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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핵폐기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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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스라니이름으로 검색 댓글 1건 조회 3,076회 작성일 01-03-30 08:17

본문

아직도 겨울 끄트머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독일을 뜨겁게 달구던 핵폐기물 수송 작전이 끝났다. 프랑스에서 재처리된 85 톤의 핵폐기물을 반핵 시위대들의 저지를 뚫고 독일 북부 고어레벤 핵폐기물 중간처리장으로 옮기는 이번 수송 작전은 독일 현지시각 29일 오전 8시 5분(한국시각 29일 오후 3시 5분) 목적지인 독일 북부 고어레벤 중간처리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이는 당초 계획보다 하루 늦어진 것이어서, 수송로를 점거하고 반대 시위를 벌인 반핵주의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당초 프랑스의 라 아그에 있는 핵연료회사 코제마에서 재처리된 85t의 핵폐기물은 6개의 특수 용기(Castor)에 담겨 26일 열차편으로 프랑스를 출발, 같은 날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근처 국경을 넘어 독일의 여러 주를 가로지르며 북상했다. 핵폐기물은 다음 날 저녁까지 고어레벤 중간처리장 근처의 단넨베르크역에 도착한 뒤, 28일 트럭으로 옮겨실어진 후 이로부터 18km 떨어진 최종 목적지인 고어레벤의 저장소에 국도를 통해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시위 사태로 예정보다 도착이 늦어졌다.

격렬했던 반대 시위

이번 수송 작전은 4년 전 마지막으로 이루어졌던 핵 폐기물 수송 때 못지않게 격렬한 반대 시위를 동반했다. 이번 시위에는 만 여명의 시위대가 참가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는데, 경찰은 물대포를 쏘면서 시위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경찰 버스 2대의 유리를 부수고 경찰에 돌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지역부터 시위대가 철도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으며 수송열차가 지나가는 한 철교 위에서는 농부와 환경운동가들이 트랙터와 짚단을 선로에 쌓아두고 수송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핵 폐기물을 철도에서 트럭으로 옮겨실는 단넨베르크 부근에서 가장 격렬했다. 특히 단넨부르크에 이르기 25킬로미터 이전 지점에서 환경운동단체인 로빈 우드 소속 활동가 4명이 철로 위에서 스스로의 몸을 땅에 묻어버리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썼다. 경찰은 이들을 철로에서 끌어내기 위해 철도를 일부 들어내야했고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수송이 지체되었다. 영하의 추위에 차가운 철로 위에서 12시간 이상 버티며 밤을 지샌 이 활동가 4명 중 특히 가장 마지막까지 버틴 16세의 소녀 마리 슈타인만은 이번 시위에서 뉴스의 촛점이 되었다. 이들 때문에 결국 핵폐기물 수송 사상 처음으로 수송 열차가 이전 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시위대를 크게 고무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기차를 세운 젊은 활동가들: 전반전은 시위대 승리

로빈 우드라는 환경단체에 속한 이들 4명은 모두 청소년들이다. 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여 어렸을 때부터 환경의식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 독일 젊은이들답게 이들은 반핵 시위에 있어 조금도 타협이 없었다. 이들은 미리 철로 가운데 땅을 깊이 파고1미터 가량의 두껍고 속이 빈 쇠파이프를 똑바로 세워서 철로 가운데에 묻어 두었다. 27일 화요일 저녁에 이들은 자신의 팔을 이 쇠파이프 안에 넣고 이들을 서로 사슬로 엮어 자물쇠로 잠그고 거기에 시멘트를 부어 고정시켰다. 그래서 경찰은 이들의 팔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이 1입방미터의 시멘트를 깨어내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들은 화요일 밤 영하의 추위에서 철로 위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체온이 계속 내려갔는데, 경찰은 이들에게 온풍기를 틀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마리의 어머니는 옆에서 안타깝게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마리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리의 몸 상태가 괜찮으며 이 정도 추위야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대변인조차 이 추위에 14시간을 버틴 어린 소녀의 용기와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고 표현할 정도였는데, 경찰들은 이들에 대해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전격적인 트럭 운송 작전: 후반전은 경찰의 승리

철도 수송이 끝나는 단넨베르크에서 고어레벤까지 국도를 통해 이동하는 부분은 시위대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되어왔다. 지난 1997년에는 이 18킬로미터 구간의 국도에서 환경운동가와 농부들이 트랙터로 길을 막고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도로를 점거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번에는 며칠 전부터 이 지역에 1만 5천명의 인원을 투입, 완벽한 인의 장막을 쳤고 전 도로 구간을 철책으로 봉쇄한 채로 적외선 카메라 등을 동원, 철저히 감시해 왔다.

