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독일유치원에서 생일잔치 치르기

  작은 아이 생일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입니다.독일에서 처음해 보는 것들은 뭐든지 무섬증부터 납니다.그래도 어른이니까 꾹 참고 난관을 뚫고 나가긴 하죠. 유치원 생일잔치도 그러한 난관중의 하나입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생일잔치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아예 안해버릴까 싶기도 합니다. 문제를 이렇게 비겁하게 해결하면 안될 것 같지요? 그래서 어쨋든 생일잔치를 하기로 우리아이들과 미리 얘기를 해뒀습니다.

유치원에서 누구 생일이라 생일 음식을 먹고 온 다음이면, 항상 우리아이들은 "오늘은 누구 생일이었는데,감자튀김도 먹고 촛불도 불어서 껏다" 하며 상황을 대충 얘기해 준답니다. 우리 아이가 말해준 것들을 다시 한번 곰곰히 되씹어 보았어요.

제일 큰 걱정은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하나하는 거예요. 독일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제가 독일식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독일 아이들이 가장 잘 먹는 감자 튀김도 할 줄 모르거든요. 그래서, "할 수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스스로 격려하며, 우리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바로 주먹밥과 잡채이지요. 마침 우리유치원의 이번 학기 주제가 "세계 여러나라"이니까 새로운 것을 맛보는 것도 교육적으로 유익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먹밥 두 접시, 잡채 한 접시, 냉동된 케이크를 녹여서 그날 아침에 유치원으로 직접 배달을 했지요. 아주 분주한 아침이었어요. 미역국 끓여 먹는 건 점심으로 미뤄 두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 놓고, 서둘러 아이들입에 쏙쏙 들어갈만한 크기로 주먹질(?)을 하며 갖가지 재료로 색을 내고 ...

엄마가 이렇게 먹거리에 정성을 쏟았었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알아주기나 할는지,그것도 독일에서....
유치원 마칠 시간에 맞추어 빈 접시들을 가지러 갔더니, 선생님께서 " 아주 맛있었다. 모두 다 먹었다. 아주 새로운 것이었고,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하더라구요. 그리고 우리아이들도 아주 만족스러워하구요. "엄마, 다 먹고 나서 아이들 전부 '진우 당케,당케 진우'했어. 진우 생일 덕분에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서 그랬나봐."큰 애가 저한테 말해 주더군요.

음식을 준비한 사람은 다른 건 중요하지 않지요. 음식을 먹은 사람이 맛있게 먹으며 깨끗이 그릇을 비우는 게 최고의 찬사이지요. 아무튼 보람찬 하루였어요.

주먹밥 만드는 법을 모르는 아줌마, 아저씨들을 위해서 간단히 조리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밥물을 조금 작게 부어 밥이 고슬고슬하게 지어져야 합니다.
    아니면 밥통에 남아 있는 식은 밥으로 해도 됩니다.
2. 밥이 되는 동안 식성에 맞게 촛물(설탕, 식초, 소금 적당히)을 만들어 둡니다.
3. 주먹밥의 맛과 색을 낼 여러가지 재료를 준비합니다. 냉장고를 뒤져보아 남아
    있는 음식 및 반찬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예:나물, 김치, 소세지, 계란, 멸치
    볶음, 김....) 몇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를 하지요.
    
# 멸치 고추장 주먹밥 : 말 그대로 밥에 촛물을 붓고, 멸치(남아있는 멸치 볶음도  
사용 가능)와 고추장을 넣어서 비비면 됩니다.
# Schinken 마요네즈 주먹밥 : 아침에 먹다 남은 Schinken(베이컨, 소세지도 사용
가능)이 한두장 냉장고에 남아 있다면 처치 곤란이지요. 이때 식은 밥 한덩이에
schinken을 잘게 썰어 넣고, 촛물을 넣고, 마요네즈를 적당량(밥이 질어져서 모양
새가 나빠지지 않을 만큼)넣고, 양파를 쫑쫑 잘게 다져 넣습니다. 그런 후 비비
면 되지요. 마요네즈 대신 케찹을 넣어도 됩니다.
# 김 단무지 주먹밥 : 촛물과 단무지를 잘게 썰어 넣고, 김을 부셔 비빕니다.


4. 모든 재료를 밥알 크기만큼 잘게 썰어야 합니다.그래야 모양이 나지요.
5. 비닐 랩을 잘라서 손바닥위에 놓고, 밥 한숟가락씩 떠서 랩으로 싼 다음 동그
    랗게 조물조물 주물러서 예쁜 접시에 담아 놓으면 끝!!!

*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할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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