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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의 갈매기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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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937회 작성일 13-01-29 17:38

본문

 
수천수만의 별들이 보석을 쏟아 놓은 듯 온 하늘에 반짝거리고, 건드리면 쟁그랑하고 맑은소리가 날 것만 같은 정월 대보름달이 서라벌 황룡사 아홉 층 탑 위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밤, 왕실과 귀족 집안의 아기씨들과 도령들이 나라와 집안의 융성을 기원하고 자신들의 소원을 비는 탑돌이에서 아영은 애타게 그리워하던 한마루랑을 만났다.
어릴 적에는 절 마당에서 소꿉놀이하며 가시버시로 짝을 지어 놀았지만, 한마루가 화랑이 된 뒤부터는 혼자서 애만 태우다가 처음 만난 반가움이었기에,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주고받느라고 밤이 이슥해서야 아영을 집 앞까지 바래다주며 한마루랑은 “아영아가씨, 이번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혼인합시다 !“ 라는 언약을 남기고 다음날 당나라 군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당항성으로 떠나갔다.
신라의 서불한 흠순공의 아들 한마루랑이 당항성싸움에서 패전하고 서라벌에 돌아왔으나, 전쟁에서 지고 돌아온 화랑은 집안에 들이지 못한다는 흠순공의 서릿발 같은 호령에, 집 옆 우물에서 물 한 대접 마시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소문을 듣고 아영은 하늘이 닫혀버린 듯 천지사방이 온통 깜깜해졌다.
아영은 날마다 한마루랑이 물을 마시고 떠났다는 우물가에 서서 한마루랑을 기다리며 애간장을 태우다가 그 자리에 재가 되어 스러졌다. 얼마후 아영이 스러진 자리에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세 해가 지난 후에야 당나라 군사들을 신라땅에서 모두 몰아낸 승전장군이 되어 서라벌로 돌아온 한마루랑은 아영의 소식을 듣고 우물가 앵두나무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니, 빨간 앵두 첫 열매가 열리며 한마루랑을 반겼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이게 무슨 꿈이람? 별 희한한 꿈도 다 있다.“
순영이 침대에 누운 채로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아홉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일어나 세수단장을 하고, 어젯밤에 마음먹은 대로 중구의 방 대청소를 하기 위해 전차를 탔다. 중구가 학교에 가고 비어 있는 방의 창문들을 모두 열어 놓고, 방안에 널려있는 책들과 종이들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해 놓고, 먼지를 털어낸 다음 진공청소기로 구석구석의 먼지를 빨아냈다.
그런 다음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그리고 욕조와 창문까지 세제를 풀어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았다. 그리고 나서는 침대 밑과 옷장 구석에 쑤셔 박아 놓은 양말들과 속옷가지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욕조에 반쯤 물을 받아 가루비누를 풀어 손빨래해서 부엌 양쪽으로 빨랫줄을 매고 널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남자의 양말과 속옷을 처음 빨아보는 기분이 묘했지만, 그 냄새가 중구의 체취이려니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부엌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깨끗했다. 찬장과 선반의 먼지를 털고 물걸레질을 하고 나니 열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순영은 서둘러 밥을 해서, 기숙사에서 가져온 김치와 멸치볶음을 식탁 위에 차려놓고 쪽지를 하나 써서 남겼다.
청소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시장을 못 보아 반찬은 못 만들고 가져온 것만 차려 놓았으니 맛있게 먹어요. 우렁각시가 다녀갑니다.“
그래 놓고 서성거리며 밥 몇 술을 뜨고 순영은 허둥지둥 기숙사로 달려갔다.
, 그래 왔다갔다하지 말고 그만 합쳐 뿌리라 !“
정애가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는 순영에게 한마디 했다.
기집애, 안 그래도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하는 소리라군, 합치긴 뭘 합쳐!“
“봐라 봐라~니 그 손 보니까 빨래해주고 오는 것 같아서 그런다 와? 아이가? 아니면 아이라고 해봐라! 머스마 아직 세탁기는 없는가 보제?“
있는 집 막내라서 그런지, 청소가 뭔지 빨래가 뭔지 모르는 가 보더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고 사는 거 다 하고 시범을 보여주고 왔다. ? 잘못됐나?“
순영은 무안한 마음을 감추느라고 정애의 말투를 흉내 냈다.
이 문디 가시나야! 시범이라꼬? 날마다 가서 해줄라문서 시범이라꼬? 니 밥이나 묵었나 ?“
시간 없어서 밥상만 차려놓고, 나는 몇 술 뜨고 왔다.“
뭐라꼬? 그라믄 머스마도 없는 방에 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상까지 차려놓고 왔다고? 하이고 열부 나왔다 아이가! 우야꼬 천하의 순영이도 사랑에 눈멀 때가 다 안 있나? 그 머스마 억수로 복 터졌대이...“
시끄럽다! 어서 준비하고 일 나가자!“
순영은 서둘러 화장을 하고 옷 갈아입고 정애와 함께 병원으로 건너갔다.
                                           <8회로 이어집니다>

댓글목록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일 있다고 금방 희희낙낙하는 인간의 약점을 경계하는 옛말, 잘 아시죠 ?
人間萬事 塞翁之馬 焉之禍 焉之福 이랴?

triumph님의 댓글

triump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휴~막달려 오셨네요.ㅎㅎㅎ 초롱님!!!
요즘에도 저런 순정이 있을까요?
중구씨 복 터지네요!!
아무래도 그꿈 이 이상하네요???

ImNebel님의 댓글

ImNebel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겨레님, 저희 개근상 주셔야 겠어요.
이렇게 열렬히 따라 다니는 fan 의  기를  좀 더 올려 주셔야 할 것 같아서,
초롱님, 반칙입니다.
1 등 2 등 한꺼번에 욕심내실려공, 한개는 ungültig 입니다.
주인은 치는게 아니니까, 그나마 제 가 동메달이 되는 겁니다.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근상 드려야지요. 무얼 개근상으로 드릴까 고민하다가 하도 가난한 산중처사이어서 가진 거라군 글 몇 조각과 시 몇 편뿐이니, 지난 가을에 제가 지은 자작시 한 수를 개근상으로 올립니다.

            Wenn ich eine Wildgans wäre        내가 한 마리 기러기라면
 

Wenn ich eine Wildgans im Herbsthimmel flöge
flöge ich nicht mit dem Zug der Wildente,
bliebe ich doch allein in der Stille und Dunkelheit.
 
내가 가을하늘을 나는 기러기라면,
철새떼를 따라 날아가지 않고,
적막 속에 홀로 머물 거야.
 
Überall hatte ich nach der Ruhestatt gesucht,
aber jetzt weiß ich:
Diese Statt ist hier !
 
언제 어디서나 나는 안식처를 찾았지만,
지금은 그 안식처가
여기라는 걸 알았네 !

Überall war ich ein Ausländer
auf dieser gleichgültigen Welt,
an jedem Ort, in jeder Zeit.
 
이 냉정한 세상에서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네,
어느 곳에서든, 어떤 시간이든.

Nun erkenne ich :
Ich bin und war im Kreis gelaufen,
wie ein Eichhörnchen im Käfig.
 
이제 나 알았느니 :
내가 우리 속에 갇힌 다람쥐처럼
예나 제나 쳇바퀴 안을 돌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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