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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349회 작성일 13-01-05 21:12

본문

 
마침내 알스도르프에서의 새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은 화물차를 빌려, 화물차 운전면허가 있는 강일의 도움으로 먼 길의 이사를 마치고, 집 정리를 한 다음, 레크링하우젠에서 먼저 옮겨 온 옛 광산동료를 초청한 집들이 잔치에, 이사 온 집에서 백 미터도 채 안 떨어진 곳에 사는 알스도르프 터줏대감이라는 김성구 내외를 초대했다. 김 선배는 광산 계약근무를 마치고, 아헨에 있는 전자회사 필립스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인은 명문 전주여고 출신으로 아헨과 알스도르프 중간지역인 바덴베르크에 있는 광부공제조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였다.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며 이십 년 가까이 알뜰하게 아끼고 모아 집을 하나 장만했는데, 워낙 낡아서 돈 들어가는 데가 많다고 엄살을 떨었다.
손님들이 다 돌아간 후, 오복이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성주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당신도 결혼하지 말고 일찍 서독에 와서 간호사하고 결혼했으면 고생을 덜 했을 텐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와 결혼해서 혼자 벌어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고생이 많네. 참 안됐어. 지금이라도 영주 씨한테 가면 고생은 면할 텐데---“
혼자 구시렁거리는 오복의 말에 성주는 펄쩍 뛰었다.
또 영주 이야기야. 이제 그만해. 다 끝난 일을 왜 다시 끄집어내? 그리고 나, 하나도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지금도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좋은 일만 생각해, 알았어? 여보?“
그나저나 영주 씨는 왜 통 소식이 없지? 왠지 오늘은 영주씨가 보고 싶네. 당신 영주씨한테 이사한다고 연락했어?“
아니, 아직 못했는데, 차차 하지 뭐---“
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하기로 한 영주와의 약속을 꼬박꼬박 지키면서 이사 소식도 알렸지만, 오복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그럼 전화번호 나한테 알려줘. 전화도 나왔는데, 이사한 거랑 전화번호 알려주고 한 번 놀러 오라고 내가 전화할께.“
당신이?“
? 내가 영주 씨와 통화하면 안되는 비밀이라도 있어?“
사람도 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내가 전화번호부에다 적어 놓을 테니까, 한 번 해보든가.“
참 이상한 일이야. 옛말에도 시앗을 보면 부처님도 돌아앉는다는 데, 난 왜 영주 씨가 보고 싶지?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오복은 혼자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러는 오복이 고맙고 대견하게 보여 성주도 따라 들어가 설거지를 도왔다.

