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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재독여성모임 창립 30주년 축전 참관기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천사들의 축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메데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290회 작성일 08-10-23 01:50

본문

재독여성모임 한 회원님의 부탁으로 이 글을 대신 올립니다. 글을 새아리로 옮겨 주신 자유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천사들의 축전

- 재독여성모임 창립 30주년 축전 참관기 –

이은희


지난 10일에서 12일까지 빌레펠트 가족휴양관에서 재독한국여성모임 30년 축전이 열렸다. 숙소가 넘쳐나 더이상의 신청자를 받을 수 없을 없을 정도로 관심이 몰린 행사다. 회원, 한때 회원, 연단체 축하객, 가족 등 모두 110 여 명이 참석했다. 독일인 친지들이나 독일어를 모르는 축하객을 위해 베를린의 한정화씨가 한독, 독한 통역을 깔끔하게 진행했다. 낮에는 종일 회의실에 앉아 회상과 전망을 정리하고 밤에는 넘쳐나는 신바람으로 춤추고 노래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고 이처럼 일정이 빡빡하면서도 흥겨운 한인사회행사는 잘 없다.

<고향신바람 서막>

첫날밤부터 신바람이다. 저녁 식사 후 지난 30년 족적의 슬라이드 쇼를 보며 도란도란 담소하는데, 릴리리야, 아리랑이 터져나온다. 무대가 만들어지고 춤판이 벌어진다. 재독여성모임에 처음으로 온 어떤 여성은 창을 구성지게 부르고 기존 회원들의 춤재주, 노래재주와 순식간에 어우러진다.

토요일 오전 "축하와 기억의 시간", 프랑크푸르트 근교 거주 송금희 회원의 남편 랄프 프뤼동 씨가 이야기거리를 무궁무진 품고 재독여성모임에서 돌아오던 부인의 수다와 지쳐 잠든 모습을 회상한다. 전날밤 신바람을 보니 왜 그리 피곤했는지 이제 알았다 한다. 행복하게 웃으며 번쩍 일어나 한국말로 잠꼬대를 하고 다시 눕는 모습도 회상한다. 부인이 결혼생활에 만족해 한다고 확신지만, 여성모임을 통해 마음 속 깊은 뿌리 고향을 다듬고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삶에 더한 안정과 도움을 주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성난 천사들의 공동체험이 바탕된 재독여성모임 30년>

재독여성모임의 힘은 창립 당시 공동체험에 기인하기도 한다.

여성모임 회원 조국남씨에 따르면, 1977년 초에 재독한국간호사들이 강제해고와 강제송환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 그해 7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우리는 인간이지 상품이 아니다", "가치는 있으나 더 쓸모가 없어진 한국간호요원"이라는 구호 아래, 실업보험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류허가연장을 보장할 것과 무기한 체류허가를 가능하게 할 것과 독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11000 개 이상의 서명을 받아 공개서한과 함께 각 연방주의 관계당국으로 송부, 1978년 3월, 뮌스터에서 한국간호사추방문제에 관한 공개집회를 열어 독일정부 측 담당공무원과 연대단체, 언론사들을 모아놓고 공개질의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후 베를린과 각 주에서 한국인 간호사에 대한 안정적 체류허가와 노동허가가 발급됐다.

당시 서명운동을 다룬 독일언론 보도 중에는 독일언론은 "천사들이 화났다"는 제하의 기사가 있다. 재독여성모임의 회원들은 한때 "성난 천사들"이었다. 조국남씨에 따르면, 재독여성모임의 서막인 서명운동의 성과는 재독여성모임 회원들의 정치화 과정에 기여하고 회원들의 자신감, 창의적 참여정신, 역사의식, 정의감, 연대정신의 바탕이 된다. "여성의 인간화 운동에 대한 인식", "정치 사회의식의 고양", "재독한국간호사의 역사적, 구조적 배경 파악", "조직형태와 회원들의 자율성과 민주성 추구" 등 재독여성모임의 실천방향 또?바로 그 성난 천사들의 공올션窩?성과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다양한 주제의 학습과 실천 30년>

