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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이야기]독일어에 얽힌 이야기는 뭐든지 좋습니다. 독일어 배우다 실수한 체험담도 공부에 도움이 되겠죠.

위버게스턴?

페이지 정보

작성자 snook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165회 작성일 13-04-16 22:22

본문

일요일, 예배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데,
독일 생활 30 여 년 만에 처음 들어 보는 이상한 단어가 귀를 자극하네요.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보다 생각하며 넘겼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단어가 곧 다시 되풀이되는 거예요.

Übergestern...
Übergestern?

순간 머릿속에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
Übermorgen 이 내일에서 하루가 지난 거니까
위버게스턴은 게스턴에서 하루 지난 오늘??
하지만 heute 를 일부러 위버게스턴이라고 말 할 사람은 없겠지.
아하, 위버모르겐이 오늘을 중심으로 이틀 뒤니까,
위버게스턴은 오늘을 중심으로 이틀 전이로구만...

이 단어를 말한 사람은 그 날의 설교자인 마클씨였습니다. 
설교자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예배 진행을 하며
목사 대신 설교문을 읽는 사람에 불과해요.
독일어로 Lektor 라고 하는데, 한국에도 이런 역할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Lektor 니까 설교자라기 보다는 낭독자라고 해야 옳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Epistel-Leser, 즉 복음서를 읽는 낭독자와 헷갈릴 수도 있고...

아무튼 이들에겐 설교문을 직접 작성할 권한이 없습니다.
설교 시간에 교회 강단에 서서 목사가 써 준 설교문을 읽을 뿐이지요.
문맥을 바로잡거나 단어를 동의어로 바꿀 수는 있지만,
내용은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해요.

Lektor 중 어떤 이는 스스로를 가리켜 Leseknecht, 즉 '글 읽는 머슴'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농담삼아 하는 표현입니다만...

Lektor 에게는 성찬식을 이끌 권한이 없습니다.
결혼식, 세례식, 장례식을 인도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며칠 전, 목사가 견진례 수업의 연장으로 해당 학생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어요.
그래서 Lektor 가 대신 예배 진행 및 설교를 맡은 것입니다.

마클씨가 예배를 주도할 때면 난감하기 짝이 없어요.
특히 설교 시간이 문제죠.
평소에 사투리가 매우 심하고 말투가 어눌해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인데,
강단에 오르면 그야말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지금까지 겪어 본 목사나 Diakon, Prädikant, 그리고 다른 Lektor 들은 모두
정확한 발음과 장단, 악센트 등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듣기에 불편이 없었는데...

억양이나 발음 조절은 연설하는 이들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일 터인데,
마클씨의 경우는 지극히 드문 예외라고 해야겠죠.
 
마클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평신도들을 긴장시켰습니다.
Regeneration 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re, re, renegeration... 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줄거리가 끊기고 엉뚱한 길로 가 버렸는데,
짐작컨대 원고 한 줄을 건너 뛰고 읽어버린 모양입니다.

또, "ob Jesus an (잠시 침묵) der Stelle~"

마클씨의 침묵은 듣고 있던 신도들의 호흡까지도 멈추게 하는군요.
an 과 der Stelle 사이에는 마침표도 쉼표도 물론 없었겠지요.
하지만 줄이 바뀌었기 때문에 멈칫했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설교 시간 내내 stottern 의 연속이었어요.

놀랍게도 그는 하웁트슐레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수학은 국어(독일어)와 달리, 긴 문장을 낭독할 기회가 드문 과목이니
별 문제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을 가르치는 이가 언어 표현을 또렷하게 하지 못한다면...?

마클씨에게 Lektor 수업을 권유한 사람은 전임 목사였습니다.
항상 교회 일에 시간과 열성을 아끼지 않는 그에게
언어 장애를 극복하게 해 주고자 참으로 열심히 권고했었지요.

마클씨는 성인이 되어서도 Logopädie 훈련을 꽤 오래 받았지만
성과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마클씨가 Lektor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얼굴색이 환해졌어요.
어눌한 상태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그가 한 번에 쏟는 문장이 길어지더군요.
교회의 중요 직책을 맡게 된다는 기대감이 작용을 했는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을 쌓는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보통 사람들이 1 년이면 끝낼 코스를 그는 3 년 이상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통과했을 때, 놀랍게도 일상의 대화에서 말떨림이 거의 사라졌어요.
빠르지만 않을 뿐, 매우 긴 문장을 부드럽게 연결해 가며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다만, 글을 낭독할 때는 예전의 더듬는 버릇이 여지없이 튀어나오는 게 문제였어요.
그래도 그가 시험에 통과하자마자 목사는 즉시 그에게 설교 낭독을 맡겼습니다.
첫 낭독을 위해 며칠간 훈련도 직접 시켰다고 합니다.

