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축구로 치면 운동장을 넓게 쓰는 편이다. 인구 백만넘는 도시가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쾰른밖에 없다. 인구10만이상의 도시에 사는 독일인은 1/3밖에 안되며, 인구1만명미만의 마을에 독일인 1/3이 산다. 그래서 이런 독일에 사는 동포들의 경우 예를 들어 학교는 쾰른대학을 다니더라도 사는 곳은 쾰른시 외곽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복잡한 표현 동원할 필요없이 "bei"라는 편리한 단어를 쓰면 간단하다.

Wo wohnst du?
너 어디 사니?

Ich wohne in Huerth bei Koeln.
나는 쾰른 인근 휘어트에 살아.

내 경우도 지금 사는 곳이 Velbert라는 곳이다. 독일사람도 그곳이 어디냐고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펠버트 산다고 해서는 충분한 답이 못된다. 그러므로 간단히 bei Duesseldorf라는 말을 달아주는 것이 좋다.


짧게 끝났으므로 하나더 맛보기.

독일에서 최고의 맥주행사는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이다. 이 다음으로 큰 것이 니더바이언주의 슈트라우빙이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고이보덴축제이다. 옥토버페스트가 상업화되었다면, 고이보덴은 아직도 압도적으로 지역주민이 참가한다. 약 1백만이 참가하는 규모이고 한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9월말 10월초에 열리는 옥토버페스트까지 기다리기 힘든 배낭객들은 이 고이보덴축제에 도전해 볼일이다.

나는 올여름 이 고이보덴의 맥주천막(Zelt라고 하지만 사실 천막은 아니다. 임시가건물이긴 하지만 번듯하게 지어진 집들이 많다)에서 우글거리는 사람들틈에서 맥주를 마셨다. 의자는 길죽한 Bank 형태인데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한테이블에 줄지어 앉아 술을 마시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갈 때이다. 맨안쪽에 앉은 한 독일아저씨가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마침 갓자리에 앉아있는 내게 황급히 독일어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MuB ich stoeren?
이거 방해 좀 해도 되것수?

이 순간 한가지 깨달음이 뒷통수를 쳤다. 허락을 구하자면 duerfen이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러므로 격식을 차리면 Darf ich Sie kurz stoeren? 이런 식으로 써야 할 것이지만 실전에서는 뭔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아저씨 말을 듣고 무엇이 일말의 쯥쯥함이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Darf를 쓰면 가끔은 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정말 즐겁게 맥주마시고 있는 나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거다. darf고 뭐고 그 아저씨는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저 자리에 앉자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 할수없이 실례좀 하자는 그런 입장인거다. 이때 할수없이 함, 어떤 강제적이고 피동적인 입장을 표현하기 위해 darf가 아니라 muB를 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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