 첨부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독일 대학에 지원할 경우는 독일에 와서 각 대학이 지정하는 어학시험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DSH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새로운 시험 형태로서, 이전에는 PNdS라는 시험을 보게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PNdS를 어학 시험으로 고수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습니다만(뒤셀도르프나 쾰른 대학) 중부 이하의 대학들은 거의 DSH로 바꾸었습니다.(쾰른 대학의 경우 2000년부터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SH는 PNdS보다 실제 대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능력들에 더 중점을 둔 시험형태라고 하며, PNdS가 지역에 따라 서로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DSH는 독일 전역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 난이도나 시험 형태를 조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DSH 시험만 보았기 때문에 PNdS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한국의 서점에 가면 PNdS 준비용 책자가 이미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만일 지원한 대학에서 PNdS를 보라고 요구하면 그 책을 사서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알고 있는 차이점은 PNdS 시험에는 받아쓰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DSH에 비해 작문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전을 시험 시간에 참고할 수 없기 때문에 문법 문제의 양상이 다르다는 것 정도입니다.(예를 들자면 PNdS에서는 동사의 불규칙 변화형을 쓰도록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됩니다만, DSH에서는 이런 문제는 나오지 않습니다)

DSH는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합니다. 그래서 문제의 형태가 각 대학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듣고 이해하기 부분에서 본 대학처럼 텍스트를 다 듣고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있고, Augsburg 대학에서는 지문을 어느 정도 제시해준 후 빈 칸을 채우게 하는 형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저는 본 대학의 DSH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DSH는 필기 시험(Schriftliche Pruefung)과 구두 시험(Muendliche Pruefung)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일단 필기 시험에 합격하면 구두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집니다. 구두 시험은 주어진 독일어 텍스트를 정해진 시간 내에 읽고 그에 관련해서 주어지는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필기 시험

본 대학의 필기 시험은 다음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다른 대학들도 대체로 기본 유형은 유사합니다). 이 시험은 통일된 주제 하에서 각각 다른 부분의 어학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총 180점 만점이며 이중 120점 이상 즉 3분의 2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합격합니다(총점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됩니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한 언어로 된 사전 한 권, 즉 독독 사전 한 권을 시험 시간에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제가 알기로 사전을 사용하는 것은 대학마다 정합니다. 뮌헨 대학의 경우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전 언급이 없는 경우는 일단 사전을 가져가세요. 허용 안되면 안쓰면 그만입니다.) 중간에 15분에서 30분의 쉬는 시간이 한 번 주어지고 시험을 구성하는 네 부분 중 두 부분씩을 묶어서 두 번의 시험 시간이 주어집니다. 저의 경우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 35분에 끝났습니다.

1. Hoerverstaendnis - 즉 "듣기 평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6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총 60점입니다. 이중 내용에 40점, 언어에 20점이 배당됩니다. 즉 얼마나 잘 알아들었느냐, 그리고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얼마나 잘 적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 시험이 시작되면 듣기 평가에 대한 질문이 적힌 종이와 답지, 그리고 메모 용지를 받게 됩니다(본인이 임의로 준비한 종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 대학의 경우 칠판에 시험의 주제 그리고 몇 가지 주의할 어휘가 적혀 있었습니다. 지원자들이 다 자리에 앉으면 문제를 읽을 시간을 3분 줍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나온 독일인(이 시험을 담당하는 Akademisches Auslaenderamt의 담당자)이 A4 용지로 3분의 2정도 되는 내용을 두 번 읽어 줍니다. 처음 읽을 때는 내용을 메모할 수 없습니다. 읽는 속도는 보통 말하는 속도보다 약간 느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답을 쓰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알아듣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읽을 때 학교에서 준 메모지에 내용을 받아 적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내용을 다 또박또박 받아 적을 시간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시고 답에 해당하는 부분이 읽힐 때에 가능한 한 많은 메모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받아 적은 내용을 답지에 옮겨 쓰면 되는 것입니다.

