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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권영길 대표 보쿰대 강연회 내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자유로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03회 작성일 03-05-20 11:42

본문

한국에 민주노동당, 약칭으로 민노당 혹은 노동당이라고 말하는 당이 있다.노동당은 부시를 인류전범으로 헤이그에 고발한 바로 그 당이다.  그곳의 대표이자, 대선후보로 더 잘 알려진(?) 권영길씨가 독일을 방문했다. 나는 오늘 19일 하루 일정을 동행했다. 전날의 일정 강행군과, 숙박을 책임진 집주인 오복자여사의 호의로 와인, 위스키, 꼬냑 등 각종 술이라는 술을 다 시식하는 영광을 거절못한 죄로 파김치가 된 권대표는 그럼에도 흔들림없이 오전에 독일철강  FOSECO방문과 저녁 강연일정을 잘 소화해냈다. 오늘 강연회와 뒷풀이 좌담회 등을 따라 다니며 주워들은 얘기들을 대충 옮겨본다.(내 기억과 간단한 메모를 의지해 옮기는거니 대충 참고만 하시길. 어디까지나 내 머리속에 들어온 얘기만을 주관적으로 옮기는 것임) 강연회에는 약 1백명의 교포와 유학생이 참여해서 성황을 이루었다.


신자유주의 반대

96년 날치기 노동법통과에 반대해 삭발한 권영길, 독일 좌파들 책자에도 나오는 그 모습(독일좌파들은 한국현실을 잘은 몰라도 의외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  그때 그는 왜 그랬을까? 작고한 부르디외는 96년 한국파업이 세계를 바꾸었다고 평가했다. 세상이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대세로 받아들일 때 한국의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반기를 들었다. 그 불씨가 세계노동자에게 메세지를 던졌다. 한국이 내세울건 월드컵만은 아니다.

나는 햇볕정책을 역사적 성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DJ는 그러한 역사적 성과와 함께 그 이상의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나의 평소 지론이다. 즉 DJ의 신자유주의가 한국경제를 예속체제로 전락시킨 것이다. 삼성의 60퍼센트는 외국자본이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IMF를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확신한 것이 문제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실질적으로 껍데기만 남았다. IMF를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오바할 필요가 있었나? 말레이지아는 IMF처방을 거부하고도 예속없이 그것을 극복했다.  신자유주의의 대변인 격인 조지 소로스조차 이대로 가면 무너진다고 그 한계를 인정했고 IMF 스스로 자신들의 처방이 지나쳤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문자그대로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IMF이후 금융자유화로 모든 시중은행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그 자본은 유감스럽게 금융투기자본이다. DJ정부는 제일은행을 넘기면서 부채탕감을 했고 5년동안 적자를 보전해 주었다. 그동안 5조원의 부채탕감이 이루어졌고, 추가 5조원이상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이면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공장을 짓는 자본이 아니라 금융투기자본이다. 외국자본은 주식투자와 주가차액을 노린 투기로 지난 2년간 한국에서 30조원을 가져갔다. 이것은 10년동안 대학무상교육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제 남은게 문화, 교육, 농업이다. 노무현정부는 이것마저 다 열어주겠다고 말한다.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인 숫자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캐나다 호주같은 영어권 국가들은 교육개방을 요구한다. 그것은 한국의 못말리는 교육열기속에서 10조의 영어시장을 먹겠다는 것이다. 농업개방? 논은 쌀 말고도 환경적으로 30조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것은 환경의 저수지이다. 이것을 작살내고 이 땅을 황폐화시키자고?

핵위기와 반전평화

민노당의 반전평화 주장 간단했다. 이라크전쟁반대, 북한전쟁반대이다.  설마가 사람잡는다. 설마 전쟁이야 일어나겠어 하는 한국의 분위기가 있다. 우리들의 생존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시나리오는 엄포가 아니다. 아이젠아워는 이미 미국은 전쟁을 해야만 먹고사는 나라라고 실토한 바 있다. 그들의 군산복합체를 살리기 위해 그들은 월남북폭도 조작했고, 많은 전쟁을 일으켰다. 그때 그들이 내세운 근거들이 조작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옛문서공개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이다.

