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795명

제63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225회 작성일 12-12-28 20:32

본문

 
부활절 연휴의 토요일에 보쿰의 태오 내외와 성규가 통지도 없이 들이닥쳤다.
태영 아제가 기차도 안 닿는 두메산골이어서, 보쿰 나들이가 쉽지 않을 거라구 하더니만, 여긴 정말 두메산골 다름없네. , 그래 신접살림 재미에 깨를 얼마나 볶았소?“
떠들썩하게 너스레를 떨며 성규가 승용차 트렁크를 열고 주섬주섬 짐을 내렸다. 십 킬로그램 들이 쌀 다섯 포, 깡통 고추장 다섯 통,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왜 된장 세 봉, 샘표 진간장 세 병, 소면 열 봉지, 새우젓 두 병, 삼양라면 두 상자에 흰 가래떡 한 뭉치까지 한국 식품을 꾸역꾸역 내려놓았다.
서독에 온 지 보름 만에 성주에게 이끌려 보쿰교회의 성탄절 예배에 참석했다가, 태오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서로 알게 된 태오내외와 성규를 맞이하기 위해 아래층 현관문까지 내려온 오복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이것들이 다 웬 거예요?“
형수, 이 두메산골에는 한국 식품 파는 데도 없다고 하기에, 오는 길에 형수 서독 오신 걸 축하하는 뜻에서 싣고 왔으니, 어서 안으로 들여놓읍시다.“
반죽 좋은 성규가 오복보다 앞서 내려놓은 한국 식품들을 이 층으로 들어 날랐다.
이사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무리 집들이 초대를 기다려도 소식이 없기에 그냥 한번 찾아왔어요.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요?“
이 박사 내외가 현모양처의 표본이라고 극구 칭찬할 만치 말이 별로 없이 다소곳한 자태에 부지런하면서도 알뜰한 작은 체구의 태오 안사람 장영옥이 생긋 웃으며 오복에게 다정스레 인사를 했다.
, 잘 오셨어요. 그런데 그냥 오시지 않고 뭘 이렇게 엄청나게 갖고 오셨어요?“
이건 다 성규 조카님이 가져온 거예요. 저희는 그저 서독에서 부자 되시라고 거품 잘 나는 가루비누 두 통 달랑 들고 온 걸요.“
다들 이렇게 고맙게 해 주시는데, 저희는 너무 멀고 차도 없어서 교회에도 못 나가고 그러네요.“
별말씀을, 차도 없이 이 먼 데서 교회에 나오시면, 저희가 더 괴롭지요.“
태오가 듬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점잖은 말씨로 오복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부활절을 성탄절로 착각한 거 아냐? 웬 선물이야? 이게 다. “
식품들을 모두 부엌에 들여놓고 거실에 둘러앉자 성주가 영문을 물었다.
실은 우리 한마음조합에서 한국 식품 판매도 시작했거든, 그런데 지난번 조합원 회의에서 조합창립유공자인 형에게 감사의 뜻으로 한국 식품을 좀 가져다 드리자고 결정했거든, 그러니 아무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줘.“
한마음조합에서? 난 그동안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아직도 조합원 자격이 있나?“
무슨 말이 그래? 형의 연극 때문에 우리가 모여서 만든 조합이잖아. 그러니 최고 공로자는 형이지. 최고공로자를 빼놓는 단체도 있나?“
성규는 한국 식품을 싣고 온 연유를 설명하다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오복을 향하여 배를 쓰다듬으며 배고픈 시늉을 했다.
형수, 점심밥 좀 빨리 챙겨줘유. 시동상 배고파 죽을 지경이유.“
어마, 내 정신 좀 봐. 이 시간에 도착하려면 아직 점심 전일 텐데---.“
오복이 후다닥 일어나 부엌으로 종종걸음을 치는 뒤를 따라 영옥도 부엌으로 갔다.
히히~! 이래야 우리 남자들끼리 이야기 좀 하지.“
성규는 싱겁게 웃고 나서 한마음조합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마음조합은 태영, 성규, 성주, 태오가 주동이 되어 연극 <사흘째 되는 날> 공연이 끝난 다음 날 태오의 집에서 태동하였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보쿰교회의 강영구 집사가 자신이 고안하여 직접 쇠를 깎아 조립한 가래떡 시계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에 성규와 태영이 합자하여 사 가지고, 인근 한인단체와 한인교회들의 행사 때마다 주문생산하는 한편, 명절 때에는 각지의 광산기숙사를 찾아다니며 가래떡을 파는 동안에 점점 수요가 늘어서, 연극 <사흘째 되는 날>의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을 모두 끌어들여 <한마음 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수익금을 모두 조합기금으로 적립하여 뜻있는 일에 쓴다는 것이 조합의 목적이었다.
성주는 한마음 조합 회지 창간호에, “한마음”이란, 조합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한 마음(一心)아 아니라,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이신 원효 스님께서 주창하신 한마음(一心之源)을 말한다. 당시 중국으로부터 <금강삼매경>이 신라왕실에 전해졌는데, 신라왕이 이 경전의 강론을 왕실의 국사 대안 스님에게 청하자, 대안 스님이 답하기를 “저는 감히 이를 강론할 만한 학식이 없습니다. 우리 신라에서 이 경전을 강론할 능력이 있는 학자는 원효뿐이옵니다.“하고, 오늘날 국가학술회의 격인 <백고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비주류인 원효 스님을 추천했다. 왕명을 받고 서라벌에 온 원효 스님은 이 강론 서두에서, “금강삼매라 함은 삼매의 가장 깊은 경지를 말함이며, 삼매라 함은 참선수행의 경지에 깊이 도달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 무릇 수행자는 금강삼매를 통하여서만 <한마음 一心之源>에 돌아갈 수 있다. 라고 풀이하셨다. 다시말해서, <한마음>은 진리를 갈구하는 수행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자성불自性佛>이니, 우리 한마음 조합원 하나하나는 모두 진리를 갈구하고, 진리를 향하여 매진하는 자성불을 그 마음속에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쓴 적이 있었다. 교회식구들의 모임에 웬 부처님 이야기냐고 반발을 하는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원효 스님은 종교를 떠나서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이라는 성주의 설득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때마침 그 무렵 장 목사도 원효 스님의 가르침을 가끔 설교에 인용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한마음 조합이 한국 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큰 밭을 빌려서 무, 배추, 파를 생산하는 농장을 운영하겠다고 성규는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공동경작, 공동판매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조합기금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농작물은 조합원 가정에 무상분배한다는 계획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나지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2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5 01-13
21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9 01-14
20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0 01-15
19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8 01-16
18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4 01-17
17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3 01-18
16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7 01-19
15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0 01-20
14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0 01-21
13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0 01-22
12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2 01-23
11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8 01-24
10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5 01-25
9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6 01-26
8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5 01-27
7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0 01-28
6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8 01-29
5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6 01-30
4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3 01-31
3 한겨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1 02-01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