2. Vorgabenorientierte Textproduktion - "주어진 자료에 방향을 맞춘 작문"이라고 옮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5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배점은 30점입니다. 내용에 10점, 언어에 20점이 주어집니다. 즉 언어적 정확성에 더 많은 점수가 배당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습니다. 그래픽이나 통계표, 사진이나 그림 혹은 인용문들이 듣기 평가와 동일한 주제 하에서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 분석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는 것입니다. 150 단어 전후로 쓰도록 단어 수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어학 선생님들의 말로는 170단어를 쓰는 것이 130단어를 쓰는 것보다 점수를 더 받는다고 하니, 너무 내용을 적게 쓰면 불리합니다. 그리고 인용문이나 해설문 등이 주어져 있는 경우 이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점수를 전혀 받지 못합니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장 구성을 바꾸거나 다른 어휘들을 사용하여 "자신의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듣기 평가와 같은 시험 시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배점도 상대적으로 적고 해서 듣기 평가의 답을 쓰는 데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이 부분의 내용을 너무 소홀히 하거나 시간이 모자라 제대로 답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물론 총점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는 합니다만, 한 부분의 점수가 너무 빈약하면 총점은 높아도 구두 시험(Muendliche Pruefung)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시간 관리를 잘 해서 이 부분도 내용을 충실히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3. Leseverstehen - "읽고 답하기"입니다. 역시 A4 용지의 3분의 2정도 되는 분량의 본문이 주어지고 질문에 답을 쓰는 것입니다. 60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50점 중 내용에 30점, 언어에 20점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본문이 주어져 있다보니 답에 본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거나 내용의 변형이 너무 적으면 전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즉 본문의 내용을 이해한 후 자신의 말로 풀어서 혹은 단어를 바꾸어서 답을 써야 점수를 받습니다. 각 문제마다 배점이 다르며(이것은 듣기 평가나 문법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끝 부분의 문제로 갈수록 배점이 높고, 특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는 문제의 경우는 내용과 언어 점수를 합하여 7점 정도가 됩니다. 배점이 높은 문제에는 당연히 답도 많이 쓰셔야 합니다. 사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문장을 길어질수록, 많은 내용을 쓸수록 문법적인 실수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명사의 격변화나 전치사를 잘못 써서 깎이는 점수보다는 내용이 빈약해서 깎이는 점수가 더 큽니다. 내용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문제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니 뒷부분의 질문을 앞부분과 연관시켜 답을 쓰시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문제에 따라 본문의 행수(Zeile)를 표시해 놓은 경우는 그 부분의 내용에만 국한시켜서 답을 쓰셔야 합니다.

4. Wissenschaftliche Strukturen - 직역을 하면 "학문적 구조"라는 뜻이 됩니다만, 내용은 문법 시험입니다. 45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40점이 배당되어 있습니다. 읽기에 나온 본문의 문장 중 일부를 다시 제시하면서 그 중에서 문법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출제됩니다. 대체로 본문에 나온 수동태 문장을 능동으로, 능동 문장을 수동태로 바꾸라는 질문이 가장 빈번히 출제되며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문제나 관계 대명사가 사용된 부문장을 관식구로 전환하는 것,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즉 관식구를 다시 관계절로 전환하는 것 등이 주로 단골 메뉴입니다. 이 부분은 PNdS의 문법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독독 사전을 옆에 두고 시험을 보기 때문에 PNdS(이 시험에서는 사전을 볼 수 없습니다) 문법 문제에 나오던 불규칙 동사의 과거형, 과거 분사형 변화라던가 파생어 등에 대한 문제는 DSH에서는 출제되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시험의 끝 부분에 있다보니 피곤해서 정신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시제나 주어의 수 등에 유의하셔서 답을 쓰시기 바랍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약 일주일 후에 지정된 장소에 합격자 명단이 게시됩니다. 여기에는 수험 번호와 점수, 그리고 구두 시험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험 번호를 잘 외우라고 시험 시간 내내 독일인이 강조하는데, 발표시에 이름이 나오질 않기 때문입니다. 합격자만 명단에 있고 떨어진 경우에는 명단에 없습니다. 합격하고 구두 시험이 면제된 경우 합격증을 받게 되며 구두 시험을 봐야할 경우는 시험일을 통고 받습니다.

