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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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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라니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1-03-01 02:13 조회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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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는 '구제역'이라고 한답니다. 마침 오늘 제가 써놓은 글이 있어 올립니다.



구제역이라는 병이 또 다시 영국과 유럽을 강타. 오늘 뉴스를 들으니 독일에서도 영국에서 들여온 양들을 몇 천 마리나 죽인다고 한다. 내가 라디오를 제대로 들었다면, 성인 양들은 Bolzenschuß(무슨 총으로 쏜다는건가?)로, 어린 양들은 Blutausguß(피를 모두 뽑아 버린다는 말일까?)로 죽인다고 한다.

나는 '구제역'이라는 우리 말에 유감이 있다. 지난해 한국에 있을 때 그렇게 많이 들은 말인데도 그저 가축이 걸리는 무슨 병인가 보다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요즘 독일어를 들어보니 Maul und Klauen Seuche란다. 전에 영어를 봐도 비슷했다. mouth하고 뭐라 뭐라 했다. 그러니까 구제역의 '구'자는 입이고 '제'는 아마 발굽쯤 되는가 보다. 그냥 '입과 발굽 병'이나 '입발굽병'이라 하면 안되었을까? 이 말을 아마도 학계에서는 구제역이라 쓰는 모양이고 기자들은 그냥 그대로 옮겨다 쓴 모양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에 한겨레의 이상수 기자가  이러한 경우를 '이비인후과 신드롬'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독일에서는 이비인후과에 해당되는 어려운 말이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그냥 '코귀목 의원이라고 한다. 영어도 그렇다) 나는 아직도 '이비인후과'에서 무슨 병을 고치나 하면 '이'는 귀, '비'는 코, '인후'는 아마도 목구멍 등 가뜩이나 모자란 한자 실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러니까 단번에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간접적으로, 2차적으로 이해된다는 말이다. 이런 '간접성'은 아마도 우리 언어 생활을 빈약하게 하는 하나의 큰 원인 중 하나이리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공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도 '구제역'과 같은 사례가 또 발견되니, 나는 그렇게 쉬운 말로 금방 금방 이해하면서 살 수 있는 독일이나 영국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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