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는 그렇다. 연설할 때 그냥 "경애하는 시민 여러분" 하면 될 것을 남자 여자 구분해서 "경애하는 여자 시민과 남자 시민 여러분(Liebe Mitbürgerinnen und Mitbürger)" 한다. 

이렇게 일일이 성을 구분하다 보니 직업이나 지위를 칭하는 많은 명사가 남성이라고 성구분이 없는, 성차별 없는 언어사용을 위해 동사를 명사화하거나 돌려 표현해서 쓰기도 한다. 선생(Lehrer)이 아니고 Lehrenden, Fußgänger가 아니라 zu Fuß Gehende, Studenten이 아니라 Studierende 등. 

매일 티비나 라디오에서 한 번쯤은 듣는 약광고 마지막에 나오는 말, 광고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후다닥 빨리 말하는 그 문장에도 성차별적으로 단지 남자 의사나 약사만을 칭하고 있다는 것이 독일 보건부장관의 눈에 띄었다.

 "Zu Risiken und Nebenwirkungen lesen Sie die Packungsbeilage und fragen Sie Ihren Arzt oder Apotheker, 위험이나 부작용에 관해서는 동봉된 설명서를 참조하시고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세요" 

라는 문구를 보건부장관 라우터바흐는 성차별 없는 공평한 문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Zu Risiken und Nebenwirkungen lesen Sie die Packungsbeilage und fragen Sie Ihre Ärztin oder Ihren Arzt oder fragen Sie in Ihrer Apotheke, 위험이나 부작용에 관해서는 동봉된 설명서를 참조하시고 여의사나 남의사, 혹은 약국에 가서 문의하세요".

반드시 나은 문장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의사는 여자 남자 의사를 구분해서 칭하면서 약사라는 말은 아예 빼버리고 "약국"으로 바꾼 것도 일부에서는 의아하게 여긴다. 물론 "여의사나 남의사, 혹은 여약사나 남약사에게 문의하세요" 하려면 문장이 좀 길어지기는 한다. 

그러나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세요"와 "의사에게 아니면 약국에 가서 문의하세요"는 듣는 이에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상담을 할 수 있는 "약사"라는 의약품 전문인보다 약국이라는 장소를 언급하고 있다. 더구나 시민들이 약을 받아오거나 살 수 있는 일반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의 약 90%는 여성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약사라는 말 자체를 약국으로 대체한 것이 과연 성차별 없는 문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