1999년 겨울 학기 본(Bonn) 대학 시험 문제와 시험 요령

이번 99년 9월 본 대학에서 출제된 시험의 주제는 "Sekundaerer Analphabetismus" 즉 "이차적 문맹"이었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대로 각 시험에서는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에 미리 그 분야에 대한 어휘나 중요한 내용들을 숙지하면 시험 볼 때 매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어학 수업 중에 이와 유사한 주제를 다루었었기 때문에 내용이 생소해 당황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물론 그 대학에서 어학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반드시 시험에 출제될 내용을 미리 다루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지요.

이 주제 하에서 Hoerverstaendnis 시간에는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맹자가 있는가, 그리고 문맹의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글을 이미 배운 사람들이 다시 문맹으로 되는 것(이것이 바로 이차적 문맹의 개념입니다)을 막을 수 있는가, 글을 이미 배웠으나 다시 문맹으로 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등 본문 속의 내용을 이해했는지의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숫자가 언급된 경우 이를 묻는 질문은 꼭 나온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혹시 구체적인 숫자를 물어보는 질문이 없더라도 답 내용 중에 숫자를 정확히 적으면 점수를 잘 받는다고 어학 시간에 들었습니다.

본인이 내용을 대체적으로 이해했다하더라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답을 쓰면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들은 내용을 되도록 많이 메모해 두었다가 옮겨 쓰려고 노력하셔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답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을 빠뜨리게 되기 쉽고 또 본인이 직접 작문을 하여야 한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수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는 어학 수업을 통해 실전 시험을 많이 보았습니다만, 어쨌든 읽는 내용을 메모하는 연습이 많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주 반복되는 단어는 약자로 메모하고, 전치사나 명사의 격, 형용사의 어미 등을 유의하여 받아 적으면 답을 옮겨 적을 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모르는 단어가 나올 경우, 독일어는 일단 발음만 가지고도 철자를 적을 수 있으니 들리는 대로 적고 나중에 사전에서 의미에 맞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모르는 단어도 포기하지 말고 받아 적으시도록 노력하세요. 이 부분에서는 들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도 감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과 상관이 없는 내용을 무조건 메모했다고 적는 것은 감점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어학 선생이 그러더군요.

시험 시간 중의 좌석은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습니다. 강의실에 마이크 시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들리기는 하겠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뒷줄이나 너무 구석에 앉으면 마이크가 울려서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시험 시간이 시작되면 강의실 앞에 서있던 사람부터 순서대로 입장하니, 좋은 자리를 잡고 싶으면 강의실 문 바로 앞에 서 있다가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요령입니다.

Textproduktion에서는 인용문(Zitat)이 제시되고 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적으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문맹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 글을 쓰지 못하는 것(Schreibschwaeche)을 글을 읽지 못하는 것(Leseschwaeche)보다 소홀히 다루고 있는데,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부당한 일에 대해 항의를 하는 적극적인 민주 시민을 길러 내는 데에 큰 장애가 되는 것이므로 국가는 이에 대해 더 많은 고려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용문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 지의 입장을 정해서 150 단어 내외로 작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위해 어학 수업 중에 연습을 할 때 자신이 한 줄에 보통 몇 단어를 적는 지를 알아두라고 어학 선생이 여러 번 주문을 했었는데, 이는 시험 중 단어 수를 쉽게 조정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관사까지 다 단어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내용을 적을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 대체로 12 - 14줄 정도면 150 단어가 되더군요. 제한된 단어 수속에 최소한 서론 본론 그리고 결론 식의 논리적인 내용을 적으려면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려는 말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적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내용보다는 언어 점수가 더 높기 때문에 복잡하게 내용을 전개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쉬운 표현을 사용해서 정확히 써야 점수를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Leseverstaendnis에서는 일곱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본문의 내용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독일에서도 문맹율이 높다는 것, 30여 년 전에 의무 교육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문맹이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읽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이차적 문맹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문맹자가 자신이 문맹임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고 하며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질문은 본문의 내용이 전개되는 차례에 따라 주어집니다. 그러나 이 부분의 문제는 본문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본 대학의 문제 중에서도 "문맹자가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예를 두 가지 쓰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는 본인이 생각해서 답을 해야하며 예를 들라고 했을 경우는 아주 구체적인 예를 써야 점수를 받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예상외로 쉬웠던 부분은 문법이었습니다. 여덟 문제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중 정치로 쓰여진 문장을 주고 부사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다시 쓰라는 것(즉 도치시키라는 것이죠), 현재 시제의 능동문을 수동태로 바꾸라는 것, 역시 현재 시제의 수동태 문장을 능동태로 바꾸는 것, 직접 화법의 문장을 간접 화법으로 바꾸는 문제는 무척 쉬웠습니다.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문법에 문제로 제시되는 문장은 읽기 시험의 본문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쉬운 문제가 나오면 실수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태를 바꿀 경우 주어가 단수에서 복수로 바뀌는 것 등 작은 부분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문제라면 문장 중에 사용된 접속사 "als"의 기능을 설명하라는 것이었는데, 사전에 찾아보면 간단한 설명이 나온다는 것을 여러 분들도 아실 것입니다. 저는 사전을 찾아 답을 썼습니다(아마 출제자들이 사전을 찾으면 쉽게 답을 적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문제들이 다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었습니다.