지난 30년 재독여성모임의 학습과 참여 내용은 범위가 매우 넓다. 독일 내의 한국여성으로서 결혼, 2세교육, 노후대책, 건강 관련한 학습과 사업, 독일 내 외국인으로서는 외국인인권과 외국인정책에 관한 문제, 독일노동사를 학습하고 또 이중국적 문제 등을 학습내용으로 삼았다. 초기 한국여성들의 해방운동사, 법적 문제, 한국여성의 사회적 위치, 제3세계 혹은 국내 여성운동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고 문화활동과 정치집회를 가졌다. 정치, 경제, 역사에 관한 공부와 함께 우루구아이 라운드 문제, 통일방향, 국가보안법 등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 시사 사안을 학습했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빠짐 없이 매년 봄과 가을에 총 2회 세미나를 갖는다.

재독여성모임은 80년대에 창립된 "재독간회협회"보다 수 년 먼저 창립됐다. 순수민간활동단체로서 정치, 사회, 문화 부문에 걸치는 폭넓은 활동과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 평탄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지나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모임을 대표하는 안차조 총무는 달리 본다. 광주항쟁 전후 시기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지만 오히려 국내 민주화세력과 연대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강조한다.

지난 30년 중 가장 어려웠을 때는 오히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라고 안 총무는 본다. 형식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국내상황과 관련, 대정부 관련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토론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힘들었다. 결국은 재정지원 관련 순수민간활동단체로 남는 길을 택한 여성모임은 현재, 경우에 따라 여러 관련 공익재단에 신청하여 재정후원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원칙을 견지, 모임의 자생력과 독립성을 유지한다.

여성모임이 지닌 뛰어난 추진력과 실천력, 권리찾기 활동, 국내민주화운동, 독일 발 국제연대실천활동, 한독교회연대강화 등에 기여한 점은 개신교단 서남선교회 아시아담당국 디아콘 루츠 드레셔씨가 보낸 축사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민중교회 연대 활동 한독교회연대의 경험이 다양할 뿐 아니라 한국말도 잘 하고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 한국통 디아콘 루츠 드레셔씨가 작성한 축사는 독일개신교단 헤센나사우지역노회 산하 코리아위원회 이름가르트 뮌처 회장이 대독했다.

프랑스에서부터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이희세 615공동실천 유럽지역위원회 상임대표도 30년 재독여성모임의 활동을 극찬했다. 짠물에 사는 고기가 민물에 와서 살기 힘들다는 비유로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언급한 이희세 615 공동선언실천 유럽지역위원회 상임대표는 어려운 타향살이에서 30년 조직을 꾸려온 재독여성모임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남성들은 하기 힘든 일을 여성들이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단결력으로 잘 해낸 점을 극찬했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기여한 점을 칭찬하고 통일운동도 더힘내어 잘 하자고 고무했다.

<대표적 활동 셋>

재독여성모임의 활동 중 특기할 만한 세 가지 일이라면, 첫째 엄혹한 70년대말 80년대 초반 한국 국내 정세에 맞서 국내 노동자와 연대하여 국제연대에 기여한 점, 둘째 재독여성모임 회원들이 대거참여한 민족 문화운동, 셋째, 정신대 문제를 독일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점이다.

(1) 국내 노동자와 연대하고 광주항쟁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연대활동을 벌인 초창기 활동은 재독여성모임에 강인한 이미지를 남겼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소재로 한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을 무대에 올리고 동학농민혁명 기념제에서 신동엽의 장시를 소재로 한 연극 "금강"에 대거 참여, 독일 아들러 회사의 국내 생산공장 이리 후레어 패션 봉제여공들이 회사의 착취에 항거할 때 조직한 국제연대활동, 노동자로서의 재독간호원 문제에 대한 독일어 문서집 발간 등은 활동은 재독여성모임 활동의 일부다. 현지 주요관련단체들과의 긴밀한 연대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등 조직적으로 축적된 역량 또한 상당하다.

