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어의 욕은 항문기에 고착
(언어학자 한스-마르틴 가우거와 슈피겔 대담 정리)

독일어의 욕설은 다른 유럽 언어와는 크게 구별된다. 로만어에서는 무언가 부정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성적인 것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에서는 'Joder'가 성교의 통속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괴롭힌다는 의미를 가진다. "No jodas"는 직역하면 "Voegle mich nicht(날 씹하지마)"이지만 "날 괴롭히지 마"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는 독일인에게는 완전히 낯선 방식이다.

이탈리아와 같은 카톨릭 국가에서 섹스를 언급하는 것은 큰 타부를 깨는 것이며, 특히 Porca Maria같이 성이 종교와 관련될 때는 금기 파괴의 효과가 엄청나다. 물론 이러한 욕을 일상적으로 자주 쓰고 듣게 되면 그러한 효과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프랑스어에서는 여성 성기인 con이 욕에 자주 사용되고 이는 점점 발전해서 deconner는(미친 짓), connerie(멍청한 짓) 등으로 파생되기도 하는데 독일어에는 이런 표현이 전혀 없다.

▶ 똥, 오줌으로 욕하는 독일어

이에 비해 독일인들은 주로 똥이나 오줌과 같은 배설물을 욕으로 사용한다. "Arsch(엉덩이)", "Arschloch(똥구멍)", "Scheisse(똥)" 같은 용어가 사용되는데, 로만어에서는 이런 용어를 가끔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이런 표현이 주종을 이루는 것은 독일어 뿐이다.

같은 게르만어인 영어에서도 성적인 표현인 "fuck off"가 쓰이는데, 이는 독일어에서는 "verpiss dich(오줌싸라)" 등으로 번역되는 편이 적당하다. 즉 영어의 성적 표현이 독일어에서는 배설물 표현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바로 독일의 이웃인 네덜란드에서도 욕은 성적 표현으로 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는 독일은 하나의 고립된 섬과 같다.

이제는 독일이건 유럽이건 간에 성에 대한 담론은 더이상 금기가 아니다. 이제는 예전과는 반대로 신앙과 죽음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려 하지 않지만, 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인의 욕은 성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이에 대해 미국 언어학자 알랜 던데스는 "독일인이 항문기에 고착되어 있다"면서 "이는 독일이 역사적으로 후진적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독일인의 욕설은 부정적인 것(배설물)을 부정적인 상황에 사용하는 것이며, 이는 다소 환상이 부족하고 투박한 것일주는 있으나 도덕적으로 비판할 것은 아니다.

최근에서는 독일 젊은이들도 욕을 쓸 때 배설물이 아니라 성적인 표현을 써가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이제 "엿먹였다"고 할 때 "verarschen" 대신 "ficken"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fick dich ins Knie"같은 표현도 쓴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학적으로 매우 새로운 것이다.

▶ "구린내나는 손가락"

그러나 이러한 변화 가운데에서도 성적인 표현을 배설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보인다. 한 예로 가운데 손가락을 쳐드는 것을 욕을 독일어에서는 "Stinkefinger(구린내나는 손가락)"이라고 한다. 이러한 제스춰가 처음 나온 로만어에서는 강간을 위협한다는 성적인 의미 만을 가지는데 비해 독일어에서 이것이 배설물과 관련되고 나아가 남성들 간의 항문 섹스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에서 이 제스춰는 다른 측면으로 보면 호모섹스 타부와 연관되는데, 이를 많이 사용하는 남자는 이성간 섹스를 강조하여 자신이 호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는 군대 내무반에서 여자의 벗은 사진을 많이 걸어놓아 자신이 호모가 아님을 강조하려는 심리와 비슷하다.

- 정리: 고스라니 베를린천사 1999년 11월 1일 제 4호

추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