구두 시험

필기 시험 합격자를 발표할 때 구두 시험의 날짜와 시간을 알려줍니다. 대체로 합격 발표일로부터 1-3일 내에 구두 시험이 치뤄지는데, 제가 들은 바로는 구두 시험은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대학들에서 필기 시험의 점수가 좋으면 구두 시험을 자동으로 면제해 줍니다(면제 기준은 예를 들어 120점 이상이 합격 점수라면 150점 정도로 보면 됩니다). 그러나 본 대학은 대학의 어학코스 Oberstufe를 다닌 사람이 아닌 경우는 반드시 구두 시험을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래서 구두 시험이 면제되었습니다만, 후배가 이곳에서 시험을 볼 때 같이 가보았기 때문에 간접 경험으로 구두 시험에 관해 약간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시험 시간이 되면 자신이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A4 한 장 분량 정도의 텍스트를 주고 정해진 장소에서 혼자 읽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읽고 이해하는 데에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줍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어학 선생 두 세 명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가 주어진 텍스트를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대한 5-6 개 정도의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 질문에 자신이 이해한 바를 독일어로 대답하면 되는 것입니다. 약 10-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곧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되어 합격증이 주어집니다(이 시험의 합격은 평생 유효하다고 하니 합격증을 잘 보관하세요).

구두 시험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일단 그곳에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외국인들을 가르쳐온 어학 과정 선생들이기 때문에 외국 학생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질문이나 텍스트 내용을 조금 잘못 이해하고 대답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올바른 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어지는 텍스트의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요. 필기 시험에 합격한 경우 거의 99% 구두 시험에 합격한다고 보면 됩니다.

DSH를 단번에 합격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에서도 설명 드린 대로 어학코스 입학 허가를 받고 왔기 때문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어학 시험을 보는 그 황당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제 친구나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척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본 대학이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듣기 평가부터 먼저 하는데, 한국에서 문법과 읽기로만 다져진 독일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작문에 있어서도 한계가 분명하구요. 한국에서 아무리 독일어를 잘한다해도 제 생각에는 DSH를 한국에서 오자마자 합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에서 한국에서 이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구요.