(2) 풍물과 전통문화 전수에 대한 필요성이 전국민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던 80년대, 베를린, 복훔,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풍물과 전통문화 전수에 노력하던 이들은 거의 모두 여성들이었고 그중 대다수는 재독여성모임 회원들이었다. 베를린 세종학교의 전통문화 교육을 실천한 김영옥씨, 청소년 풍물패 천둥소리를 키운 최영숙씨, 프랑크푸르트에서 80년대 2세 전통문화교육을 하고 오늘날은 독일인을 상대로 한국전통문화을 알리는 송금희씨, 재독동포사회의 오래된 풍물패인 복훔 한국문화모임 회원들이 이런 역사에 들어 있어 30주년 축전에 했다. 풍물패 소낙비, 가야무용단, 나미 모리스, 김보성, 박명현이 출연한 11일 밤의 문화프로그램 또한 재독여성모임 회원들의 민족 문화운동 역사와 관련되어 있어 축전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3) 정신대 문제를 타국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기여한 점은 축전에 참석한 독일 개신교단 헤센나사우지역노회 산하 코리아 위원회 회장이 이름가르트 뮌처 씨라든가 베를린의 일본여성회에서 축하단 대표로 온 가즈코 하마라디씨 등이 강조했다.

이름가르트 뮌처씨는 종군위안부의 문제를 다루고 당시일본 정부의 범죄를 단죄한 민간 법정, 일명 도쿄법정(2000년)을 계기로 재독여성모임을 만난 일, 당시 독일 현지 큰 신문에 기사를 내는 대외활동과 일본 대사관에 편지전달 및 대사관 앞 시위에 함께한 일을 회상하며, 재독여성모임 없이는 전쟁위안부 주제가 독일 언론에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즈코 하마라디씨는 1982년에 창립된 베를린 일본여성회에게 1978년 창립된 재독여성모임은 언니뻘이라며, 1981년 어느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난 재독여성모임 회원과의 교류 역사를 회상했다. 하마라디씨에 따르면, 여성모임 회원 개인은 참 좋은 친구이며, 조직적으로는 함께 양국 과거사를 공부하는 관계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못한 한국인의 관점을 배울 수 있어 고맙다고 밝힌다.

<25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25년 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가 "나 여성모임 가!" 할 때의 당혹감은 한국 남성 뿐 아니라 독일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투쟁일변도의 여성해방론자를 만난 것은 아닐까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남편 생일인데도 여성 모임을 가버린 부인에 대해 야속한 생각이 잠시 든 독일인 남편이 부인을 통해 만난 재독여성모임은 강한 실천력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지닌 여성들고 가득하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때의 강인함과 따뜻함이 여전하다고 고백하는 프뤼동씨는 25년 지나서도 부인과 여성모임과 함께 지금처럼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안차조 총무의 아들 최규도씨는 자신의 나이와 모임의 나이가 똑같다면서 어릴 때 자신의 눈에 비친 엄마를 회상한다.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연극에서 어머니가 노동자 역할을 맡아 바닥에 쓰러지던 모습이 지금도 마음 깊이 남아 있다. 뜻도 잘 모르는 정치 데모에서 무성했던 그림과 음악이 기억난다.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어머니에게 "고향"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인정한다. 정치적 사회적 의미 뿐 아니라 어머니들의 활동은 독일 내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던 친구들이 어머니들의 모임을 통해 만두와 김치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는 나라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축전 평가와 전망>

12일 낮 총평을 한다. 축전의 성공을 기뻐하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했다. 지금까지의 민주적 합리적 조직운영 원칙을 지키면서 새롭게 나아갈 방향도 함께 전망했다. 타국에서 우리 뿌리를 내린 한국여성 이주민 여성들이 앞으로 어떻게 우리를 대변하고 또 차세대와 함께 풍성한 활동을 일구어낼 것인가 의논했다. 안차조 총무는 계획한 것보다 더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기쁘며, 더욱이 이희세 선생님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 주신 점, 한때 모임에 몸담았던 전 회원들이 와서 함께한 점을 감사했다. 이번 30주년을 바탕으로 차세대와 함께하는 도약의 전망도 제시했다.

세상 어느 곳에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고향이 독일 빌레펠트 산 속에 보름달처럼 두둥실 떠오르고, 산처녀 산등성이 달리듯 시원스레 진행된 2박3일 재독여성모임 30주년 축전이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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