미국의 전쟁시나리오는 부시가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고 매우 오래된 것이다. 클린턴 정부때 미국은 94년 전쟁일보직전까지 갔다. 또 현재의 핵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미국은 94년 당시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카터의 중재로 간신히 타결된 제네바합의를 어겼고, 그것을 준수하고 실천할 의사가 없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의사를 철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핵문제의 주도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나라는 없고, 이때 힘없는 나라들은 도덕성이 중요하다. 그것은 진보의 생명체이고 그것이 있는 한 언제라도 다시 살아난다.

이번 1월 미국을 방문해 평화단체와 반전연대를 숙의했고, 중국과 러시아 등도 방문할 것이다. 한국이 조용할 때 오히려 미국내에서 위기를 느끼고 북한전쟁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의 전쟁은 3차대전이며 한반도 공멸의 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그 막는 방법은 무조건 미국을 추종한다고 이루어지는게 아니고 할 소리는 해야한다. 그래서 경제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북한

조선노동당은 특수하게 보아야 한다. 그들은 대화와 협상의 상대자이며, 그것을 부인하고서 통일할 벙법이 없으며, 미국에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인권문제를 제기하지 말자는게 아니다.

한때 세계 상위권의 경제를 자랑하며 70년대까지 한국보다 잘나가던 북한경제의 현재의 피폐의 원인은 북한에 있지 않다. 북한의 전력난은 심각하며, 그래서 영변핵발전소를 포기하면 대신 경수로를 지어주겠다는 제네바합의가 나왔다.

북한은 전쟁을 체험한 나라다. 북한사람들은 전쟁의 위협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북한전력은 방어력은 돼도 도발할 힘도 의사도 없다. 북한의 핵은 남한이 대상이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을 쓰면 결국은 한반도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북은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보장만 해주면 핵이든지 철회할 의사가 있다.

정당간 교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나의 북한방문신청은 거절당했다. 나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무현대통령과 공식으로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통일지상주의자가 아니라도 경제문제를 봤을 때도 통일은 되어야 한다.

원내진출

브라질에서는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외친 좌파당이 집권했다. 한국에서 민노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힘이 없다는 것이다. 실체적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민노당이 일단 국회에 진출하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민노당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게 중요하다.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는 내년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할 것이 확실하고 아니면 장을 지진다.

노동당은 10년내 집권이 목표다. 올해는 공식 10개년 계획 1차연도다. 내년 총선에서 50년 진보의 염원이라고 불리는 원내진출이 이루어지면 10년대 집권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원내에 진출해서 실제로 노동당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 성공한다.(월 60만원월급을 받다가 5월부터 12퍼센트가 올라 시민단체평균수준인 약 7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 박권호 사무국장은 정당명부제의 선거법개정을 앞두고 권역별이냐 전국별이냐의 차이가 있는데, 전국명부일 경우 최소한 10석을 예상함)

부유세

부유세 영원히 하자는게 아니다. 부유세는 공평과세로 나아가는 길이다. 부유세를 한 10년 해보면 그런 터가 닦일 것이다. 세금 낼 사람 내게 하는게 부유세다.

비정규직  해법

우선 정서를 풀어주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괄시해서는 안되며, 이거 가슴에 못박는 일이다. 일례로 창원에서는 작업복같이 입기, 식사시간 같이하기 통근버스 같이타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에만 비정규직 문제를 맡기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대립을 가져오므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부유세와 군축 등으로 조성한 34조의 재원으로 비정규직대책에 활용할 수 있다.

좌파연합당

진보정당 시기상조론이 있다. 그러나 노동당은 다르다. 기충대중들이 3년을 고생하며 준비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기층대중조직으로서 최초의 당이다. 사회당은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당과 통합협상에서 사회당은 반조선노동당선언, 반자유주의 선언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 풀어갈 문제다.

한국 운동권의 고질적인 큰 문제의 하나가 NL/PD의 분열인데 노동당의 공적 한가지가 있다면  한때 상종조차 안하던 이러한 정파적 차이를 노동당내에서 해체시키고 있으며, 같이 가고 있다. 노동당은 평등과 자주를 주장하는 당이다.

민노당원 자격과 인적구성

민노당에서는 아직 당원자격심사를 하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고 나서야 그 다음에 질적 향상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당원심사는 없지만 대체로 당원될 사람들이 되고 있다.

외국국적동포의 당원자격여부는 국적을 불문하고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

노동당이 민주노총당은 아니다. 과거 민주노총이 60퍼센트였다가 지금은 43%이다.

