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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re] (유럽에서의) 아이의 종교교육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민거리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2,767회 작성일 02-09-22 10:40

본문

아이가 유럽에서 학교를 가기 시작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어느날 점심경에 집에 온 아이가 그날 학교에서 한 황당한(?) 경험을 하나 들려주었다. 그 사연인 즉, 그날 종교시간이 있었는데, 몇몇 아이들은 다른 반으로 가서 수업을 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반에 그냥 남아 있었으며, 자신은 밖에 나가 홀로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그 학교에서는 종교시간에 기독교와 관련해서 신교와 구교에 대한 (분리)수업과 이슬람에 대한 수업을 동시에 나누어 하는데 아이들이 (실지로는 부모들이 ^^) 가진 종교에 따라 수업을 다르게 들을 수 있으며, 나의 아이의 경우 종교선생님이 보기에 아마도 불교를 믿는 집에서 온 줄 알고 아이를 배려해(?) 홀로 있게 한 것이었다. 처음 그 학교에 입학을 시킬 때 미리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 비록 우리집에선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이가 종교시간에 참여해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미리 말을 해둔적이 있어서 이것은 좀 황당한 경우였었다. 그때도 교장선생님은 미리 지레짐작으로 우리를 불교신자인줄 생각했고, 불교수업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학교 입학식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몇몇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터어키계의 아이들이랑 한반에서 공부하는 것에 반발해서 반을 새로 나누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었단다, 시상에. 여하간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이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또 나름대로의 생각도 있어서 그 다음날 학교를 찾아갔다.

수업 시작하기전 담임선생님을 뵙고 그 전날 아이가 한 경험에 대해서 그리고 아이의 종교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나눌 수가 있었다. 비록 나와 와이프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이가 여러 종교시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린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요지였는데, 그 이유는 첫째, 후일 아이가 종교를 필요로 할 지 안할지 우리 부모로서는 지금 단언할 수가 없고, 또 어떤 종교를 선택할 지는 철저하게 아이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부모의 역할이란 선택의 가능성과 폭을 가능한한 넓혀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로 이야기한 것은 아이에게 부모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양한 여러 문화, 종교권에서 온 아이들에게 우리집 아이가 오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히 이러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다른 종교에 대해서, 또 그 종교에 깔려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이해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에 선생님께서 동의를 하셨고 다음시간부터 아이는 종교시간에 참여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역시 아이의 종교교육이란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듣고오면 으례 여러 질문들을 집에서 늘어 놓는다. 때로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야 하고 또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역시 때로 나의 관점과 해석방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의 눈에도 거짓말같이 들리는 것들, 그럼에도 어떤 종교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에 부닥치면 한마디로 난감하다.

독일에 오고나서 가끔 학교에 가면 재미난 여러 이야기들을 듣게 되기도 한다. 때로 담임선생님의 하소연이 따라 붙기도 하는데, 터어키 출신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 특히나 종교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잘못(?)했다가는 그 다음날 엄청 몰려드는 터어키 부모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담임선생님은 내가 동의해 주길 은근히 바라고 또 그분의 기독교적인 신앙이 오펜하이트의 문제에서 타당한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경우 어떤 이야기를 하기가 한마디로 난감하다. 결국 나 역시 오펜하이트의 문제를 강조할 수 밖에는 없다. 한번은 학부모 회의 시간에 이 문제가 붉어지게 되었고, 공연히 그 논의에 끌려들어가서 기회가 되면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었다. 이것 역시 얼마나 난감했었는지, 나 스스로 불교신자도 아니기에 말이다. 하지만 불교가 관용의 종교로서 보통 이해되어 지는데, 이 부분을 만약 내가 잘 설명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좋은 일이겠지.

