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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849회 작성일 12-12-07 20:37

본문

 
툴툴거리는 건우의 비위를 더 긁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성주는 일어나 나와 312호실로 갔다. 10월에 마지막으로 6진이 오면서 강원도 황지에서 안면이 있는 황철영이 12호실로 들어와 한 사람이 더 늘어 비록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는 사내 넷이 이층 침대를 놓고 살 비며 사는 가년스런 독신광부 기숙사지만 외박 사흘 만에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것도 몸 눕히고 살며 정든 방이라고 지 모를 안정과 친밀감이 온몸을 감쌌다.
"아니 여편네가 식구들 팽쳐 두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던 대성이 반가움 섞인 고함을 치며 일어나 앉았다. 영학은 깊이 잠들었는지 등을 보이고 벽 쪽을 향해 누워 있었고, 광산지대 여기저기에 아는 사람이 많은 철영은 이날도 누굴 찾아 나섰는지 보이지 않았다.
"
여편네라니? 누가?"
성주는 비밀스러운 사흘의 외출을 얼버무리는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
세 식구 안살림을 맡았으면 여편네지 뭘, 안 그래? 그래 자기 혼자만 돌아다니며 재미 볼 꺼야? 우린 방구석에 박아두고---"
"
그건 그러네. 미안하게 됐수. 그 대신 오늘 우리 영감 맛있는 것 해 드릴"
"
맛있는 것? 거 좋지. 뭘 해줄 건데?"
"
냉동 닭 사다 놓은 것 있으니까, 감자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고 닭찜 해서 맥주 한 잔씩 하자"
"
그거 반가운 소리네, 안 그래도 한형 없는 사흘 동안 시어진 김치쪼가리 말고는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 속이 허영 거리는데"
주고받는 말소리에 잠이 깬 듯 영학이 돌아누우며 말을 건넸다.
"
조금만 기다려. 금방 되니까. 얼굴 보니까 김형은 술국이 필요할 것 같은데. 콩나물국 끓여줄까?"
"
콩나물이 어디 있어? 냉장고가 텅텅 비었는데"
"
깡통 콩나물 있잖아. 식당 찬장에---"
"
그건 벌써 어제 그제 국 끓여서 먹어치웠지!"
"
잘못됐군, 연휴 전날 시장 좀 봐 두어야 하는 건데"
"
바람난 사람이 무슨 시장 볼 정신이 있겠어?"
영학이 그제야 일어나 바지를 꿰입으며 혼자 하는 말처럼 두런거렸다.
"
바람? 무슨 바람?"
영문 모르는 대성이 영학과 성주를 번갈아 쳐다보며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
여자 집에 가서 사흘씩이나 있다 왔으면 그게 바람이지 별 게 바람인가 ?"
"
누이동생이라며 ?"
"
저렇게 둔하긴, , 쿵 하면 울 밖에 호박 떨어지는 소리지. 무슨 얼어 죽을 누이동생은?"
"
정말이야 한형?"
대성이 궁금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성주를 건너다보았다.
"
아니야. 내가 사흘 동안 나돌아 다녔다 윤형이 심통 나서 괜히 하는 소리야. 정 궁금하면 가까운 시일 안으로 우리 다 함께 한번 놀러가자. 자자 어서 일어나 나 밥할 동안 청소 좀 하라. 아무리 홀아비 살림이기로서니 이렇게 너저분해서야 어디 밥맛 나겠어?"
"
여편네 잔소리 또 시작이다. 내일 아침이면 청소부 아줌마가 와서 해 줄 텐데 극성떨기는---"
"
그러게 대충 치우자는 소리야. 루이제가 청소하면서 속으로 욕하고 흉볼 거리는 보여주지 말아야지"
"
그 여자 이름이 루이제야? 하여튼 잽싸기도 하지. 언제 또 이름은 알아두었어?"
"
지난 주말에 우리 방 좀 잘 부탁한다고 담배 두어 갑 주면서 이런 말 저런 말을 좀 했지. 남편은 이탈리아 사람인데 우리 일하는 에발트광산 전동차 운전사고, 그 가끔 데리고 오는 아들애는 마리오라 지금 여섯 살이래. 루이제 말로는 우리 방은 항상 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한데, 어떤 방은 꼭 돼지우리 같다고 흉을 보라. 나한테도 그렇게 말하는데, 자기 식구나 친구들한테 흉보지 않겠어? 한국사람들 기숙사 방을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하게 해 놓고 살고 있다. 루이제가 사흘 연휴 동안 안 왔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방마다 꼭 도깨비 놀다 간 자리 마냥 어지간할 ."
 