진보당이라면 모든 당원의견을 수렴해야하며 노동당은 대표권위가 오히려 거의 없는 당이며, 모든걸 당원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앞으로 당활동한 것이 검증의 주근거가 될 것이다. 검증된 당원만이 당 중심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bochum2.JPG
약 1백여명이 참가한 보쿰대 강연회장 모습. 권위적인 단상에서 내려와 얘기하는 것이 인상적.

bochum1.JPG
강연회 주최한 보쿰대 학생회에 노동당 명패 기증하는 장면.

bochum8.JPG
독일인들에게는 유려한 독일어로 동시통역됨.

foseco2.JPG
철강회사 FOSECO방문모습.  FOSECO는 약 620명직원에 1억6천유로 매출을 올리는 60년역사의 독일대표 철강회사. 여기서 Betriebsrat(노사평의회 Worker's Counsil) 사람에게 민노당명패 증정하는 모습. 노사평의회의 Betrieb을 영어로 management로 봐도 되겠느냐 물었더니 메니지먼트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은 매니저도 아니며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옴. 우리말로 경영이라는 말이 조금 어의가 세기는 하지만 경영이라는 말을 넣어, 노사경영평의회 혹은 노동자경영참여평의회 식으로도 옮길 수 있음. 이 단어에 대한 번역이 잠시 화제가 되기도.

foseco3.JPG
노사평의회 방문해서 담소하는 모습.

foseco.JPG
권대표의 파안대소는 언제봐도 상큼하고 매력적이다. 내가 오늘 찍어놓은 사진 도처에서 그냥 버리기 아까운 그의 매력적인 웃음을 대할 수 있었다. 웃을줄 아는 남자, 아이고 부러버라^^

bochum6.JPG
유럽민노당지구당 준비위원 정관영씨가 지구당창당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추천4

댓글목록

님의 댓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기사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사진에 나와 계신 민노동 유럽준비위원은 정관영씨입니다.

신진용님의 댓글

신진용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작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다음총선에서 건승하길 기원해봅니다.
p.s : 자유로니님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도 직접 찍으셨나보죠? 다방면에 뛰어나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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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신진용
 
제 목 대통령 후보와 술 마시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완전한 민주화를 이룩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와 술 마시다’와 같은 선정적인 제목을 쓰는 나도 참 속물이지만, 대통령후보와 술 마셨다는 게 솔깃한 얘기꺼리가 될 정도로 ‘대통령’이 우리사회에서 큰 의미를 차지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한심한 것 일 수도 있다. 전제왕조가 아닌 공화국에서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더구나 ‘대통령 후보’는 더 쉽고 자유롭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물론, 공탁금(5억인가?)은 아무나 낼 수 없는 거지만.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제 있었던 술자리를 스케치 해본다. 함께 술 마셨다는 사람은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권영길이다. 물론, 둘이서 마신게 아니라 보좌관포함 70 여명과 함께 마신거다. 권영길은 자기 자리에 가만 있었고 소주잔을 들고 김석준(이번에 부산시장후보로 나와 18% 받은 사람)과 권영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그의 옆자리에 앉은 것은 나다. 따라서, 그와 술 마시게 된 건 사실 그의 의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내 왼쪽에는 대통령후보, 오른쪽에는 부산시장후보가 앉게 되는 어색한 그림이 그려지게 된거다.

우연히 한겨레 신문에서 그의 부산행을 알게 되어 부산일보사 강당에서 열린 그의 연설을 들어보러 갔었다. 그러다 보니 뒷풀이로 부산일보 뒷편 진고개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게 된거고.

연설내용은 민주노동당의 평소 주장을 옮긴 것이라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확신과 신념을 갖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치인이기 이전 한 시대 지식인의 풍모를 발견 했다. 또한, 그의 딸이 수배중(한총련?)이라는 개인사를 털어놓을 때는 정치적 이유로 탄압받는 그와 그의 가족의 삶에서 진보를 열망하는 어떤 진정성을 보기도 했다. 더구나, 기득권의 온갖 특혜를 다 누리는 여타 정치인(아들 병역비리 등)과 비교할 때 ‘참 불평등한 세상이구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우선, 그의 주장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부터 지적했다. 그의 연설 가운데 ‘의무투표제’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투표율, 특히 젊은 층의 투표율이 너무 낮아 진보세력의 지지율이 높지 않으니 ‘전국민의무투표제’를 실시하면 어떻겠냐는 주장이었다. 실제 그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도 몇몇 된다면서. 물론, 그걸 하겠다고 강하게 말한게 아니라 그저 아이디어 수준이었다.

