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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독일의 텔레비젼 (6부연재물 종합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영욱 이름으로 검색 조회 3,413회 작성일 02-03-06 19:34

본문

작성일 : 1999/08/03 조회수 : 400

■  독일의 텔레비젼-오늘의 영웅들(1)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우리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가? 전쟁에서 재능을 발휘했던 나폴레옹이나, 천재적 시인 괴테,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했던 간디와 같은 인물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들이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까?

지금은 정치가, 철학자, 문필가로서는 세계적인 영웅이 되기 힘든 것 같다. 적어도 록 콘서트에서와 같이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군중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그들을 열광시키거나, 가까이서 직접 한번 보고 옷자락이라도 만져 보려는 사람들로 인해 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정치가나 문필가가 우리시대에는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오늘날의 영웅은 마돈나, 마이클 잭슨, 클라우디아 쉬퍼, 보리스 베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 이웃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 겨우 알고 있는 사람들도 O.J.심슨의 결혼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훤하게 알고 있다.


우리 시대의 영웅들은 대부분 우리의 "즐기는 행위"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팝송가수가 그렇고, 영화배우도 마찬가지며, 패션 모델과 인기 스포츠선수도 여기에 속한다.

닐 포스트맨이라는 사람은 "우리는 죽도록 즐긴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현대인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인의 이러한 오락 지향 현상을 텔레비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쇄된 글이 지배하던 시기에서는 여러 사실들을 잘 저울질하여 차근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풍토가 가능했지만 텔레비전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러한 차분한 논리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간다고 주장했다. 포스트맨은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오락에 사람들이 마취되어 가고 있어 문화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예언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는 텔레비전은 그 성격상 오락적인 내용을 전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우리는 포스트맨의 시각의 바탕이 미국 텔레비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공공 방송이 있다고 하지만 그 역할은 거의 미미하고 사실상 상업 방송이 텔레비전을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회다. 텔레비전이 다른 어떤 매체보다 오락적인 내용을 폭넓은 대중에게 전하는 데 좋은 메체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이러한 오락적인 내용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결코 등한시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O.J.심슨의 재판에 관한 미국 텔레비전의 보도나 미국의 선거운동양상을 보면 이런 성격을 가진 텔레비전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포스트맨의 주장처럼 엄청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을 보고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가진 성격 전체를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논리다. 책이나 신문등의 인쇄매체가 텔레비전에 비한다면 복잡한 정치, 사회적 문제를 전달하는데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은 문화적, 교육적 소양부문에 있어 그렇지 않고는 복잡한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대중들에게도 그들이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텔레비전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텔레비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텔레비전은 어떤가? 오락적인 내용을 시청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쏟아 부어 시청자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부터 눈을 돌리게 하고 , 책임있는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가? 아니면 공정하고 충실한 보도, 뒷배경을 밝히는 깊이있는 내용들, 일반 서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문화 현상들을 텔레비전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는가?

이 글에서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하기는 힘들다. 우선 여기서 미리 전체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독일의 텔레비전은 몇 년사이에 미국의 텔레비전을 무척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성인의 하루 평균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3시간 정도이다. 하루 24시간에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잠자는 시간, 거리에서 오고 가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중에서 3시간은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거기에다 텔레비전이 정치적, 문화적 풍토에 미치는 영향(이 점에서는 우리가 닐 포스트맨의 주장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 있다.)을 생각할 때 텔레비전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점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무조건 금지가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예로부터 이미 여러 곳에서 증명된 바 있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도 '텔레비전 시청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글에서는 독일 텔레비전의 체제와 현황을 간단히 정리하여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텔레비전을 비판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기본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글에는 필자가 '방송개발원'8월호에 기고한 '독일의 텔레비전 방송체제와 현황'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  





■  독일의 텔레비전(2)-연방제적 방송체제

독일의 방송체제를 공,사영 이중체제라고 표현한다. 오랜 기간 동안의 공영 독점기간이 1984년 RTL의 방송 시작과 함께 끝이 나고 지금은 공영과 상업이 병존하는 이중체제가 된 것이다. 그 후 독일의 방송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고 이 변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나지 않았다. 그럼 우선 독일 방송의 근간이 되는 공영 방송에서 부터 시작하여 몇 개의 다른 방송사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독일의 방송체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선 독일에서 방송이 지방 각주의 소관 사항이라는 사실이다. 2차 대전 후 분할 점령된 독일에는 모든 독일 방송은 금지되고 연합군이 방송에 관한 주권을 장악했다. 서독 지역에는 1948년과 1949년 사이에 걸쳐 해당 점령군의 통제 아래, 혹은 해당 점령군에 의해 각 지역에서 영국의 BBC를 모범으로 하여 공영방송사가 설립되었다.

