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271명
매매 혹은 숙소나 연습실 등을 구할 땐 벼룩게시판을 이용하시고 구인글(예:이사구인/화물구인)은 대자보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정보 가치가 없는 1회용도 글은 데이타베이스지향의 생활문답보다는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업체실명언급시 광고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교육 독일에서 자녀교육에 거는 희망과 고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반푼수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3,418회 작성일 02-09-22 10:34

본문

70% 대 30% ,  처음 독일생활 초창기 때에 나름대로 책정한 이상적인 나의 자녀교육 지침 비율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식 70%에 독일식 30%로 잡은 것이었다. 나는 먼저 아이들에게 언어와(한국말) 생활습관(예의범절)에 초점을 맞춰 나가기로 했다. 한국사람이면 모든 것에 앞서 어디에서 살던 어디서 자라고 있든 한국말을 하고 글을 쓰며 한국의 예의를 배워야 함은 두말이 필요 없는 기본이니까. 내 나라에서 살면 당연한 기본적인 것들이 여기선 당연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을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보내고 집에서는 가능한 한 우리말로 대화하며 고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부편지를 올리도록 하였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나의 계획은 실천단계에서 번번이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매주 토요일, 몇 시간에 불과한 한국학교는 많은 기대를 할 수 없었고 집에서 쓰는 언어도 내가 근무 나가고 나면 이웃에 사는 한국가정도 없어 어울릴 친구들이 없다보니 아이들이 한국말로 대화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자연이 저들 편한 독일 말을 쓸 때가 더 많았다.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들을 자주 한국에 보내는 것인데 나에겐 불운이 다가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우리와 가까이 지내는 어떤 가정은 자녀들을 해마다 한국에 보내고 가끔 할머니도 오셔서 한 일년씩 계시다가 가신다. 그 집 자녀들의 유창한 한국말은 나를 늘 부럽게 하고 한편 주눅 들게 만들었다.

7살에 독일에 온 딸애는 우리말의 풍부한 단어는 구사 할 줄 몰라도 그냥 괜찮은데 독일에서 출생한, 혀가 유연하게 돌지 않는 막내아들의 한국말은 유럽 악센트가 가미되어있어 옛날 이승만 박사를 생각나게 했다. 외국에 살아도 똑떨어지는 한국사람으로 키우고 싶던 나의 바램은 점점 멀어지고 나타나는 성과는 기대치에 미칠 수 없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어하고 나는 나대로 불만이 쌓이고 초조해져갔다. 처음 책정한 계획은 경험과 정상을 참작하여 이제 50% 대 50%로 수정되었다.

나는 독일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가끔 있었는데 여러 번 버르장머리(?) 없는 애들을 보았다. 김나지움 다니는 나이인데도 제 부모가 들어와도 일어나지 않고 소파에 앉은 채로 "구텐 탁" 요런 호로 아들놈들, 한일이면 열 일이지,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하기야 조부모도, 부모도 다 "너(du)"니까 상하가 없으니 맞먹을 수밖에. du scheisse 라는 말은 있어도 Sie sscheisse는 없다. 독일도 옛날에는 어른들께 "Sie"라고 했단다. 요즘은 제 부모 이름을 부르는 가정도 있다나. 요지경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환경에서 기를 못 펴고 자라서도 아니 되고  자유스런 환경에서 자식들을 구김 없이 밝게 키워야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있어야한다. 어른 애도 구별 못해서야 되겠는가. 독일아이들한테 무조건 물들까 걱정되어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한테 약간의 면역을 주입시켰다.

밖에서 집에 돌아오면 나는 내 열쇠로 문을 열지 않고 꼭 초인종을 누른다.
그것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맺어진 일종의 신호이다. 첫째 음악 볼륨을 한 옥타부 낮춘 다음, 발딱 일어나서 현관까지 나올 것!   둘째,,,,,,셋,째,,,, .

한번은 우리 집에 온 아들 독일 친구들이  물어 보드란다. "네 부모님은 집 열쇠가 없느냐고." 아들의 설명을 들은 그 친구들도 이제는 우리 집에 놀러와 있을 때는 저희들도 일어나서 나를 반긴다. 근무를 간다든지 밖에 볼일이 있어 나갈 때도 마찬가지, "나 ,,,,에 다녀오마." 한 마디에 쪼르르 현관까지 나온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기분 좋게 집을 나선다.

