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628명
새알려주는 새아리는 낡은 반복의 메아리가 아니라 거창하지 않은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롭게 느끼게 해주며, 소박한 가운데서도 문득 작은 통찰을 주는 그런 글들을 기다립니다. 소재와 형식, 문체에 제약이 없는, 제멋대로 자유롭고 그래서 나름 창조적인 자기만의 글쓰기를 환영합니다.

독일 영국은 이제 더 이상 신나는 분위기가 아닌가 ?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래니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조회 3,000회 작성일 01-06-09 08:02

본문


01.jpg작년 가을 영국에서는 Peter Phillips란 인간이 술 취한 채 어느 디스코텍 앞에 서있다가 사진에 찍혔다. 그 젊은 남자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고, 꽉끼는 바지를 입고 있었고, 가죽잠바를 입은 채 한 손에는 캔맥주를 들고 서있었다. 마치 Oasis의 보컬 Liam Gallagher처럼.

물론 Liam Gallagher의 차림을 하고 어둔 밤거리를 젊은이들이 술 취해 돌아다닌다는 것은 영국이란 나라에서 별로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영국에서는 하나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왜냐하면 그는 왕족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보통 왕족도 아니었다. Elizabeth여왕의 손자인 Peter Phillips왕자였다.

Liam Gallagher를 흉내낸 옷차림으로 대영제국의 왕족이 술취해 돌아다니다가 사진에 찍혔다는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영국사회를 움직였던 어떤 흐름이 그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영국사회에서 어떤 유행이 왕실까지 파급되었다면 이제 더 이상 그 유행이 퍼져나갈 곳은 없어졌음을 의미하며, 모든 유행이란 건 그 사회주류의 핵심에 받아들여지는 순간 생명을 마치는 법이기 때문이다.

02.jpg지난 10년간 Oasis, Blur 그리고 Pulp와 같은 시끌벅적 록그룹들은 영국이란 나라가 지난 70년대 이후 다시금 세계 음악시장의 정상자리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요 몇 달 사이 영국인들은 더 이상 그들의 굉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점점 더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그 결과 영국챠트 최상위권에는 이제 더 이상 더벅머리 껄렁패 Gallagher형제가 군림하고 있지 않다. 그대신 팝의 시인이라 불리우는 Kings of Convenience가 그 자리를 새롭게 차지하고 있다. 음악을 들어봤으면 알겠지만, Kings...는 오랜 기간 영국문화를 지배해온 "진짜 싸나이"의 음악 Rock에는 정반대되는 음악경향을 가졌다 할 수 있는 그룹이다.

"Quiet Is The New Loud (침묵이야말로 새로운 소리)"라는 이름의, 더럽게 멜랑꼴리한 음반을 가지고 나타난 이들 두 명의 노르웨이인들은 그 음반 제목 자체로써 요즘 영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새 흐름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음악평론가들은 이렇게 슬프고 사근사근하고 나긋나긋한 음악을 Lo-Fi-Pop이라 부르면서 이들 Kings 외에도 Coldplay 또는 Travis 같은 그룹들을 "새로운 어쿠스틱 운동(New Acoustic Movement)"의 범주 속에 집어넣고 주목하는 중이다.

세계 그 어느곳의 음악보다도 영국이란 나라의 음악은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사회적, 정치적 변혁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Beatles 이래로 이 나라 출신 그룹들의 음악적 성공 여부는 이 섬나라는 물론이고 온 서방세계의 체온계 역할을 해왔다. 위에서 영국의 술취한 왕손에 의해 희화화되어버린 저 Liam Gallagher의 Oasis는 1995년 Blur, Pulp 등과 함께 세계를 다시금 영국 뒷골목 분위기로 뒤덮으면서 Rock의 부흥을 이끌었고, 그들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전세계엔 신좌파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들의 흥겹고 떠들썩하면서도 차가운 사운드는 Tony Blair를 비롯한 많은 야심가들에게 아주 (병적으로) 상쾌한 느낌을 주었으며, 그들의 음악은 곧 Tony Blair의 "Cool Britannia"라는 비젼을 상징하는 음악으로서 자리매김되었다.