전임 목사가 전근을 가고 새 목사가 부임한지 15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열다섯 달 동안 마클씨는 Lektor 로서 설교문을 읽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새 목사가 교회에 적응하느라, 휴가 때를 제외하고 모든 예배를 혼자 돌보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바로 그날, 거의 반 년 만에 다시 신도들 앞에 선 마클씨,
휴식이 길었지만 그동안에도 연습을 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듣기 힘든 건 여전했지만...
 
나는 마클씨가 설교단에 설 때마다 한숨을 쉬곤 했었죠. 
그가 낭독을 하는 날은 예배 마치고나면 피곤이 몰려오거든요.

그날 커피를 마시며 옆에 앉은 중년 신도에게 물었습니다.
설교 내용을 다 이해했느냐고...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마클 선생이 낭독할 때는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듣는데도 많이 놓치게 되죠." 
아, 독일인들도 마찬가지로군요...

우리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건너편의 중년 남자가 거듭니다.

"대단한 사람이에요. 마클씨...
저 양반이 설교대에 설 때면 존경심이 절로 솟아나요."

문득, 나는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배 시간 내내, "지루하고 머리 아프고 피곤하구나.
평화를 얻기 위해 교회로 왔는데 오히려 두통을 얻어가네~"
라며 투덜거리고 있었으니...
 
대화를 나누건 글을 소리내어 읽건, 낱말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또박또박 발음하면
글자 나열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이해에 방해가 됩니다.
적당한 속도를 주면서 숨 쉬는 자리를 제대로 찾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야만 소통이 원활해지거든요.

그러나 마클씨 처럼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상황이지요.
자신이 읽기에 약하다는 걸 스스로 아는 지라,
되도록 정확히 또박또박 발음하려 애쓰다 보니 오히려 더듬는 빈도가 잦아지는 듯해요.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문을 낭독할 때는
긴장감 때문에 더욱 곤욕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위버게스턴으로 돌아가기로 하죠.^^
만약 외국인이 위버게스턴이란 말을 썼다면 어땠을까요?

친한 독일인이 그걸 듣는다면, 잘못된 표현이니 바로잡아 주려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일인들끼리는 그냥 듣고 있네요.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 뿐이니까...

독일인들이 잘못된 독일어를 쓰는 걸 듣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이 우리 외국인들에게 결코 위로가 되지는 않죠.
우리 역시 한국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어 자체가 참 어려운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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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nooker님의 댓글

snook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터넷을 뒤져 보니,
위버게스턴이란 말을 vorgestern 과 혼동하여 잘못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혹은 장난삼아 일부러 쓰는 젊은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현재 독일어를 배우시는 분들은 부디 이런 거 흉내내지 마시기를...^^

snooker님의 댓글

snook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인들이 잘못 쓰는 한국말 가운데 대표적인 게
'가르치다', '가리키다' 와 '부치다'  일 겁니다.
외국어를 가르치다, 손으로 가리키다, 편지를 부치다, 부침개를 부치다...
주로 '가르키다', '붙이다' 로 잘못 쓰이지요. 특히 글씨로 표현할 때...

'손을 씻는다' 대신 '손을 씻힌다 (시친다)' 라는 말도 들어 봤는데,
이북 사투리라는군요.
심지어 '섞어서' 를 '썩어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썩다니... ㅎㅎ
이와 비슷하게 '볶아서' 를 '뽁아서' 라고 하기도... 복자음이 뒤바뀐 현상입니다.
글자로 이렇게 써 놓은 걸 종종 봤어요. 베리에서... ㅠㅠ

하지만 우리끼리는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 뿐이죠.
고쳐 주려 하면 오히려 눈흘김을 당할 수도 있어요. ㄷㄷ
그런데 외국인이 그런 말을 한다면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섞어서' 와 '썩어서 (부패)'... 차이가 엄청나잖아요.^^

snooker님의 댓글

snook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일요일에는 Konfirmation 행사가 있었습니다.
스무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견진성사를 받는데,
목사 옆에서 이를 도와 주는 분이 바로 마클씨였습니다.

안타깝고 조마조마한 일이 또 발생했네요.
"Melanie, du hast diesen Konfirmationsspruch ausgesucht."
이 문장을 앞의 이름만 바꿔가며 스무 번 반복해야 했던 겁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선택한 성경 구절을 낭독하고...

세 명까지는 그런대로 진행이 됐는데, 네 번째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Koma-famations-s-spruch" 라고 튀어나왔는데,
중간에 앉아 있던 어린이가 그만 흉내를 내고 말았어요.
많은 이들이 웃음을 참으려 안간힘 쓰고,
마클씨 얼굴이 빨개지면서 빙그레 웃더군요.

그날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교회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예배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이지요.
그날은 자제들의 견진례 행사라서 특별히 참석했기에
마클씨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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