바로 이 지역 공영방송사들이 독일 공영방송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그후 신설 혹은 분할등의 과정을 거쳐 통독 후 (동독은 국영의 중앙집중적 방송체제를 갖고 있었다.) 현재 전국 (16개주)에 11개가 있다.

이들 중에는 한 주를 중심방송지역으로 하는 방송사(예를 들면, 노드라인-베스트팔렌주의 WDR, 바이에른주의 BR) 몇 개의 주가 공동을 맺은 협정을 바탕으로 설립된 방송사 (예를 들면, 북독 4개주가 참여한 NDR, 구 동독지역의 2개주를 포함하는 MDR) 2개주에 걸쳐 서로 다른 지역을 포함하는 방송사 (남부 독일 지역의 SDR, SWF)가 있다.


1950년 당시 지역 공영방송사들은 전국 방송을 위해 공동으로 '제 1텔레비전'이라고도 불리는 ARD를 구성하게 된다. 그후 설립된 지역 공영사들도 모두 이에 가입을 하는데, ARD는 '독일 연공 공영방송사들의 작업 공동체'(Arbeit-gemeinschaft der oeffentlich-rechtlichen Rundfunkanstalten der BRD)라는 긴 이름의 약자이다. 즉 ARD는WDR,NDR,BR등 지역 방송들이 서로 협력을 해서 공동으로 전국방송을 하는 채널이다.

각 방송사는 담당한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자신의 방송시설을 통해 송신한다. ARD를 보고 있노라면 한 그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WDR,SDR등 자막에 이를 방송한 지역방송사가 표시된다. 각 방송사는 자신이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혹은 구입 비용을 부담하며 내용을 독자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ARD는 공동협의를 통한 프로그램 편성과 공동명의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예를 들면, Tagesschau와 Tagesthemen은 공동명의로 제작을 하는데 관리는 NDR이 하고 있다.)등으로 인해 시청자에게는 일관성있는 하나의 방송으로 보인다.

지역 송영방송사들은 ARD의 일원으로 전국방송을 하는데 참여할 뿐만아니라 각자 자기 지역에서 단독으로 혹은 다른 지역 공영방송사와 공동으로 지역 방송도 하고 있다. 이 지역 방송은 현재 8개로 예를 들면 WDR이 WDR Fernsehen을 NDR과 Radio Bremem등 몇 개의 북독 지역 방송사가 N3를 방영하고 있다. '제 3방송'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 방송은 지역의 특성과 맞는 소수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방송량(시간)과 프로그램편성에 있어서 전국 종합방송과 거의 같은 성격을 띠고있다.

연방제적 방송체제가 헌법 차원에서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1961년에 와서이다. 당시 초대 총리인 아데나우어(기민련)는 지역 공영방송사가 사민당 선호 경향이 강하다고 판단을 하고 ARD에 대항할 수 있는 연방정부가 참여하는 민영텔레비전 방송사 설립을 시도하였다.

이 계획은 주들이 연방 헌법재판소 (이하 '연방헌재')에 재소를 하여 방송에 관한 주권이 각 주에 있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아 좌절된다. 연방정부에 대항, 방송의 소관사항에 대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주들은 같은 해에 ZDF(Zweites Deutsches Fernsehen : 제2의 독일 텔레비전)설립을 위한 국가협정(여기서의 국가는 주를 의미)을 맺는다.

1963년에 방송을 시작한 ZDF는 ARD와는 달리 단일 방송사로 전국방송을 하며 지금까지 ARD와 경쟁 및 협력관계(공동의 오전방송등)를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영의 성격을 띠는 방송으로는 ARD,ZDF, ORF(오스트리아), SRG(스위스)가 참여한 문화방송 3SAT와 프랑스(La Sept)와독일 (ARD,ZDF)의 공동문화채널 ARTE가 있다.





