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포럼
생활문답
벼룩시장
대자보
먹거리
비어가든
자유투고
갤러리
연재칼럼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독일개관
독일개관
관광화보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현재접속
198명

제18회   

 
       다섯째 마당 : 에발트광산 한인자치회

   삼 년 노동계약을 아무 사고 없이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공항행 전세버스를 탄 2진 일행을, 차가운 초겨울 비가 내리는 11월 중순의 새벽길로 떠나 보내고 나서, 에발트광산 한인자치회는 7611월 하순에 온 3진을 주축으로 재편되었다.
   노동청 지방사무소 근무 경력이 있다고 하는 송대균이 자치회장을 맡고, 오한규 ·최태영이 부회장을 맡았다. 4진의 송규봉 회장과 5진의 이건우 회장은 당연직 부회장으로 자치회 회장단에 속해 있었다.
   새로운 임원진 구성을 마친 에발트광산 한인자치회는 첫 임원회의에서 김영 · 송인수 · 황재운 등 해고 통지를 받은 3진 동료 세 사람에 대한 해고 철회 청원운동을 펼치기로 의결했다.
김영우는 작업 중에 경사 막장에서 굴러 내려온 돌덩어리가 허리를 때리는 바람에 운신을 못할 정도의 척추를 다쳐 병원에 실려가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완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입갱하여 작업하라는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들어갔으나 도저히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며칠 일을 하다가 며칠 병가를 내어 쉬는 악전고투를 하고 있음에도 '불규칙 근무'를 이유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송인수는 노동계약이 끝나도 귀국하지 않고 서독에 남기 위한 방도를 알아보기 위해 무제한 체류허가를 받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얻기 위해 서베를린을 몇 번씩 오고 가느라고 무단결근을 하는 바람에 해고 통지를 받았고, 황재운은 독한 감기 몸살로 병가를 내어 기숙사 부엌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다가 요란한 냄새에 질겁해서 쫓아온 기숙사 사감과 옥신각신하다가 멱살잡이를 벌인 것이 '폭력행사'로 몰려 해고 통지를 받았다.

   자치회 임원회의에서는 작업 중 부상을 당해 아직 완치되지 않은 사람을 해고 한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규정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해고를 당할 만큼의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광산 측과 노동조합에 부당해고 철회 청원서를 자치회원 연대서명으로 보내기로 했다.
   청원서는 한국인들이 독일에 광부로 오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과정을 애절하게 표현한 다음, 독일에 오기 위한 교육을 몇 개월 받고 또 교육을 마친 다음 취업 통보를 받을 때까지 허송세월하면서 소비한 시간과 돈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닌데, 대수롭지 않은 일로 해고를 당해 귀국하게 되면 당사자는 물론 한국의 가족들까지 절망 속에 밀어 넣는 결과를 낳게 되니, 이와 같은 비인도적 부당해고를 철회해 주기 바란다는 골자로 쓰, 에발트광산에 근무하는 백여 명의 한인 자치회원들이 연대서명을 했다. 회장단에서는 이것을 보쿰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유학생에게 부탁해 독일어로 번역해 광산 측과 노동조합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성주는 회장단에 속해 있지 않았지만, 이건우 회장을 통해 회장단회의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
노동계약 내용으로 보아 광산 측에서는 '부당해고'라는 우리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예상하고 해고 철회운동을 장기전으로 벌여야 한다. 즉 처음에는 광산 측을 대상으로 시한부 요구 사항을 제시한 다음 광산 측이 그 시한까지 적절한 대응을 해 주지 않으면, 한 단계 올려 에발트광산 단위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투쟁을 벌이면서 청원운동이 투쟁으로 전환된 책임이 광산 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십중팔구 에발트광산 단위노동조합의 입장도 '해고 철회 불가' 일 것이 뻔하다. 그다음 단계는 상부 노조인 루르 탄광노조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역시 상부 노조까지 올라가게 한 책임이 에발트광산 단위노조의 부정적인 응답에 있음을 강하게 주지시키면서 투쟁을 해야 한다.
   이쯤 해서 어떤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짐작되지만, 만약의 경우 여기에서도 우리의 주장이 무시된다면, 그다음 단계는 이러한 투쟁의 경과와 우리의 주장을 독일언론에 호소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독일사회의 차별의식' 차원으로 매스컴의 관심을 받도록 하는 한편 입갱 거부 · 거리시위 등의 실력행사를 예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력행사는 외국인노동자 신분인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통고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명운동이 투쟁으로 바뀌고 투쟁이 단계를 높여갈 때마다 그 책임이 상대방에 있음을 확인시키면서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대균 회장은 성주의 의견서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회장단회의의 의결도 지키지 않고 독일어로 번역된 청원서를 탄광 측과 단위노조에 보내는 첫 단계를 생략하고 댓바람에 상위 노조인 루르 탄광노동조합으로 보내 버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루르 탄광노조로부터 청원서 접수 사실을 통보받은 에발트광산 인사담당 소장 파울은 관련 당사자인 자기나 단위노조 혹은 경영자 측과 노조 측이 함께하는 운영협의회에는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상부 기관에 청원을 한 사실에 대해 노발대발했고, 휴고 에발트광산노조위원장은 "청원의 내용은 이해하지만, 절차가 잘못되었다." 라면서 '유감이다'를 연발했다.

