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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169회 작성일 13-01-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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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의 정치이념과 예언자적 혜안으로 설치된 대신들의 협의제도인 의정부와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감찰하고 탄핵하는 사헌부-사간원-홍문관 등의 정부조직은 국가권력을 왕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대신들의 의결사항을 집행하는 행정수반으로 왕의 권력을 제한하는 탁월한 국가경영 방책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조선왕조의 통치권력은 왕이 행사한 것이 아니라, 성리학이라고 하는 정치이론으로 무장된 이들 사대부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이들 사대부가 행사하는 정치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강력한 왕권통치를 하고자 했던 태종의 골육상쟁 반정과 세조의 정권찬탈이 있었지만, 이들 사대부가 갖고 있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곧 당시 역사의 의지였기 때문입니다.
성균관을 정점으로 하는 전국의 향교와 서원으로 연결된 유림을 통해 사대부들이 갖고 있었던 국가사회지배세력은 실로 흥선대원군의 강압적인 서원 철폐와 파격적인 인재 등용으로 유림의 기초가 무너지기 전까지 오백 년 조선사회를 강고하게 지배해 왔습니다.
영조, 정조 때에 이르러 청나라를 통한 서구와의 접촉은 일부 학자들로 하여금 <실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정립하는 노력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새로운 사회지배세력으로 성장하기에는 그 토양이 너무나 척박했습니다.
성호 이익, 지봉 이수광, 반계 유형원,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걸출한 실학자들의 정신과 이념을 물려받은 갑신정변의 주역들이 삼일천하의 역적으로 좌절하고만 안타까운 사건은, 바로 이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들 스스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강고한 지배권력의 원천이었던 사대부 세력이 쇠약해지면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새 지배세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겨레는 또 한 번 ‘외세종속’이라는 반세기의 치욕을 겪었습니다. 일제 강점 서른다섯 해와 미국에 종속되었던 광복 이후 열여덟 해는 곧 외국의 권력이 우리를 지배했던 치욕의 세월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점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우리 내부로부터 성장하여 나오지 못할 때에는 언제나 외세의 지배를 받는 종속국가로 전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승만 정권에서 장면 정권으로 이어지는 열여덟 해동안, 우리 사회는 냉전의 주역 아메리카합중국의 필요로 양성된 60만 대군이라는 군사력을 갖게 됩니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임에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의 역사관으로 세계를 보는 아메리카합중국의 번견으로 길들여진 집단이 바로 당시 한국군 장교들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사회에서 이들과 같이 튼튼한 배경과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춘 집단은 달리 없었습니다. 이들이 공백상태인 사회지배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었습니다.
사회적 지배세력을 갖추지 못한 민주당 정권이 단명으로 끝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통치권력은 사회를 지배하는 힘을 가진 세력이 행사해야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516 군사쿠데타로 실질적인 사회지배의 힘을 갖고 있던 군부가 통치권력을 행사하는 군사독재가 시작됐고, 그 후 열일곱 해 만에 그 정상에 있던 박정희가 살해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힘은 군부가 움켜쥐고 있으며,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도 군사문화입니다. 따라서 이를 대치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세력이 성장할 때까지는 당분간 한국의 통치권력은 군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이들 군부 통치 세력이 그들의 필요 때문에 육성하고 있는 자본가 집단에게 옮겨갈 것으로 저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들 자본의 연대세력은 이미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가열차게 진행되면, 군부의 통치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고, 이에 대체하여 자본연대세력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언으로 이만 끝을 맺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오 ?“
성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물었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된 시대는 유사 이래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 후 그 혁명의 추동력이었던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 됐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혁명을 갈망하는 민중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지배계층이 역사의 주인으로 올라앉아 더 무거운 새 짐을 민중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을 뿐입니다.
민중은 역사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는 물결입니다. 막히면 고이고, 고이면 흘러넘치게 마련인 물결일 따름입니다. 따라서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다! 주역이다!하는 말은 민중대열에 앞장선 지식인들의 선동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을 통하여 이미 경험했습니다.
노동자와 농-어민들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저도 원합니다. 결국은 또 새로운 지배계층을 탄생시키는 일이 되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라도 그런 세상이 한 번 왔으면 합니다.

자본가들의 세력이 왕성해져서 지배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자본의 속성과 필요에 따라 노동자를 양산하게 되겠지요. 이 노동자들이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조직을 갖추게 되면, 다음 시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노동자 집단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고, 그때에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치세력이 곧 집권세력이 되겠지요. 그런 뜻에서 저는 여기 모이신 지성인들께서 역사의 흐름을 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그때를 대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외람된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만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민주화운동을 역사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전개하라! 으음 그렇게 보니 앞으로의 정국 전개 과정이 확연하게 보이는 것 같군. „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목사가 성주를 건너다보았다.
~ 오천 년 한국역사를 그런 시각으로 개관하니까, 감옥생활 두 해는 그저 한낮의 노루 잠같은 하찮은 것이구먼.“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간사였던 나이 많은 유학생도 열적은 웃음을 지으며 성주에게 공감을 표했다. 참석자들의 담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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