시청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사에 따른 어수선한 오복의 마음이 안정을 찾은 것 같아서,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일요일 오전, 성주는 오복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맞으며 알스도르프 중심가에 있는 한인교회를 찾아갔다. 집에서 천천히 걸어 십오 분 거리였다. 교회에는 광산기숙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김정렬 집사가 예배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몇 사람은 낯선 사람들이어서 소개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장 목사 내외가 차에서 내려 교회로 들어왔다. 성주가 마중을 나가 인사를 하니,
아하, 한군! 드디어 왔군. 반갑네! 반가워. 내 이 박사한테서 한군이 아헨으로 온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는데, 드디어 교회로 나왔군.“
하면서 장목사는 성주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성주가 오복과 아이들에게 눈짓을 해 인사를 시켰다.
, 이 분이 안식구이신가? 낯선 땅에 와서 고생이 많으시겠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니까, 열심히 살다 보면 복을 받게 마련이지. 아무쪼록 부부가 정 좋게 살아요. 그리고 이 두 아드님은 그새 많이 컸군. 내가 기억을 하지. 둘째 아드님이 우리 보쿰교회의 성탄절 잔치에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노래를 했지? 그때는 조그마한 애기였는데 어느새 많이 컸군.“
장 목사 내외는 성주네 식구가 아헨교회에 나온 것을 크게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예배시간에 둘러보니 교인이 채 열 사람도 안 되었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장 목사 내외는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되는 보쿰교회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서둘러 눈길을 떠나갔다. 보쿰교회 예배가 끝나면, 거기서 또 두이스부르크교회로 간다며, 점심은 달리는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마라톤 목회였다. 독일 종교청에서 장 목사에게 목회를 맡긴 한인교회는 모두 일곱 군데, 그래서 일요일에 세 군데의 교회, 토요일에 세 군데의 교회를 순방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보조목회자가 윤번제로 장 목사가 못 가는 교회의 예배를 인도하는 실정이었다.
사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 목사가 눈길을 떠나자, 성주는 교인들이 간단하게 준비한 점심을 함께 먹으며 교회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구월과 시월에 광산 노동계약이 끝난 교우들이 무더기로 귀국하고, 또 일부는 뒤셀도르프 만네스만 공장에 취직되어 아헨을 떠나는 바람에 교회가 이렇게 횅댕그랭하다며,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은 모두 우리 교회의 터줏대감들이라고 김정렬 집사가 소개했다. 쉰 살이 넘었는데도 고운 여인의 자태가 남아 있는 김연순 집사는 장애아학교 교사인 독일인 남편과 살며 아헨 시내에 있는 루이젠 호스피탈의 수술실 수간호사로 근무하고 있고, 서른 살 중반으로 보이는 신정금 집사는 의사인 독일인 남편과 함께 아헨 시내에 이비인후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간호사, 서른 살가량 되어 보이는 박윤자 집사는 아헨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석사과정에 있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아헨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마흔 살은 되어 보이는 김용철 선배는 독일인 부인과 결혼해 살면서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했고, 김정렬 집사는 광산 계약이 연장되어 알스도르프에서 삼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지얼스도르프의 에밀 마이리쉬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아헨지역에 지금 사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성주가 물으니 김정렬 집사가 한참 생각을 하다가 답했다.
유학생들은 빼고, 지금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합쳐서 한 삼백 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아헨지역에 한인교회가 또 있습니까 ?“
콜샤이드에 병원선교협회의 장로님이 성경공부를 이끄는 모임이 있고, 요즈음 와서 순복음교회 목사라는 분이 신학교를 다니면서 아헨지역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며 애를 쓰고 있지만 힘든 모양이에요.“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삼백 명이라? 자녀까지 합치면 사백은 넘을 것 같고---, 그럼 전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전도활동은 안 합니까?“
인제 해야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교회는 전도가 좀 힘들어요.“
아니 왜요?“
모두 한 번씩은 우리 교회 나왔다가 떠난 사람들이니까요. 전부터 빨갱이 목사 교회라는 소문이 나서 교민들이 꺼리는데다가, 광주사태 때 목사님의 설교 내용이 너무 격렬해서 놀란 몇 가정이 또 교회를 떠나면서 더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 다들 우리 교회 나오기를 꺼려요.“
그럼 그 사람들이 병원선교협회나 순복음교회로 갈 거 아닙니까 ?“
그것도 아니에요. 거기는 독일교회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교회여서 재정을 모두 교인들이 분담해야 하니까, 그 부담이 싫어서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해요. 우리 교회는 독일교회 소속이니까 교회관리비나 목사님의 봉급 말고도 다른 비용들을 모두 종교청에서 지급하니까 교인들의 부담이 없다시피 하죠. 사실은 그래서 광부들이 많이 모였었는데, 이제 다 귀국하고 나니까 이렇게 쓸쓸해요.“
우리 교회가 교민들에게 준 나쁜 인상을 바꾸면, 전도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하여튼 연구를 좀 해봅시다.“

교인들과의 대화를 끝내고, 수북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오복이 성주에게 핀잔을 주었다.
당신은 교인도 아니고, 오늘 처음 나간 사람이, 말끝마다 우리 교회 우리 교회 하면서 뭐 하려구 전도에 관심이 그렇게 많아? 그냥저냥 사람 사귈 겸 해서 교회나 다니면 되지.“
아이들 때문이라도 앞으로 계속 나갈 교회니까 우리 교회지, 그럼 남의 교회일까?그리고 사람 사귀는 재미도 사람이 많아야 좋지, 오늘 보라구, 교인이 그렇게 적으니 너무 쓸쓸하잖아?“
하여튼 나는 당신이 너무 나서는 것 싫어.“
그래 알았어. 나서지 않을게.“
눈밭에서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성주는 한 곁에 오도카니 서서 구경만 하는 오복에게도 눈을 한 웅큼 쥐어 뿌리며 장난을 걸었지만, 오복은 머리와 어깨에 묻은 눈을 털면서 추우니까 어서 집으로 가자고 아이들을 재촉했다.
                               74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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