04.jpg아닌 게 아니라 세계 2차대전 후의 기나긴 침묵을 딛고 섬나라 영국은 1995년을 기점으로 해서 왕년의 지위를 조금씩 회복하게 되었다. "제3의 길"을 부르짖던 Tony Blair는 국제금융업과 첨단정보산업, 생명공학 등을 기반으로 영국을 다시금 세계정상에 올려놓으려 했으며, Oasis가 "You will find me in a Champagne Supernova"를 부를 때에는 전 영국이 신이 나서 그들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새로운 짜식들(New Lads)"이 영국사회의 전면에 부상했으며,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영국은 지금까지 음악적으로 많은 유행들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 Rock이 그랬고, Punk가 그랬다. 이런 모든 음악들에는 미국으로 알짜 인재들을 죄다 빼앗기고 쭉정이만 남은 가련한 영국 사회에서, 가장 악에 받친 계급이라 할 수 있는 하류 노동자계층의 정서가 반영되었으며, 그러한 음악을 표현하는 주인공들의 모델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억센 놈들"이었다.

하지만 Beatles보다도, Rolling Stones보다도, Led Zeppelin보다도, Oasis와 같은 New Lads들은 훨씬 더 과격한 놈들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관습 같은 거에 얽매이지 않았고, 1980년대식의 성공지향적이고 얄팍한 사고를 거부했으며, 섬뜩할 만큼 거칠고 견고할 만큼 비뚤어진 음악을 연주했다.

또한 이들 New Lads들은 대단히 남성편향적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 New Lads들과 그 추종자들이 가장 즐겨읽은 잡지로 알려져있는 "FHM"("ForHimMagazine")을 들춰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잡지 기사 가운데에는 "창녀촌에 갈 때 알아둬야 할 몇가지"와 같은 것도 있었으며, 이런 것들로 인해 그 잡지의 발행인인 Ken Nelson은 노동자분위기를 지닌 영국의 Hugh Hefner(미국 "플레이보이"지 발행인)로도 일컬어진 바 있었다.

New Laddism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가능한 한 남들에게 나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뉴래드들은 영국의 전통적인 신사이미지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는 애들이었다. 그들은 일부러 거칠고 천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잘 다듬어진 용모 같은 데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았으며, 공공연히 포르노그라피를 얘기하고, 술주정과 마약복용을 찬미했다.

이는 Liam Gallagher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중공연시에 마이크에 윗입술을 이그러뜨리고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시나위의 '이바다'처럼 흉측하기만 하며, 간주시에 단 한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뒷짐 지고서 환호하는 팬들을 굽어보고 있는 그의 무표정한 태도는 썬그라스 낀 독재자를 연상케 한다. 옷은 아무렇게나 입고 나오고, 머리는 조금도 다듬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알코올중독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닌다. (한때 한국에서는 이런 가수들을 흉내내는 록가수들을 모두 가리켜 진보운동의 기수인 양 떠받드는 풍조도 있었다고 한다. 오마이갓~)

더 웃기는 것은 이들 뉴래드들에게 있어서 여자는 단순히 섹스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Cambridge졸업생이면서 대표적인 뉴래드에 속하는 David Baddiel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그의 TV쇼 "Fantasy Football League"를 보면 예의범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는 더 이상 기 죽어 빌빌대지 않는 새로운 영국남자들의 초상이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해방된 자아를 갖고 있는 영국여성들 앞에서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는 독일인, 프랑스인들 앞에서건 이제 영국남자들은 절대 기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그동안 영국의 마초들은 얼마나 David Baddiel같은 남자들을 기다려왔던가.