   마침내 광산 측은 라 통역을 통해, 청원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고, 루르 탄광노조 보낸 청원서를 철회한 다음 대화를 하자고 제의해 왔다. 결국, 송 회장의 서투른 처사 때문에 노동운동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당성 확보에 실패하고 칼날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송규봉 부회장은 회장단회의 의결사항을 지키지 않고 상부 기관에 곧바로 청원서를 보낸 송대균 회장을 맹렬하게 비난하면서 잘못 보낸 청원서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태영 부회장은 기왕에 엎질러진 물인데 그냥 밀고 나가 해고를 철회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 회장은 광산 측의 제의를 전한 라 통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시하면서 "당신은 광산 측의 사람이니 우리가 대책회의를 하는 동안 퇴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나도 이 회의에 참석할 권리가 있다."라는 라 통역의 강경한 주장을 인정하는 회원들이 제법 많아서 「라 통역 회의 참석 승인안」을 거수 표결에 부쳐 가결함으로써 옥신각신이 끝났다.
루르 탄광노조에 보낸 청원서를 철회하고 난 다음에 대화하자는 에발트광산 측의 통고를 받고 열린 자치회 총회는, 송대균 회장 · 최태영 부회장 등의 '청원서 철회 불가 · 부당해고 철회 투쟁' 주장과 라 통역 · 송규봉 부회장 등의 '잘못 전달된 청원서 철회 후 광산 측과의 대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격렬한 입씨름으로 토요일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중구난방의 입씨름은 시간이 흐를수록 말씨까지 거칠어지면서 본론은 사라져버리고 엉뚱한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졌다.
"
멀쩡한 젊은 놈들이 억지로 홀아비 생활 하는 바람에 양기가 모두 입으로만 올라와 가지, 밤을 새워 떠들어도 끝이 안 나겠구---, 어이 한형! 그렇게 듣구만 있지 말 어떻게 마무릴 지어 봐. 이렇게 밤을 지새울 거야?"
   자정이 가까워져도 결론이 나지 않는 중구난방의 입씨름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정인남이 지루하고 귀찮다는 듯 몸을 뒤틀면서 성주의 옆구리를 찔렀다. 앞에서 사회를 보면서 이 광경을 눈여겨 본 오한규 부회장은 성주가 회장단에 제출했던 의견서를 떠올린 듯, 성주를 지명하면서 의견 개진을 청했다.
"
. 여러분 벌써 자정이 되어갑니다. 비록 결론은 없지만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들은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서 노동운동 경험이 있는 5진 총무 한성주 씨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듣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 조용히 해주세요."
   나 죽었소 하고 귀먹어리 장님 벙어리로 삼 년 일만 하다가 귀국하겠다는 아내와의 철석같은 약속을 몇 번씩이나 곱씹고 다짐하면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지가지 주장들을 듣고만 있던 성주는 사회자의 지명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갔다.
"5
진의 한성줍니다. 밤늦게까지 정말 고생들이 많으십니다. 먼저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 마치 불온한 행위를 한 것인 양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게 된 점에 대해서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도 우리가 몰리는 까닭은 회장단이 청원의 단계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광산 측의 비위를 상하게 한 데에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손잡이를 잡고 싸울 수 있는 칼싸움에서 칼날을 쥐게 된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회장단이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저녁, 여러분이 찬반 토론을 벌이면서 주고받는 말들을 들으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회장단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 때문에 청원서를 보내게 된 처음의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겁니다.
부당한 해고를 철회해 달라는 연대서명 청원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표에게 조금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청원 자체를 없었던 일로 돌릴 수는 없는 겁니다. 오늘 밤 우리가 의논해야 할 일은 회장단의 실수를 탄핵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 밤 광산 측의 통보를 받아들여 청원서를 먼저 철회한 다음 대화를 하느냐? 아니면 상부노조를 통해 이미 광산 측과 단위노조도 청원서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 제시한 시한 내에 '부당 해고 철회 여부'를 답해 달라고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일은 광산 측과 우리 한국광부들 사이의 기()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밀리면 밀리는 만큼 우리가 별것 아닌 존재로 우습게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광산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집니다. 즉 이 시점에서 우리가 청원을 철회하면 앞으로 우리 한국광부들은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해고를 당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까닭으로 회장단의 실수로 과정이 잘못되었더라도 한국인 광부의 위상이 걸려 있는 문제로 이미 벌어진 사건인 만큼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부당 해고를 철회시키든가 아니면 최소한 광산 측의 기만이라도 눌러 놓아야 합니다.
