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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88회 작성일 12-12-29 19:43

본문

 
부활절 연휴 마지막 날에는 도시락을 싸 들고 온 식구가 판타지아란트로 놀러 갔다. 클라우젠호프에서 독일어 강습을 받고 있는 외국인들이 다 함께 버스로 가기로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려면 미리 신청하라는 사무장 뮐러부인의 연락을 받고, 열흘 전에 등록해 둔 터였다.
점심 도시락은 클라우젠호프에서 준비한다고 했지만, 오복은 비위가 약해서 버터나 치즈가 들어간 독일음식을 싫어하는지라, 오복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만든 김밥과 밑반찬을 네모난 오 층 찬합에 차곡차곡 담아 들고 나섰다.
버스 안에는 두 딸과 막내아들이 있는 연수동기생 김융 내외가 앉아 있었다. 가족을 같은 무렵에 초청했던지라, 가족이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아이들도 저희끼리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월인데도 아침부터 눈이 내리더니 판타지아란트 앞에 버스가 도착할 무렵에는 제법 수북하게 쌓였다. 그래도 놀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오복이 아침에 눈 내리는 걸 보고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갖고 온 앙고라 털의 반코트를 입혔는데, 그 모습이 꼭 눈밭을 뛰어다니는 토끼같이 귀여워서, 성주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눈이 쌓였지만, 햇빛이 나면서 날씨는 온화했다. 외국영화에서나 보았던 화려한 치장을 한 회전목마를 타고 빙빙 돌며 오복과 아이들은 신바람이 나서 떠들어댔고, 내리막 물길로 떨어지듯 달려 내려오는 인디언 보트를 타면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즐거워했다.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봉우리를 치솟아 올라갔다가 무섭게 내리닫는 곡예열차는 보기만 해도 무섭고 겁난다고 오복과 준기가 뒷걸음을 쳐서, 타고 싶어하는 윤기를 달래어 서부개척시대의 서부열차를 탔다. 한국의 만화영화에도 자주 나와 눈에 익은지 아이들은 신이 나서 카우보이 흉내도 내고 인디언 소리도 질러가면서 성주의 카메라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
귀신 동굴에 들어가서는 겁 많은 오복이 몇 번이나 눈을 감고 성주에게 안겨왔고, 오복을 닮아 겁이 많은 준기도 울상을 지으며 빨리 나가자고 졸랐다.
아라비안나이트 동굴에서는 윤기가 해설자가 되었다. 아라비안나이트를 다 읽었는지, 곤돌라를 타고 들어가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눈 앞에 나타나는 괴물들과 동물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엄마 아빠와 동생에게 들려주면서 으스댔다.
봐이킹 배를 타고 작은 호수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물속에서 갑자기 불쑥 올라오는 악어와 하마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오복은 모처럼만에 깔깔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 듣는 오복의 밝은 웃음소리에 성주는 비로소 부부의 사랑과 가정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느님! 오늘의 이 행복한 느낌, 오복의 저 환한 웃음이 끊어지지 않고 늘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성주는 난생처음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풀어놓을 자리를 찾으니 마땅한 곳이 없었다. 모두가 놀이시설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이 붐벼서 한적한 공터가 보이질 않았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윤기가 앞서서 달려가며 소리쳤다.
엄마! 저기 중국거리 뒤에 좋은 자리가 있어!“
따라가 보니 과연 작은 공터에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탁자와 그 양쪽으로 기다란 통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넌 참 눈도 밝다. 어떻게 그 먼 데서 여길 다 봤니?“
오복이 윤기의 재빠름을 칭찬하며 도시락 보따리를 탁자 위에 놓았다.
아빠, 저기 장호네 오네.“
이번에는 준기가 아빠를 부르며, 역시 도시락 펼 자리를 찾으며 오고 있는 장호네 식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장호야! 이리와! 여기야!“
준기가 제 또래 장호를 소리쳐 불렀다.
, 여기 좋은 데가 있었군.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
성주의 손짓을 따라 가까이 온 김융이 짐짓 격식 차리듯 오복에게 물었다. 기분이 들떠있는 오복은 김융이 들고 있는 도시락을 받아들면서도 딴청을 부렸다.
안 되겠는데요. 다른 데를 찾아보시죠.“
두 집 도시락을 탁자 위에 풀어놓으니 제법 푸짐한 식탁이 되었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떠들썩하니 말을 주고받으며 점심을 먹었다.
계영아! 계한아! 학교공부는 재미있어?“
오복이 윤기보다 두 살 위인 계영과 윤기 동갑네인 계한에게 김밥을 건네주며 물었다.
.“
계집애들이라 그런지 수줍음을 타며 겨우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귀신 동굴 무섭더라, 너는?“
준기가 장호에게 물었다.
, 나도 무섭더라.“
남자들이 그게 뭐 무서워, 겁쟁이들.“
계한이 말참견을 했다.
누나도 무서워서 소리 질러놓고---“
내가 언제?“
하면서 계한은 얼굴이 빨개져서 윤기를 살짝 훔쳐보았다.

