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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171회 작성일 12-12-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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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의 노동계약을 마치고 귀국하는 광부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시행한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작은 책자를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준 다음 인사말을 마친 야스퍼씨는 독일말과 한국말을 섞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사월 초부터 오월 말까지 클라우젠호프에서 연수를 위한 어학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복홀트 시 외곽에 있는 지멘스 중앙기술연수원에서 열여덟 달 과정의 금속기계기술 이론과 실기연수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 과정을 마치면, 한국에서 지금 야심 차게 증설되고 있는 직업기술학교의 교사로 채용한다는 협약을 한국정부 당국과 맺었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또 연수기간 중 월 팔백 마르크의 생활비가 지급되며, 가족이 있는 경우는 가족수당 합하여 천이백 마르크 내외가 지급되지만, 주택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당시 일을 잘한다고 하는 일부 한국광부들이 월 천 오백 마르크를 웃도는 노임을 받았을 뿐, 악전고투를 하는 대부분은 천 마르크 내외의 노임을 받는 상황이어서, 생활비 지급은 만족할 만한 액수였다. 게다가 연수기간 중 가족을 초청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연수교육을 서독에서의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했던 참석자들을 들뜨게 했다.
성주를 비롯한 참석자 모두가 연수교육 참가등록을 즉석에서 마치고,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지참하고, 어학 과정이 시작되는 사월 초하루부터 클라우젠호프로 등교하라는 안내를 받고 돌아갔다.
“헤르 한은 잠시 기다렸다가 나와 이야기 좀 합시다.“
야스퍼씨는 작별인사를 하려는 성주에게 남아 있으라고 하며, 임 노무관을 문밖으로 나가 전송하고 돌아왔다.
“영주 씨로부터 해고 전말을 다 들었소.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우선은 여기서 연수를 받으면서 확실한 길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대를 불렀으니, 그리 알아요.“
라고 말해주는 야스퍼씨의 속 깊은 배려와 격려에 새삼 힘을 얻은 성주는 헤르네 역까지 마중 나온 영주의 차를 타고 영주의 집으로 가면서, 야스퍼씨가 영주를 성주의 안사람으로 알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영주는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지난번 통화할 때도 그렇게 알고 있는 눈치이길래 시치미를 뚝 떼었더니 정말 부부인 줄 알고 있는 모양이네. 사실 뭐 우리가 정식으로 결혼만 안 했지, 부부나 마찬가지 아니야?“
영주는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몰았다.

삼월 둘째 주일, 서독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노동절예배라며 인근 광산기숙사에 기거하고 있는 한국인 광부들을 모두 초청한 탓인지 예배당이 비좁아 친교실로 옮겨 예배를 드려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 여느 예배와는 달리 노동부장인 성규가 사회를 보고, 성주가 노동자들이 핍박받는 한국의 노동현장에 하느님께서 함께해달라는 탄원기도를 드린 다음에, 장 목사는 ”태초에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의 낙원에서 아담과 이브를 세상으로 내보내시며, 노동함으로써 먹고 살라고 하셨다.“라면서, “노동은 삶의 기본으로서 신성한 것이기에, 노동을 천시하고 핍박하는 무리는 하느님의 책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
예배에 이어 친교실 무대에 올려진 <사흘째 되는 날>의 공연은 성주조차 만족할 만큼 모든 출연자가 열연을 하여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쳤다. 특히 판사역을 맡은 유현우의 능글스러운 연기는 관중석에서 “저런 쳐죽일 놈” 하는 욕설이 터져 나올 만큼 실감이 났고, 체구가 작아 막내 여공 미경역을 맡은 이홍애 간호사의 애절한 연기는 모든 관객을 울렸다.
1979 연극 사흘째 되는 날 공연광경.jpg
            연극 <사흘 째 되는 날> 제 1막에서 여공들이  막차를 기다리는 장면
뒤풀이로 열린 떡국 잔치까지 마치고, 성주가 밖으로 나오니 뜻밖에도 영주가 차를 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예까지 웬일이야? 언제 왔어?“
하며 운전석 옆자리에 올라앉자 영주는 서둘러 차를 출발시키며 대답했다.
“아까 연극 시작할 때 왔어.“
“그럼 들어오지 않고?“
“연극 시작할 때 들어가서 뒷자리에서 다 보고, 막 내릴 때 젤 먼저 빠져나왔어.“
“들어와서 떡국 먹지 그랬어.“
“태영 씨 눈에 안 뜨이려고 얼마나 간을 졸였는데, 떡국 먹을 엄두가 나? 그나저나 당신 극작가로 나서도 되겠던데.“
“극작가들이 다 죽으면 몰라도, 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아냐, 연극 참 좋더라고. 눈물이 어찌나 흐르는지 손수건이 흠씬 젖었지 뭐야. 여자들은 거의 다 우는 것 같았어.“
“그거야 배우들이 연기를 실감 나게 해서 그런 거지, 대본이 좋아서가 아니야.“
“그 막내 여공 맡은 체구 작은 여자는 누구야?“
“으응, 여기 보쿰 아우구스트 병원에 근무하는 이홍애라는 처녀 간호사야. 그 팔뚝 물린 경찰관 말고 맞은 편에 서 있던 키 큰 휴머니스트 경찰관 있잖아, 그 친구가 우리 동기 이해명인데, 이번 연극 연습하면서 서로 정이 들어 아마 곧 결혼식 올릴 거야.“
“당신 짐 벗어서 홀가분하겠네.“
“정말 그래. 마음이 다 개운해.“
두 사람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나가 기다리고 있는 영주의 집으로 갔다.

두 주일 후 연극단원들은 두이스부르크 교회의 요청으로, 두이스부르크 교회의 별관에서 또 한 번의 공연을 그칠 줄 모르는 박수갈채 가운데 마쳤다. 특히 이 공연에는 독일교회 관계자들을 비롯한 독일관객들이 많아서, 독일어가 유창한 보쿰교회의 이정우 집사가 공연 전후에 한국 평화시장의 실정과 아울러 연극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한국어로 하는 연극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연극이 매우 감동적이었다는 소문을 전해 들은 함부르크 한인교회의 박명철 목사가 함부르크에도 와서 공연해 달라고 초청하여, 연극단원들이 한번 해보자 하고 있는데, 함부르크 한인교회의 준비 과정에서, 교회에 출석하는 총영사관의 영사가 제직회의에서, 그런 불온한 내용의 연극을 교회에서 공연할 수는 없다고 극렬하게 반대하여 초청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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