그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의사표현의 하나인데 그것을 강제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를 강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투표용지에 ‘기권’란을 만들면 그 문제점을 해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그저 끄덕이며 내 생각을 경청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정말 수긍해서였을까, 정치적 모션이었을까.

그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걸로 생각(혹은 착각?)해 몇 가지 제언을 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권한다. 대통령후보와 술 몇 잔을 하다 보면 사람이 자기 존재의 크기를 모르고 마구잡이로 스케일이 커지게 되어 있다.

큰 틀에서의 제언은 할 주제도 못되지만, 그건 뻔데기 앞에 주름 잡는 거라 애초에 생각도 안했다. 하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를 언급했다.

우선, 언론의 활용문제. 홍세화선생이 기획위원으로 있는 한겨레 신문 ‘왜냐면’에 어떤 주제로든 좋으니 기고할 것을 권유했다. 프랑스 ‘르 몽드’지 토론면에 기고한 미테랑 대통령의 주장 마지막 부분에 달린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프랑수와 미테랑>이라는 단 한 줄의 의미를 강조하며, 한국 신문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일간지에 자기 주장을 펴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권영길>이라는 이름을 일간지 토론면에서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 다음, 세계주의적 연대문제. 민주노동당과 이념적 동질성이 강한 독일 SPD(사민당)와 프랑스 사회당과 연대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사안에 따라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고 정책 교류(지원받는 형식이 되겠지만 그 자체가 이미 좌파적 연대이지 않은가)를 통해 민족이익제일주의가 아니라 세계 보편적 가치에 관심을 확장하는 정치적 포스팅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문제제기였다.

또 한가지, 한반도 통일문제와 관련. 용어 사용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그나마 진보적이라고 하는 한겨레 조차도 북을 ‘북한’이라고 표기한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면 북은 남을 향해 ‘남한’이라고 부르고 남은 북을 향해 ‘북조선’이라고 불러줘야 한다. ‘남한과 북한’ 혹은 ‘북조선과 남조선’이라는 언어가 대비되어 사용되는 한 동질성을 회복하기 힘들다. ‘남한과 북조선’이 서로에게 관용적이며 옳은 언어다. 투쟁의 본질은 언어게임이다. 민주노동당에서 북을 ‘북한’이 아니라 ‘북조선’이라고 부르는 외교용어적 정책검토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는 ‘좋은 생각입니다’라는 말을 하며 마치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미 그 자신 혹은 정책팀에서 생각 했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주었고 또한 기분좋게 소주를 권했기에 나는 뭔가 우쭐한 기분이 드는 속물감성에 젖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권영길이 촌스럽다’는 딴지일보 김어준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도 차마 물어보지 못했고, ‘미적 퇴보는 정치적 퇴보다.(진중권의 말을 써 먹음) 정치를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노사모 보다는 세련 되어야 하는게 아니냐’라는 얘기는 오직 그의 보좌관에게만 꺼내야 했다.

식당을 나와 좁은 골목을 통해 수행원 서너명과 함께 숙소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내가 지금 역사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제시대 신간회 이후 최초로 범진보진영의 단합이 민주노동당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걸어가며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프로스트의 詩 ‘가지 않은 길’을 연상시키며…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함을 안타까워 했지만.... 한 쪽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은 풀이 더 많고, 사람들이 걸은 자취가 적기에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 '가지 않은 길'(프로스트)



p.s : 술 값은 어떻게 계산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한마디 더. 총무인 듯한 사람 왈 “우리는 술 먹을 때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민주갈취당입니다” 그러더니 조그만 소쿠리를 돌렸고 거기엔 곧 천원, 오천원, 만원짜리 지폐들로 채워져 갔다. 학생들은 못 내는 친구들도 많았고, 3만원을 집어 넣으니까 내 옆에 있던 보좌관이 하는 말이 “아니, 그렇게 많이 내요?”라고 한다. 문디야, 부산까지 왔는데 그럼 손님 접대는 해야 되는 거 아이가. ^^

최정규님의 댓글

최정규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와-우! 
우리대표님 우리동네가서 멋진웃음 웃으셨네. 그리고 보고싶었던 벗들과 자유로니글 보니 마음이 독일로 달려갑니다. 민주노동당유럽지구당 당당하게 힘차게 건설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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