윤기는 공부 잘하니?“
, 잘해요. 산수는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잘하구요. 다른 과목도 잘해요.“
계한엄마의 물음에 윤기는 으스대며 대답을 하고 나서 계한에게 말을 걸었다.
밥 먹고 우리 마술 구경가자.“
마술구경? 그거 어디서 하는데?“
계한과 계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으응,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입구 큰 집 앞에 마술 쇼라고 쓰여 있더라 두 시부터래.“
그래? 얘는 또 언제 그런 것까지 봐 두었어.“
오복은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은근히 추켜세웠다.
엄마도 마술 쇼 보고 싶은데, 우리 다 함께 가자!“
아이들끼리 주고받은 이야기가 오후 일정이 되어 두 집 식구가 다 함께 두 시간가량의 마술 쇼와 원숭이들의 재롱을 구경한 뒤, 판타지아란트 전역을 공중에서 돌아보는 모노레일 열차를 타고나서 귀가 집합장소인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오복은 흥겨운 표정이었다. 목욕탕에 들어가 아이들을 씻겨 내 보내고 나서 그 물에 몸을 씻고 나온 오복이 성주에게 빨리 씻으라고 재촉했다. 성주는 마지못한 듯 일어나며 짐짓 투정을 부렸다.
당신이 등을 밀어주면 씻고, 안 그러면 안 씻을 거야.“
갑자기 왜 이러셔? 그것도 사랑의 표현인 모양인데, 까짓 거 뭐 그럽시다.“
오복은 싫지 않은 듯 곱게 눈을 흘기며 성주를 따라 들어와 간지럼을 태우며 등을 밀어 주었다.
아하, 기분 좋다! 마누라가 등 밀어주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평소의 성주답지 않은 너스레에 오복도 기분이 좋은 듯 부엌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손길이 날렵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리아가 층계를 쿵쿵거리며 올라오면서 미처 방문도 열기 전에 소리쳤다.
성주! 준기가 신문에 났다아~“
성주가 묻기도 전에 마리아는 들고 온 레데 신문을 성주 앞에 펼쳐 놓으며, 준기가 레데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몸을 흔들며 웃어댔다.
유치원 교실 바닥에 두 다리를 양쪽으로 벌인 편한 자세로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준기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어 놓고 그 옆에 큰 글자로 ”한국어린이가 그리는 또 하나의 고향”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그 밑에 한성주라는 지멘스 중앙기술연수원의 연수생이 한국가족과 함께 레데에 들어와 살고 있다며, 이는 레데 시가 생긴 이래 최초의 동양인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들은 인텔리 가족이어서 아이들도 영리해 독일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교 이 학년에 편입한 큰아들은 불과 석 달 만에 모든 학과공부를 따라가고 있으며, 특히 수학은 학급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끝에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를 레데에서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해,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여기 레데를 또 하나의 고향으로 오래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격려의 말까지 덧붙였다.

댓글목록

triumph님의 댓글

triump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평범한 가족의 행복한 생활 들이 눈에 보이네요, 읽는 저도 행복 했읍니다
독일 의 생활이 얼마나 가족중심 으로 엮어나가는지 여자 분들 한테는 유리한것 같읍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계속 좋은 글 써주세요.

한겨레님의 댓글의 댓글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비로 출판할 능력은 없고, 한국출판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도 아닌 것 같아서, 한국에서의 출판은 시도도 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독일어 시집의 츨판작업을 하고 있는 독일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기에 독일어로 번역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연금술사님의 댓글의 댓글

연금술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번에 들어설 박근혜 정부하에서는 출판이 힘들꺼 같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밌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시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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