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마스트리히트 국립 음대, 콘서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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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114회 작성일 25-04-17 18:37본문
한국의 한 국회의원 후보였던 모씨가 최근 허위 학력 기재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는 기사를 한국 언론에서 읽었다. (다만 이 글은 그 후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대학 명칭에 관한 글 임을 미리 밝힌다)
그는 자신의 학력을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 국립 음대 학사과정 중퇴"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 후보가 "'주이드 응용과학대학교' 소속의 음악학부에 재학 후 중퇴한 사실이 있으며 주이드 응용과학대는 실무 중심의 대학으로 마스트리히트 지역에 있는 것은 맞지만, 연구 중심 대학인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허위 학력 기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유학한 많은 한국 학생들이 '마스트리히트 국립 음대'에 유학했다고 쓰고 한국에서 예술 대학의 교수, 강사들도 대학 공식 홈피에 이렇게 기재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명칭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학교의 공식 명칭은 무엇일까. 남부 응용과학대(Hogeschool Zuyd) 에 속하는 'Conservatorium Maastricht'다. 서양에서 음악 교육기관을 칭하는 단어 Conservatorium은 시대, 나라, 지역마다 의미가 달라서 내부를 살펴봐야 어떤 기관인지 알 수가 있다. 수재만 입학할 수 있는 음악 교육기관, 국공립 대학에서부터 한 개인의 사설 교습소까지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Conservatorium Maastricht는 마스트리히트에 위치한 사립이 아닌 국공립이고, 배첼러와 마스터 과정이 있는 대학이다. 마스트리히에 있고, 사립이 아니고, 대학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국립 음대라고 번역했을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마스트리히트 국립 음대라고만 하면 "정식 대학명을 생략했을 뿐 아니라 단과대를 마치 독립대학처럼 표기해 유권자가 오인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하며´주이드 응용과학대학 음악학부'라고 기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대학 제도상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서울대 음대, 미대는 국립 서울대에 소속되어 있는 단과대학이다. 그러나 유럽의 음대, 미대들은 구조가 좀 다르다. 역사적으로 다른 발달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9개의 모든 음대(콘서바토리)가 일반 대학, Universiteit에 속하지 않고 별도의 예술대학이나 응용과학대학의 한 학부이다. 그래서 단순히 국립 음대라고 번역하면 내용상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그 도시의 일반 국립 대학에 속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응용과학대라고 하지 않고 콘서바토리라는 명칭을 쓴다. 네덜란드에서는 Conservatorium이 행정, 조직상 응용과학대에 속한다고 해도 현대의 응용과학대학 이전부터 존재한 오래된 음악 전문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한국말로도 '마스트리히트 콘서바토리'라고 칭했다면 이 대학이 한국말로 국립 음대인지 국립 응용 과학대학인지 등의 논란의 소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미국의 콘서바토리에 유학한 이들은 예를 들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등 원래 명칭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은데 Conservatorium Maastricht 는 왜 '국립 음대'가 되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스트리히트가 독일 국경지대에서 가깝고 독일에서 공부하다가 학교를 바꾸는 학생들도 종종 있어 독일식 번역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Staatliche Hochschule für Musik'을 국립 음대로 번역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Conservatorium에서는 네덜란드어가 아닌 독일어로도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일식 국립 음대로 번역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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