   해고는 결코 이미 해고통보를 받은 세 사람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고용분위기라면 다음 달, 다음 주, 아니 내일이라도 저를 포함해서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 중 누구에게 해고통지서가 날아올지도 모릅니다. 즉 청원은 세 사람의 해고 철회 요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정된 계약노동을 보장받기 위한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여러분에게 제안합니다. 오는 월요일은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그다음 주 월요일 하루 입갱을 거부하는 실력행사로 청원서에 대한 긍정적 답신을 촉구하겠다는 결의를 이 자리에서 해 주시고, 이와 같은 회의 결과를 라 통역을 통하여 파울 소장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
"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성주의 제안에 5진 회원 대부분이 손뼉을 치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동조를 했으나, 라 통역의 온건한 주장을 지지하는 3진과 4진 일부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
럼 저는 오늘 회의에 '청원서에 대한 답신 촉구 1일 입갱 거부안'을 정식 안건으로 동의합니다."
"
, 재청합니다."
   성주의 동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더덜이 김춘성과 백한식·김대성이 손뼉까지 치면서 소리쳐 재청했다.
"
, 그럼 재청이 있으니 동의안이 성립되었습니다. 반대 동의나 수정 동의가 있습니까? 없으면 찬반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사회자인 오한규 부회장이 참석자에게 묻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치회 부회장인 3진의 최태영이 "없습니다" 하고 소리쳤다.
"
표결은 거수로 하겠습니다. 반대동의안이나 수정동의안이 없으니, 답신 촉구 1일 입갱 거부안에 대해 찬성하는 분 손들어 주세요."
백여 명의 회의 참석자 가운데 일흔 일곱 명의 찬성으로 동의안이 통과되고 회의는 끝이 났다. 성주는 밤늦게 열린 회장단 회의에 언권회원 자격으로 참석해 오한규와 최태영 부회장을 도와 라 통역을 통해 파울 소장에게 전달할 통고문과 회의록을 새벽까지 작성했다.


Home  > 나지라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장편소설 : 나지라기 제1회 7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4 3185
101 장편소설 : 나지라기 제2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4 2192
100 <소설> 나지라기 제3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4 2055
99 <소설> 나지라기 제4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4 1832
98 <소설> 나지라기 제5회 1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5 2117
97 <소설> 나지라기 제6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5 1784
96 1<소설> 나지라기 제7회 3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5 1899
95 제8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6 1896
94 제9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6 1818
93 제10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7 1963
92 1제11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7 1132
91 제12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8 1079
90 제13회 2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8 1188
89 <제14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9 984
88 <제15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29 957
87 제16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30 1134
86 제17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30 1340
제18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01 1173
84 제19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01 1199
83 제20회 한겨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02 954
약관 | 운영진 | 비번분실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입금통보규칙 및 계좌 | 관리자메일
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동포 언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