1996년 영국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때에 이 남자 David Baddiel은 "Football Is Coming Home"이라는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이 노래는 곧 컬트송이 되었고, "Football is coming home. It's coming home!"을 외치며 영국의 훌리건들은 이때 모두 미쳐 날뛰었다. 축구에 대한 열광은 영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집단귀속의식의 요소가 되었으며, 이제 그들에게 축구는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전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당시 영국축구는 독일과 이태리축구에 억눌려있던 오랜 침체의 세월을 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등이 치고 나가면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다시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6년 6월 26일 Gareth Southgate가 유럽선수권 준결승전에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골포스트에 갖다맞추는 바람에, 위대한 대영제국의 부활이라는 이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영국은 준결승전에서 탈락하였다. 그것도 영국애들이 가장 숭악하고 재섭는 애들로 생각하는 독일의 늙다리 대표팀한테. 이때 많은 영국의 지식인들은 골대를 맞고 나온 페널티킥장면에서 새로운 영국적 자의식의 붕괴를 예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싹튼 헛된 자의식("영국의 신세대 남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페니스도 가장 크고 가슴에 털도 가장 많이 났고 가장 남성적이고 정력도 가장 좋다")이 쉽게 사그러들 리가 있나. 무엇보다도 뉴래디즘이라는 이름으로 적절히 상품화해서 돈을 벌어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 그 유행이 쉽게 한물 갈 리는 없었다. 이러한 유행은 Chris Evans라는 쇼마스터에 의해 계속 유지되었는데, 그는 자기 방송에서 "페니스를 비교합니다, 라이브로" 같은 프로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쇼프로는 얼마전 방송에서 사라졌으며, 대신 요즘 영국방송에서는 남녀 누디스트들이 벌거벗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고 점잖은 쇼프로가 방영되고 있다.

05.jpg잔뜩 힘이 들어갔던 영국남자들의 어깨와 가슴은 얼마전 BSE와 구제역 파동때부터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Tony Blair의 New Britannia는 점점 더 Margaret Thatcher의 먼지투성이 Britannia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명확해졌고, 그 잘난 Cool Britannia의 전역에서는 전염병 걸린 가축시체들을 태운 연기가 하늘을 검게 뒤덮었다. 크레인은 몇킬로미터나 이어진 무덤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가축의 시체들을 묻었다 (영국의 광우병파동이 Blair의 잘못이 아니라 Thatcher의 과도한 규제완화때문이었는지는 더 두고봐야 안다). 학교교육체계는 무너져서, 전 영국인들 가운데 오직 5분의 1만이 슈퍼마켓에서 잔돈을 계산할 수 있을만큼의 산수실력을 갖게 되었다.

상품화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상품 자체가 형편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1990년대 후반을 풍미하던 브릿팝의 열풍은 잦아들고 있으며, 이제 뉴래드들의 우쭐하던 모습들도 점차 기운이 빠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난 New Acoustic Movement가 이러한 의기소침을 음악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침묵이야말로 새로운 소리(Quiet is the new loud)"가 이제는 영국을 필두로 오늘날 유럽에 있어서 음악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 조용한 것이 시끄러운 것을 누르고 있다. 귀청을 기기기깅 때리던 기타앰프 소리는 사라져가고 있다. Oasis의 노래는 새롭게 부흥하던 젊은 영국에 대한 찬가였지만, 오늘날 Coldplay와 Travis의 노래는 실망한 영국 젊은이들이 내쉬는 깊은 한숨과 자기성찰이다. 그들은 아직도 희망없는 섬나라에 살고 있다. 소들은 미치고 있고, 양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축구는 맨날 진다. 그것도 원수같은 독일한테. 좀 괜찮은 줄 알았던 Tony Blair는 단 일점도 Maggie Thatcher보다 나은 게 없다. 언제나처럼 비는 내린다. 그들의 머리 위에. 옛날엔 안 그랬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여태까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위의 글은 슈피겔 온라인에 실린 Tobias Moorstedt의 글을 토대로 쓴 것입니다.)

추천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새아리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59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12
558 독일 무대뽀이름으로 검색 03-12
557 독일 렛잇비이름으로 검색 03-09
556 독일 도길당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03-07
555 독일 하일트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3-07
554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3-06
553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23
552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22
551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22
550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5
549 독일 기러기이름으로 검색 02-14
548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4
547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4
546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1
545 독일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2-10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