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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34회 작성일 12-12-06 20:57

본문

 
성주는 에서의 첫 성탄 연휴를 영주와 함께 보냈다. 첫날은 신이 나서 깡충거리는 한나의 손을 잡고 흥겨운 성탄 캐이 울려 퍼지는 성탄절 시장을 구경하면서 영주와 함께 몇 가지 선물을 샀다. 성탄의 밤이 절정에 이르면 한나와 안젤라가 정성을 들여 화려하게 장식한 성탄 나무 아래서 주고받을 선물들이었다. 선물꾸러미를 챙기다가 문득 영주가 성주에게 물었다.
"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선물 보냈어요?"
"
아니, 그건 미처 생각 못했는데"
"
내 그럴 줄 알았지. 얼굴은 모르지만, 틀림없이 마음씨 고운 언니도 평생 이렇게 무심한 오빠와 살려면 속나 썩어야 할 걸---. 오빠, 언니한테는 무얼 선물로 보내면 좋을까?"
"
? ~---"
영주와 팔짱을 끼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한나의 손을 잡고 흥겨운 성탄절 시장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도 내심으로는 영주와 오복 두 사람 모두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성주는 갑작스레 영주가 아내 오복을 챙기는 말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
향수가 어떨까? 내가 짐작하기는 결혼한 후 오빠가 언니한테 한 번도 향수 선물 한 적이 없을걸"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결혼생활 일곱 해 동안 향수 한 병 아내에게 선물할 생각을 꿈에도 해 본 적이 없는 무심한 남편이 바로 한성주 자신이었다.
"
그건 정말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
"
그거야 오빠가 향수 같은 거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걸 내가 잘 아니까"
"
무슨 향수가 좋은 거야, 네 말대로 난 도통 향수가 뭔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네가 알아서 골라줘."
"
향수가 수백 가지가 넘는데 어떤 게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어, 사람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향수가 다르니까. 마르린 로가 좋아했다는 샤넬 넘버 이브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거든. 언니가 농사짓는 집 딸이라니까, 냄새가 너무 요란한 것보다는 은은한 걸 좋아할 것 같은데 "
   영주는 향수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만져 보고 손에다 찍어 냄새를 맡아보고 하더니 '언니 취향에 적합할 것 같다.' 고 하면서 4711 상표가 붙은 향수 한 병과 역시 4711 상표의 향비누 두 장을 사서 예쁘게 포장을 한 뒤 그걸 다시 소포포장으로 꾸려 성주에게 내밀었다.
"
언니 이름 쓰고 주소 쓰고 부치는 건 오빠 몫이잖아"
"
고맙다. 영주! 네 덕분에 생전 처음 자상한 남편 노릇 하는 거 같다"
"
고맙기는, 아직 허락은 안 받았지만, 오빠를 삼 년 동안 빌려주는 언니한테 달리 보답할 길은 없, 무심한 오빠 대신 내가 언니를 챙겨 드려야지. 내친김에 아이들 선물도 백화점에 들서 골라야 좋은 아버지 소릴 듣겠지."
"
그런다 세 해 동안 남편 빌려줄 사람이 어디 있을라? 어림도 없는 꿈은 안 꾸는 게 좋을걸"
   성주는 아내에게 보내는 선물까지 영주가 하자는 대로 순순하게 따르며 마치 따뜻한 목욕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평안함과 나른한 만족감에 젖어들어 가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에 놀라며, "아내가 모르는 이런 일들을 두고 행복이라 하기는 좀 뭣하지만, 든 나쁜 기분은 아니군"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연휴 이틀째 되는 날은 모태 카릭 신자라는 안젤라와 독에 와서 영세를 받은 영주 그리고 유아세례를 받은 한나와 함께 헤르네 시내에 있는 성당에서 열리는 성탄절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나에게 이끌려 집 앞 건너편에 있는 시립공원을 산책했다.
   헤르네 시립공원에는 숲 사잇길로 난 산책로가 있었고 여우, 사슴, 늑대, 그리고 독수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새들이 있는 동물들의 우리가 있었다.
   안젤라와 한나가 사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사이 영주는 푸들 강아지 한 마리를 끌고 팔을 끼고 나란히 산책하는 독 노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
"
우리도 늙으면 저렇게 예쁘고 하얀 푸들강아지 한 마리를 길렀으면 좋겠다. 오빠, 그렇지?"
"
정말 보기 좋네, 우리도 이담에 늙으면 저런 작은 푸들 강아지 한 마리 기르지 뭐"
   성주는 무심코 대답하다가 아차 실수했구나 하고 영주의 눈치를 살폈다.
"
정말 그렇게 해 줄 ? 오빠?"
"
아니야 실수야, 영주야, 우린 늙도록 같이 살 수는 없잖아."
"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는 거야, 내가 오빠를 영영 안 놓아주고 여기서 붙들고 산다면 어떻게 할 ?"
   말은 그렇게 강하게 하면서도 영주는 풀이 죽어 멀어져 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하염없는 눈길로 뒤 좇다가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잡고 있던 성주의 손을 놓았다.
"
영주야, 너무 풀 죽어 하지마. 성경에 '주님의 날은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말씀이 있는 것처럼 하루를 살아도 천 년을 사는 보람과 가치가 있게 살면 되잖아. 우리 삼 년을 그렇게 속이 꽉 차게 살면 되잖아."
"
그럼 오빠, 언제 짐을 옮기고 아주 들어올 ? 하긴 짐이 뭐 있을라?"
"
너무 재촉하지 마, 영주야, 우선은 이렇게 주말에 만나면 되잖아"
"
따뜻한 방 비워두고 왜 고생을 사서 하려? 그냥 가방만 들고 오면 되잖아?"
"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우선 내가 나를 허락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아내에게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 같이 온 동료의 시선도 있. 모두 내가 아들이 둘씩이나 있는 기혼자인 줄 알고 있는데, 독에 오자마자 웬 여자와 동거한다 알려져 봐. 금방 자기 부인들을 통해서 아내에게 알려질 . 그러니 우선은 이대로 지내자!"
"
그냥 친척 누이네 집에 있는다 하면 되지 뭘, 나 옛날 애인 독에서 만나 동거한다 동네방네 알릴 건가. 그럼 뭐야, 금방 하루를 살아도 천 년을 사는 보람과 가치가 있게 삼 년을 살자는 소리는, 그냥 위로하라고 해 본 헛소리야?"
   영주는 성주의 눈앞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해 놓고 한 걸음 한 걸음 성주의 마음 요새를 향해 전진해 오고 있었다. 마치 더 도망칠 수도 없고 숨을 데도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듯한 숨 막힘을 느끼면서도 마음 다른 한쪽에서는 은근히 어서 내 요새로 들어와 나를 정복해 버 하는 초조한 기다림이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댓글목록

haki님의 댓글

hak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왠지 사랑은 애처러움과 동의어 같죠.

밤은 아니지만 김윤아 씨의 야상곡 글 쓰시다 힘드실 때 한 번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0pSEN5yheNo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절한 가사의 야상곡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가사에 비해서 곡은 그리 애절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가수가 그리 절절한 헤어짐이나 기다림의 체험이 없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초롱님의 댓글

초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휴 이틀째 되는 날은 모태 카톨릭 신자라는..." 부분의 문단이 두세 쪽 분량가량  뒤에 또 반복됩니다.

우와, 저는 야상곡 좋던데요. 몇번이나 들었는데... 저도 절절한 헤어짐이나 기다림의 체험이 있는 사람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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