독일 문화원에는 DSH를 대신할 수 있는 자체 어학시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Mittelstufe를 다 마쳐야 시험 자격을 주며, 시험비가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문화원에 문의하세요). 이 시험은 독일 내의 독일 문화원(Goethe Institu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만, 그 문제를 보니 오히려 DSH 보다 어렵고 까다롭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이 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혹은 혼자서 DSH 시험을 나름대로 준비하느라고 경제적 시간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이곳 독일에서 어학코스를 다니시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어학 수업에서나 독일어를 접할 수 있고 아무리 열심히 찾아다니며 독일어 수업을 들어도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한 달 동안 접하게 되는 독일어에 비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사실 학생 자격으로 올 수만 있으면 생활비도 한국에 비해 많이 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단번에 어학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욕심은 버리시고 특히 장기유학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의 경우라면 더욱 더 추천해드리고 싶은 것이 어학코스에 6개월 내지 1년 정도를 투자하시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도 우리 나라의 미풍 양속(?)인 '빨리 빨리'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남의 나라에 와서 쓸데없이 시간을 늘려가며 무의미한 일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무조건 빨리 어학 시험에 합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시험을 보고서 느낀 것은 이곳 어학 수업에서 Mittelstufe 정도만 마치면 충분히 합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저랑 같이 시험을 본 한국 분들 중 사설 어학원이나 대학 어학 수업에서 Mittelstufe 만을 마치신 분들도 문제없이 합격하셨습니다. 독일 어학 선생들은 꼭 Oberstufe를 들어야 할 것처럼 말하는데, 제가 경험해 보니 시험 수준보다 수업 수준이 더 높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습니다.

이곳 본 대학의 경우 Mittelstufe가 3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Oberstufe가 두 반이 있습니다만(각 반의 수준 차이는 없습니다), Mittelstufe 3 단계 정도만 마치시면 충분히 합격이 가능합니다. 6 개월 정도 독일에 있으면 듣기 능력도 많이 향상되고 하니, 제 생각에 한국에서 Grundstufe나 Mittelstufe 1단계 정도를 독일 문화원에서 다니시고 이곳 대학에서 한 학기 정도를 Mittelstufe 수업을 들으시면 이 시험에 무난히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난이도에 차이가 있고, 이번 본 대학 시험이 쉬운 편이었다고 하긴 합니다만, 이번 시험 보다 조금 더 어렵더라도 문법과 독해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한국분들에게는 어휘와 듣기 능력만 6개월 정도 잘 보충이 되면 합격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학 시험의 면제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 독어 독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경우 DSH를 면제해 주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도 대학마다 차이가 많아서, 입학 지원서에 첨부된 대학원 졸업 증명서를 보고 아예 시험을 면제해 주는 입학 허가서를 주는 대학(예를 들어 Hannover 대학)도 있고, 독일에 일단 와서 등록을 한 후 한국의 석사 학위를 인정(Anerkennung)받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대학들(제가 아는 한에서 Bremen 대학, Passau 대학, Koeln 대학, Siegen 대학)도 있습니다. 이 인정 절차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석사 학위를 인정받아 어학 시험이 면제되면 곧 정식 학생으로 등록됩니다.

과연 어학 시험을 면제받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이냐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다 다릅니다. 어차피 독일어에 익숙해지고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라리 어학코스를 듣는 것이 적응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고, 어학코스 안 다녀도 대학 공부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굳이 시간 낭비하면서 정식 학생 자격을 갖지 못하는(전에 어디선가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어학코스에 있는 동안은 정식 학생이 아니라서 학생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을 수 있고 노동 허가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도시에 따라서는 기숙사를 신청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학코스를 다녀야만 하느냐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많이 내는 사설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아니고 대학에서 어학을 할 경우 수업의 수준이 본인과 잘 맞지 않거나 진행이 너무 느리게 되어 따분할 수 있습니다. 사설 학원을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라도 역시 돈과 시간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죠.

그러나 제 경험을 보면 6개월 정도의 어학코스를 듣고 어학 시험을 보는 것은 전혀 시간 낭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본 대학의 경우는 어학코스 수업의 질이 높은 편이라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 독일 문화나 역사 등에 대해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웠고, 일단 적응을 위해 필요한 시간 동안 공부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여러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부할 준비를 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요.

독일에 와서 전공을 바꾸려고 하시는 분들이나, 아직 무엇을 해야할지 또 어느 곳에서 해야할지를 확정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어학코스를 꼭 다니고 어학시험도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이것저것을 알아볼 시간을 번다는 것이 장점이고, 만일의 경우 D.S.H를 면제해 주지 않는 대학으로 옮기게 되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Fachhochschule 즉 전문학교나 음대, 미대들도 점차 어학시험의 합격을 입학의 전제조건으로 해나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처음 왔을 때 긴장해서 열심히 어학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해 버리면, 이후 어떤 상황이 되어도 걸릴 것이 없습니다만, 일 이년 어학 시험과는 상관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그때에서야 시험을 봐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시험을 위한 준비 등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을 몇 분 보았는데,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독일 학생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자신들이 습득한 독일어로는 정확성을 엄격히 요구하는 어학 시험에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사설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대학의 어학코스를 청강하기도 하고, 어쨌든 별도의 준비를 하더군요.