완두콩을 둔 하얀 쌀밥과 감자를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은 닭찜, 그리고 멸치 넣은 김치찌개를 늘어놓고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태영이 웬 낯선 남자를 데리고 들닥쳤다.
"
어서 오슈. 우리 저녁밥 먹고 있는데 함께 합시다."
"
, 이 방은 올 때마다 성찬이야. 거 먹음직스러운데 나 먹을 밥도 있나?"
"
밥 넉넉하게 했으니까 걱정 말고 수저 들고 앉으라구"
"
밥 먹기 전에 인사나 나눠야지. 여기 보쿰에 사는 최성규, 내가 아뻘이 되어서 보쿰교회 안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야. 이쪽은 내가 말한 한성주 형이고, 또 저쪽은 이 방에 함께 는 윤영학 형, 김대성 형. 모두들 성규 자네한테는 형뻘 되는 어른들이니 인사드리라구."
태영이 데리고 온 남자를 소개.
"형님들 잘 부탁해유. 최성규유. 배운 것 없어서 시굴서 머슴 살다가 와서 장가가고 애 낳고 키우구 있슈. 광산 삼 년 구 지금은 미국계 전자회사에서 막일 하구 있구먼유"
"
말소리 들으니 고향이 충청도 같은데, 고향은 어디야."
대성이 아우 대하듯 스스럼없이 물었다.
"
충청도는 아니구유, 전북 김젠디요"
"
김제 어디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처가가 김제이기로서니 김제 소리에 귀가 번쩍 이고 반가운 까닭은 무엇일까? 처가가 김제라는 것만으로는 성주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반가움이 샘솟아 올랐다.
"
김제 죽산이유. 어찌 그러요?"
"
우리 집 사람이 광활이요. 죽산이면 바로 옆 동네구"
"
그러네유, 총각 시절에 망해사 놀러 가려면 광활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때야 뭐 자동차라는 게 어디 있었나유? 죄다 걸어 다니는 거였쥬. 놀러 가는 거니께 지 딴에는 째 내구 폼 잡고 걸어가면, 아따 광활 가시나들 어지간히 말 걸고 놀리구 하드만, 혹시 형수도 그중에 하나 아닌가 모르겄소"
"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 놓아도 될지 모르것소?"
성주는 저도 모르게 호남사투리도 충청도 사투리도 아닌 성규의 말투를 따라 물으며, 그 말씨가 전북지방 특유의 것으로서 아내 오복의 말투를 닮았음을 느꼈다. 그제야 성주는 성규를 처음 대했을 때 느꼈던 까닭을 알 수 없는 반가움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이고 성님, 지가 아운데 마땅히 말 놓으셔야제. 앞으로 뻔질나게 찾아올 테니께 잘 부탁허요"
"
뭔 소리여. 뻔질나게 찾아온다니?"
영학이 닭 다리를 뜯다말고 성규를 쳐다보며 말참견을 했다.
"
산 설고 물 설고 낯 설은 외국 땅에서 성님들 셋을 만났응께 앞으로 자주 드나들면서 문안드릴 구먼 요"
"
내 그 속셈 알지. 하지만 어림없어"
영학이 무슨 짐작을 하고 콧방귀를 뀌는지 성규는 눈치 빠르게 알아리고 그게 아니라고 열을 올렸다.
"
지가 교회 다닌다구 허니께, 성님은 지레짐작으로 지가 성님 세 분을 교회로 인도하고 싶어서 드나든다구 하는 줄 아시는 모양인디. 틀렸구 이라. 그거 아니구. 지는 그저 태영아제가 여기 세 분이 한 방에서 의좋게 재미 지게 산다고 하 해 싸서, 한번 만나 뵙고 싶다구 했더니 아제가 같이 가자 해서 따라왔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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