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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268회 작성일 12-12-11 18:51

본문

 
거의 한 달 만에 꼭 홍역을 되게 치르고 난 후줄근한 어린애의 몰골로 재원이 퇴원했다. 같은 날에, 영학도 허리가 완쾌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했고, 5진 동기들은 두 사람의 퇴원을 축하하는 술잔치를 열었다. 떠들썩한 술잔치가 끝날 무렵, 몇몇 남은 동기들에게 들려준 재원의 병원생활 이야기에 모두 혀를 끌끌 차면서도 배를 부둥켜안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실은 말이제, 내가 옻 원액을 몸에 바른 . 성렬이가 자진 귀국해 버리고 나니까, 짝 잃은 외기러기 마냥 쓸쓸하지, 일은 힘들어서 점점 하기 싫지, 그 흔한 감기 몸살도 안 걸리니 병가도 낼 수 없고, 참 죽을 맛 아이가. 근데, 문득 내 알라 시절에 고향에서 농사짓는 아저씨가 옻이 올라서 고생한 생각이 났다 아이가. 그래서 한국에 가 있는 성렬이에게 "옻 원액 한 병 구해서 보내달라고 편지를 했더니, 인편으로 온 거 아. 참말로 뚱딴지같은 생각이었지만서두, 든 그놈의 것을 목덜미, 겨드랑이, 사타구니까지 발랐다 아, 내사 마, 채 몇 시간도 안 돼서 전신에 벌겋게 열꽃이 피어오르면서 꼭 불 속에 앉아 있는 것 같드만. 이래 그냥 죽는 거 아닌가 하고 겁이 더럭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이가."
"뭐야? 옻을 발랐다? 기 막혀­--"
모두 혀를 차면서 고개를 내둘렀다.
" 봐라 봐라, 그란데 참말로 웃기는 건, 서독의사들이 옻이 무언지 모른다 아이가. 별별 검사를 다 해 보아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것 갑더라. 무슨 연구소인가, 마 피부병 전문인 것 같은 데까지 실려가서 진찰을 받았어도, 거기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 모르는 눈치 아이가."
처음 대하는 증상의 피부병에 어리둥절한 서독의사들이 이리저리 갈팡팡하는 상황을, 재원이 그 특유의 느릿느릿한 농을 섞어가며 하는 말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카지만, 그 병원 간호사로 일 하는 나통 부인은 알았다 아이가. 한 번은 과장인가 뭔가 하는 직위가 높은 의사가 회진하는데, 말이 안 통하니까 나통 부인을 통역 하라구 불러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도중에 나통 부인이 나막한 소리로, ‘재원씨, 지금 이 분이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니까, 한 십여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대답하세요’ 하길래, ‘와요? 그런 일 없었는데.하니까, ‘글쎄, 그렇게만 대답해요. 나중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게 아이가.
그날 저녁나절에 나통 부인이 퇴근길에 병실에 들려서,
재원씨! 옻 발랐지요? 서독의사는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내가 과장의사에게, 한국농촌에 있는 풍토병이라고 말해 놓았으니, 다시는 또 바르지 말아요. 그거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짓이니까.‘하고 눈을 흘기기에 내가 좀 무안하기도 해서 우스 소리를 했다 아이가.
그카지 않, 좀 더 오래 쉬려고 한 번 더 바를까 했는데, 그럼 안되는 겁니꺼? ‘했더니,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할까마는, 그런 짓은 정말 생사가 달린 거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
하고 꼭 누나처럼 나무라는 게 아이가. 참 내도 알 수 없는 건, 내게 말을 놓는 게 그 편하 친근감이 들 수 없는 기라. 그래마 맘 푹 놓고 궁금한 걸 물었데이.
그란데, 와 풍토병이라고 과장의사한테 말했니꺼?‚ 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병이라면, 이 사람들이 그 원인 찾는다고 보건소 직원들까지 동원해서, 재원 씨 방은 물론 온 기숙사를 이 잡듯이 뒤질 텐데, 그러다가 틀림없이 재원 씨 방 어딘가에 감추어 두었을 옻 가루인지 옻 물인지를 이 사람들이 찾아내게 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될까? 한 번 생각해 봐’
하고 타이르듯 하는 말에, ‘하이고 마, 그란 위험이 있었구마, 하이고 누님 예, 고맙심더’ 하고 인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데이. 으찌 됐등 대증요법으로 놓아주는 주사약이 효능이 있능기라. 차츰 열꽃도 사그러고 부은 것도 빠지고, 열도 없어져서 퇴원했다 아이가. 두 주일 만 더 기숙사에서 쉬면서 통원치료를 받고, 일 들어가라 안카나. "
 
재원이 긴 이야기를 마치자 백한식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 거 남았으면 나 좀 줘. 나도 좀 병원에서 쉬어보게."
"허 참, 없어. 나통이 내 옷장에서 찾아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렸다 아이가."
"! 그 좋은 걸 왜 버려? 아깝네! 아까워!"
백한식의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에 좌중은 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39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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