DSH의 응시횟수

자비를 들여 시험을 보는 TOEFL과 달리 DSH는 대학에서 자신들의 경비를 들여 제공해 주는 시험이다 보니 응시 횟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제가 규정을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한 도시에서 원칙적으로 두 번, 독일 전체 내에서 세 번까지 응시할 수 있습니다. 만일 한 도시에서 두 번 다 떨어질 경우 대학을 옮겨야만 하는 거죠. PNdS의 경우는 이것보다는 응시 가능 횟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5번까지 보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단 이에 관해서도 대학에 직접 문의해서 확인하시는 것이 제일 정확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원칙적으로 응시 횟수가 정해져 있기는 합니다만, 독일이 연방국가라서 그런지 아직 전국의 대학들의 전산망이 서로 확실히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보다 많이 응시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학 시험을 보는 때가 되면 소위 "DSH 여행"이라는 것을 하는 한국분들이 많습니다. 즉 처음에 독일에 오자마자 한 번 시험에 떨어진 후 어학코스를 6개월 정도 다니고 나서 시험을 볼 때가 되면, 혹시 또 떨어지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가능한 많은 대학들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은 후 날짜가 겹치지 않는 대학에 시험을 보러 독일 전역을 거의 누비다시피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최소한 서너 대학에서 시험을 보는데, 세 번 이상 응시한다면 이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그러나 본과 쾰른처럼 가까이 있는 대학들 간에서도 아직은 통제가 불가능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이런 여행이 가능합니다만, 각 대학 당국에는 이것이 알려지면 안됩니다. 제가 어학 선생에게서 들은 말에 따르면 적발되면 합격이 취소된다고 하더군요.

또 응시 횟수 제한을 넘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대학에서 시험을 봐야하는 분들 중에도 응시 횟수를 솔직히 적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만일 적발될 경우 아예 독일에서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세 번 이상 떨어지면 독일 내에서 대학 입학은 불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려서, DSH를 볼 것인지 확답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대학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으셨다면, 실제로 그곳에서 시험을 볼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본 후 확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무조건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가 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야 되는 상황이 아닌 한 한 번 떨어진 것으로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로 해서 일단 처음 독일에 와서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대략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에 어떤 내용에 대해 쓸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독일 대학의 공부 과정(Studiengang), 생활 속의 이야기들, 혹은 본 대학 인터넷 사이트 소개, 대학 도서관 소개 등이 일단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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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ter-Man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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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학기 이래 변경된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독문과를 석사까지 졸업했었지만
바이언주와 바덴-뷰텐베르크주의 여러 대학에서 쭈라숭을 못받았습니다. 어학시간이 모자란다는 얘기-_-;, 즉 DSH 시험성적이 있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독일에서 6개월의 어학시간을 갖았습니다. 미리내 님이 언급하신대로, 어학수업은 정말 추천합니다. 가능하다면
대학부설 어학원을 통해 배우시는게 시험보는데 유리하실 겁니다.
참, 그리고, 2006년부터 지원하는 학과에 따라 DSH성적의 등급이 3단계로 구분되었습니다.

DSH-3 : 전체 정답률의 100~82%, 독문과나 심리학과처럼 '언어'가 중요시되는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에게 필수적인 등급입니다.

DSH-2 : 정답률 82~76%, 이공계열의 학과처럼 독일어가 아주 중요하진 않은 학과에서 요구하는, 입학자격이 되는 점수입니다. 즉 적어도 DSH-2만 받으면 합격이라는 겁니다.

DSH-1 : 실제로 이것은 대학 입학자격이 없는 점수로서 전체 평균 56~76%의 정답률을 보인사람에 해당합니다.

그 이하 :  56%이하, 기운내시고 6개월간 다시 시험을 기다려요, 어학반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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