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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뚜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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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5-05-10 18:57 조회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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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는 지구상에 1만5천종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유달리 뜀뛰기를 잘하는 곤충이다. 독일어의 메뚜기(Heuschrecke)라는 말도 바로 그에서 유래된 말인데 schrecken이라는 말이 옛날에는 뛴다(springen)는 의미였다.

메뚜기들은 조폭들처럼 함께 떼거리로 몰려다니곤 한다. 상상해보라. 2천킬로를 이동한다는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 떼들이 굉음과 함께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몰려온다. 그리곤 추수를 앞둔 농작물에 1평방미터당 천마리의 메뚜기떼들이 달려들어 삽시간에 아작내고 폐허만 남긴 채 사라진다. 바로 우리의 옆나라 중국이나 혹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가끔 벌이지는 일이다. 펄벅의 대지에서도 이게 나오고 영화에서도 실감나게 묘사된 바 있다. 최근엔 독일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에도 이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선 메뚜기떼들이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 바람에 고속도로가 몇시간 불통된 일까지 있었다. 아프리카의 꿂주린 현실에는 메뚜기도 상당히 책임이 있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아마도 이런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 메뚜기떼는 신이 이집트에 내린 여덟가지 재앙중에 하나였다.

<<(12)그때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네 손을 이집트 땅 위에 뻗쳐라. 그래서 메뚜기떼가 몰려와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고 남아 있는 밭의 모든 것을 먹게 하라” 하고 말씀하셨다. (13)모세가 이집트 땅 위에 그의 지팡이를 뻗치자 여호와께서 동풍을 일으켜 그 날 온 낮과 밤에 바람이 불게 하셨다. 그래서 동풍이 아침에 메뚜기떼를 몰고 왔다. (14)메뚜기가 이집트 전역을 완전히 덮어 그 피해가 막심하였다. 이런 메뚜기떼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15)그 메뚜기떼가 온 땅을 새까맣게 뒤덮어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은 밭의 채소나 나무 열매를 모조리 먹었으므로 이집트 전역에 나무나 밭의 채소와 같은 푸른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사민당 당수인 프란츠 뮌터페링은 카톨릭교도이기도 하다. 그러니 필시 위의 구절을 읽었거나 들은 바가 있을 것이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일부 금융투자자들을 "메뚜기떼"에 비유했을 때 바로 이 성경구절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혹은 그가 영화를 좋아한다면 독일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에 나오는 메뚜기떼들의 습격장면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는 4월 중순 한 인터뷰에서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일부 금융투자가들은 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버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추호도 고려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익명으로 머무르며 얼굴이 없는데다 메뚜기떼(Heuschreckenschwärme)처럼 기업에 달려들어 싸그리 뜯어먹고 가버린다.>>

경제용어로 단기수익을 노려 치고파지기를 반복하면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헤지펀드라는게 있다. 조지 소로스가 이 방면의 우두머리이다. IMF 시절 우리나라 국민총생산보다 8배나 많은 헤지펀드들이 메뚜기떼처럼 몰려다니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많은 아시아인들이 실감나게 체험한 바 있다. 이런 일종의 금융투기자들을 뮌터페링의 비유처럼 메뚜기떼라고 불러도 무방한 것이 아닐까?

최근의 여론조사는 뮌터페링의 자본주의비판(우리식으로 천민자본주의비판)에 공명하는 많은 이들도 일부 외국인투자가들을 메뚜기떼에 비유한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일반독일시민들은 싸잡아서 한통속으로 묶는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했기 때문이거나 혹은 외국인투자가를 배척한다는 인상을 주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원치 않았기에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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