비록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에 대해 신경을 쓰고 고려를 해야하는 것은 바로 위에 든 집아이의 경우처럼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종교를 가진 다른 이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네들과 함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세상에 있는 종교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 워낙에 다양하니 무식한 머리와 없는 시간으로 충분히 어떤 지식을 소화하고 또 나름의 관을 형성하는게 장난이 아니다 ^^;; 그럼에도 아이 덕분에 벌써 훌훌 털어버린 종교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되다니 ^^ 물론 (서양)학문이라는 것이 이리저리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들에 있어, 특히 신에 대한 (신존재증명을 포함한 개념사적, 영향사적) 이해는 내가 보건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머리로 하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것은 좀 다른 차원의 일이겠지.

지금껏 공부를 하면서 솔직히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즉 어떤 학적인 주장이 또는 명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보다 나은 것으로 대체되거나 수정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태도가 없으면 결국 독선에 빠지고 이론의 발전가능성 또는 자기전개를 스스로 차단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런 태도가 흔히 통하지 않는 세계, 바로 종교의 세계를 접하게 되면 한마디로 난감하고 머리아프다. 이런 나의 고충을 미리 짐작해서 그리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개인적인 친분으로 몇번에 걸쳐 방문을 해서 장시간 머물다 온 이태리수도원에 가면 그곳에 계신 수도사들께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시지도 않는게, 그리고 일요일 미사참여를 요구하지 않는게 너무도 고마울 뿐이었다. 물론 그곳이 이전에 신학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라 책이 아주 많은데, 수도원 도서관 열쇠를 주시며 필요한 책을 가져다 보라하시는 여유(?)와 세련된 배려에도 탄복을 한다 ^^ 암튼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 비록 여러 종교를 가지고 있고 또 성직의 길을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가급적 종교에 대한 이야긴 하지 않으시려 피하시는 또는 배려하시는 모습들이 좋을 뿐이다. ^^

아이들이 가진 특색이자 장점은 오펜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이 오펜한 모습이 지켜지고 가능한한 보다 넓고 세련되게 발전해 가는 것이다. 어떤 종교를 가진 아이랑도 친구가 될 수 있고, 공차기를 하며 골하나를 넣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종교관이나 세계관의 차이라는 것은 일단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것을 아이 스스로 체득해가기를 바란다. 저번 목요일날에 터어키 친구의 집에 가서, 그리고 금요일엔 독일 친구의 집에가서 맘껏 놀고 오는 아이의 모습에서 이젠 오히려 내가 무언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이의 종교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 또는 종교교육에서 필요한 것, 그것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서로 배우며 나누는 자세를 키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능하면 가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자라는 세상에선 부디 종교로 인한 분쟁이나 전쟁같은 것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넘 멀리간 것인듯하다. 하지만 내 아이가 그러한 행위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비인간적인 것인가를 스스로 알게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와 친구의 가족에게서 역사의 아이러니로 인해 눈물이 나는 것을 바라는 그런 야속한 친구가 되어서는 아니되겠지. 아이들의 천진난만하며 서로에게 열려있는 태도, 이것은 너무나 값진 것이고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견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믿음으로 천국문과 지옥문이 갈라지고 또 이것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세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면, 글쎄 너무 끔찍하지 않은건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또 다른 길을 간 듯이 보이는 예수와 니체가 똑같이 어린아이처럼 되라고 가르치는 것, 이것은 아이러니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커서 이 양자의 길을 스스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라고, 또 스스로의 답을 찾아내야 하겠지.

이 글을 쓰는 중에 아이가 학교에 돌아와서 숙제를 한다고 책을 꺼내든다. 이국땅에서의 아이 교육이라니 그참. 어차피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겠지. 오늘의 글은 막간을 이용해서 혹이라도 나와 같은 처지와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해 함 적어 보았다.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배울 게 참 많다는 것을 한번더 느끼면서 그리고 아이의 눈속에 비친 세상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

(글을 올리기 전에 아이에게 종교시간에 배운 것에 대해 물어보니,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 그리고 반틈은 믿을만했고 반틈은 믿을만하지 않았었다네요.)




구르는돌 :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 아이에게 종교를 주는 것보단, 아이가 직접 선택하기 위한 기회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는 것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200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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