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맛 탄산음료 "환타(Fanta)"는 한국에서도 아마 70년대 쯤부터 광고가 요란했을 것이다. 오래전 매우 연로하신, 한글도 배우실 기회가 없었던 지방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이 젊었을 때 라디오에서 하도 "빤, 빤, 빤" 하길래 그게 뭔가 싶어 구멍가게 가서 "빤" 뭐 달라고 했더니 상점 주인이 그런 물건 없다고 안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좀 먼 슈퍼마켓에 보내 그 광고 많이 하는 빤 뭔가를 사오게 했더니 맛있는 주스더라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후 우연히 70년대 유행했던  CM송 모음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할머님의 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한국말로는 "환타"라고 표기를 하지만 70년대 최초로 나온 광고에는 가수들이 CM송 노래할 때 영어식으로 "Fanta"라고 발음을 하는지 "맛있는 환 환 환타"가 아니라 "맛있는 빤 빤 빤타" 하는 것처럼 들린다. 2000년대 나온 광고를 들어보면 표기대로 환타라고 발음을 한다.

아무튼, 그런데 이 단어 Fanta 는 무슨 의미일까? 독일어 단어 fantastisch, 혹은 Fantasie  앞에 다섯 글자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다. 그러나 기업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발명 몇 주년 축하, 이런 행사도 Fanta의 경우 아예 소식이 없거나 매우 조심스럽다. 이유는 1940년 2차 대전 중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카콜라는 독일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통계를 찾아보니 나치 정권 기간인 1933년에서 1939년 사이 매출이 10만 상자에서 자그마치 4백 50만 상자로 늘었다고 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이기도 했다. 1939년에는 독일에 50군데 이상 제조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전쟁 중인 1940년 모든 물자가 부족해지자 콜라의 제조도 어렵게 되었다. 에센 코카콜라 제조사의 화학자 셰텔리히(Schetelig)는 당시 구할 수 있던 원료, 사과술 찌꺼기 성분 등으로 새로운 탄산음료 Fanta를 발명했다. 이후 독일의 코카콜라 회사는 1942년부터 1949년까지 환타만 제조, 판매한다. 

좀 이상하게 들린다. 세계적으로 코카콜라, 맥도널드, 청바지 등은 미국 문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나치 독일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이 미국 회사는 독일의 독재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나치 치하 독일에서도 매출에 있어 승승장구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나치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발명되었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 환타는 나치의 발명품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