29일 아침 단넨부르크에서 고어레벤으로의 이동은 90분만에 마쳤는데, 이는 시속 12 킬로미터 밖에 안되지만, 핵폐기물 수송으로는 기록적인 시간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가까운 지점에 모여있을 곳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른 아침에 전격적으로 이동을 시작했으며, 시위대가 이 소식을 듣고 밤을 지낸 집결지에서 달려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결되었던 것이다. 이제 1만5천명의 경찰들이 돌아가는데 교통이 마비되고 있는데, 이들이 완전히 철수하는데에만 2-3일이 걸릴 것이라고 하니 이번 작전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시위대는 총 7백여명이 연행되었는데, 그 중에서 이미 120여명이 구속되었다. 경찰관은 25명이 부상당하고 그 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은 시위대도 최소 60명에 달한다.

시위대는 애초부터 이 수송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소요된 경비는 약 1억2천 마르크(한화 약 7백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향후 10년간 이러한 핵폐기물 수송에 약 30억 마르크(한화 약 2조원)가 들 것으로 보인다. 반핵주의자들의 시위는 언제나 핵폐기물 수송을 포함해 원자력 발전을 강행하는데 드는 경제적, 정치적 댓가를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시위도 이런한 맥락에서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는 것이다.

7백억 원이 소요되는 소모전은 왜 필요한 것인가

독일 폐기물은 프랑스 라아그와 영국 셀라필드 핵재처리시설에서 재처리된 후에 고어레벤 중간저장소로 돌아온다. 아직 독일은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원전 근처에 중간처리장도 없고, 또한 최종처리장도 없다. 재처리시설이 없는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의 시설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 시설들은 멀리 일본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당연히 계약대로 재처리된 핵폐기물을 독일로 빨리 가져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라아그에서는 향후 10년 간 총 120개 용기의 독일 핵폐기물이 독일로 수송될 것이다. 이번에는 그 중에 6개 용기가 수송된 것에 불과하니, 앞으로도 독일에서는 이러한 비생산적인 일이 반복되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당초 1997년 핵폐기물 수송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핵폐기물의 국내 반입을 중단했었고, 그후 녹색당이 사민당과의 연정에 참여하면서 향후 20년 내에 독일내 원전을 모두 폐기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이후 처음으로 이번 수송이 이루어진 것인데, 금년1월 슈뢰더 독일 총리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는 이번 핵폐기물 수송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녹색당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당초 녹색당은 이번 핵폐기물 수송 뿐 아니라 소위 원자력 포기 합의에 대해서도 그 최종 폐쇄 시한에 대해 1년, 5년, 10년 등으로 의견이 크게 갈려 있었다. 그래서 녹색당 일부와 환경운동 단체는 독일 정부와 원자력 산업간에 이루어진 20년 기한의 원전 폐쇄 합의가 원자력 발전 포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거의 담지 않고 오히려 현재의 원전을 보호하기만 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반핵운동과 원자력 포기의 의의

독일 반핵운동은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후 꾸준히 핵발전소 점거 및 시위를 계속해 오던 반핵운동은 1979년 10월 14일 본에서 15만명이 시위에 참여, 모든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녹색당도 이러한 반핵 운동의 열기 속에서 탄생했다. 특히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의 대참사 이후 독일에서는 수십만 명의 반핵 시위대가 거리에 나섰고, 같은 해 당시 야당이던 사회민주당도 전당대회에서 10년내 원자력 포기를 당 공식 강령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민과 여러 정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원자력 포기 정책은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한 이후인 2000년 6월 14일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이 합의를 속임수라고 거부하면서 반핵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968년 이후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9개의 원전에서 총 발전량의 1/3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생겨난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30여년이 지난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는 독일 뿐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커다란 문제인데, 예를 들어 독일으 이웃국가인 프랑스나 영국에서도 핵폐기물 최종처리시설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프랑스는 총 57개 원전에서 이 나라 총 발전량의 80% 이상을 생산하여 핵에너지 사용에 있어 세계 최고인데, 아직 핵폐기물의 최종처리장은 없고 중간처리장만 두군데 있다. 모든 핵연료는 브레타뉴 지방의 라아그에서 재처리된다. 지금까지는 원전에 대해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원자력의 미래와 안전에 대한 문제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도 50% 이상이 원전의 전면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며, 정부에서도 기존의 원전 수명이 다하면 비핵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핵폐기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4년전 메이저 총리 집권시에도 핵폐기물 최종처리장 건설 문제를 추진했지만 무산되었고, 노동당 정권은 이를 다시 다루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41개 원자로를 가진 19개 원전이 총 발전량의 25%를 생산하는데, 두 군데의 중간처리시설을 가지고 있으며 셀라필드에서 재처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셀라필드에서는 이 시설의 위험성과 환경 오염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이 원전에 대해 가지는 시각을 보면 그간 원전 찬성론자들이 원전의 우위성이라고 주장해 왔던 안정성, 환경 보호, 경제성 등의 모든 항목에서 점차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가장 중심에 서있으며 이를 이끌어 가고 있는 환경 강국 독일은 원전 전면 포기라는 초유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 실험의 성공 여부가 향후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 핵발전소의 존폐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 사진은 자신의 몸을 철로에 묻은 젊은 활동가 둘이 서로의 팔을 엇갈려 반핵 저항운동의 상징인 X를 만들어 보이는 장면. 출처 온라인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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