자식한테도 공것을 바라면 안된다. 그 답례로 나도 아이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얼른 일어서서 반기고 외출할 때면 현관문까지 나가서 볼에다 진하게 <쪽> 해주며 배웅한다. 통통통통,,,,기운 있게 층계를 내려가는 발자국소리를 나는 즐겨 듣는다.

어려서 독일에 와서 자라며 학교에 다니고 또 여기서 출생한 아이들을 순 한국식으로 키운다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일, 되도록 한국의 예의범절을 익히며 키우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부모 외에는 어른이 없는 가정구조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른공대를 배울 수 있는 현실에 적합하게 따라주지 않았다.
한 예로, 어른한테는 "진지 잡수세요." 하는 거다 하고 일러줬더니 그날저녁 딸애가 밥 푸는데 옆에 와서는 아, 글세 "제 진지는 콩을 많이 넣어서 퍼 주세요."  그날저녁 우리는 눈물이 나게 웃었다.

아니 어떤 점은 독일에서 배울 점도 많다. 시간을 잘 지킨다던가, 부모한테 무조건 의지하지 않고 자기 일은 스스로 처리하게 한다던가, 누가 왔을 때나 어느 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까지 일일이 악수하며 반겨 준다던가, 아이들 말을 끝까지 열심히 들어준다던가,,,,,, 등등
한국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점만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죽자 사자 자식들한테 지나치게 많이 해주고 또 지나치게 많이 되돌려 받으려고 한다. 단것만 받아먹어 쓴맛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단맛만 아는 자식으로 키우는 한국부모들도 많다. 자식들의 관심사를 종종 귀담아 듣지 않으며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부모생각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 나 자랄 때는, 나 학교 다닐 때는,,,하면서 실감도 나지 않는 말로 아이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여기서 살면서 한국의 좋은 점은 내 스스로 지키며 아이들한테 가르치고  독일의 좋은 점은 받아드리려 노력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식, 여기까지는 독일식, 그렇게 금을 그을 수는 없으니 내 자식들이 편협 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 깐깐하던 처음 계획이 뒤바뀌어 이제는 30% 대 70%로 내가 많이 후퇴했지만 아직까지 나를 슬프고 허망하게 하지 않고 나름대로 따라와 주는 자식들이 고맙다.

* 생각나는 단면들을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교포 들 뿐만 아니라 유학생 님들께서도 자녀를 두신, 앞으로 두실 분들이 많으시라 여기며 우리가 외국에서 자식을 키우며 갖게되는 희망과 고민을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설픈 제 글이지만 베리 가족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좋은 한 주가 되시기 빌면서 이만 총총 저는 들어갑니다.



  
고민거리 : 참 좋은 주제를 꺼내셨네요 ^^ 사실 위의 문제가 저의 골을 항상 째비고 있었습니다. 반푼수님의 논의에 두눈과 귀를 활짝 열고 함 따라가 보겠습니다. 2002/07/29  
자유로니 : 님의 말씀처럼 외국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함께 나누면 좋겠어요. 많은이들에게 크게 참고가 될겁니다. 반푼수님 정성들인 글 잘 읽었습니다. 2002/07/29  
추천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생활문답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921 생활 얼 그레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9 04-13
2920 생활 벨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0 04-13
2919 생활 낮에뜨는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6 04-12
2918 생활 최용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9 04-11
2917 생활 큰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6 04-11
2916 생활 GE엄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1 04-11
2915 방송 andbeyond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5 04-10
2914 생활 Spark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4 04-10
2913 생활 Malere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3 04-10
2912 생활 토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3 04-10
2911 생활 김성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2 04-09
2910 보험 superm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6 04-09
2909 생활 tl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9 04-09
2908 생활 이석용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0 04-09
2907 생활 다알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4 04-08
2906 생활 almal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5 04-08
2905 차량 angel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9 04-08
2904 생활 Koly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5 04-08
2903 비자 positiv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7 04-08
2902 방송 임영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0 04-08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