■  독일의 텔레비전(3)-방송의 균형성, 다양성, 독립성

독일 방송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불리는 1961년의 판결에서 연방헌재는 방송이 국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헌법 5조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는 언론매체의 자유에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따라서 국가(즉, 각 주)는 방송의  균형성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조치를 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후에도 연방헌재는 현재까지 모두 10번으 ㅣ결정, 판결등을 통해 방송정책에 관한 기본방향을 제시한다. 연방헌재의 판결을 바탕으로 각 주들은 '방송에 관한 국가 협정'을 맺고, 이 협정을 바탕으로 저마다 방송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는 방송법을 통해 방송의 균형성과 다양성, 청소년 보호, 개인의 명예보호를 의무화하며 이를 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상으로 방송사 운영에는 간섭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방송이 전체 사회의 여론과 욕구를 반영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독일 공영 각 방송사에는 방송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 위원회에는 사회주요단체(정당, 노조, 교회, 기타 사회단체)가 보낸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가 어떤 비율로 참여하는가는 주로 각 주의 방송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위원회는 우선 방송사 운영과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Intendant라고 불리우는 방송사 사장을 선출한다. 이와 함께 방송의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맞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위원회에서 정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로, 보통 한 주에서 오랜 기간 정권을 잡은 정당이 그 주에 있는 방송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라고 있다. 따라서 ARD 의 겅우 시사프로마다 어느 방송사의 것이냐에 따라 다루는 문제와 정치적 노선이 약간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WDR의 Monitor,BR의 Report)  

이를 통해 한 개의 방송안에 의견의 다양성이 지켜지며, 개별 프로그램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되는데, 이 점이 독일의 방송전문가들이 ARD를 모범으로 삼고 있는 영국의 BBC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두개의 공영방송이라고 평가하는 한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ARD는 전체적으로 볼 때 사민당, ZDF는 친기민/기사련이라고 평가되고 있으나 내용 분석을 통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차이는 미미하다.

독일의 방송정책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연방제에서 오는 특수성과 함께 -각 주들의 타협-유럽연합이라는 또 하나의 요인이 -각 국가들의 타협-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적 협력체제인 유럽연합은 방송을 경제적 측면에서(서비스업의 하나) 다루는데 반해 독일에서는 방송을 문화적(넓은 의미)측면으로 다루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하나의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연방제적 방송체재는 유럽연합내의 국가들 중 유일하다는 점에서 독일의 각 주가 갖고 있는 방송에 관한 주권이 계획된 유럽연합의 단일 시장화 과정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  독일의 텔레비전(4)-이중구조

  공.사영 방송의 이중구조-내부적 대 외부적 다양성

독일의 사영방송은 이웃나라에 비해 늦은 (영국 50년대, 이탈리아 70년대) 1984년에 도입되었다. 당시 많은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따랐는데, 1982년 좌파의 사민당/자민당 연립의 연방정부가 물러나고 기민련/기사련/자민당의 우파 정부가 집권하면서 정치적으로 사영방송 도입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자유경쟁체재의 강화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색채에 대한 우파의 불신등이 동기).

각 주에는 사영방송의 관리를 위해 매체관리실(Landesmedienanstalt)이 운영되고 있는데 (각 주마다 이름이 달라 이해를 힘들게 만들수도 있다. 예를 들면 NRW의 Landesmedienanstalt명칭은 LfR-Landesanstalt fuer Rundfunk)

주 경계를 넘는 방송이나 전국방송을 위한 협력을 위해서는 전국 매체관리실 대표자회의 (DLM)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전국방송이라고 하더라도 방송에 대한 허가와 관리는 최종적으로 방송사가 위치한 주의 매체관리실의 권한에 속한다. 매체관리실은 국가적 기관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방송위원회처럼 방송법에 의해 지정된 사회단체가 파견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사 이중체재라는 것은 단지 재정 조달의 원천과 조직적 측면에서 두가지 형태의 방송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넘는다.

독일의 공영은 TV수상기 보유가구가 의무적으로 내게 되어 있는 시청료(이를 각 지역 공영방송와 ZDF가 나누어 가진다)와 광고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는데 반해 독일의 대부분의 사영방송은 순수하게 광고 수입으로 운영되는 (혹은 Premire 의 경우처럼 따로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Pay-TV),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업방송이다.

독일의 공.사영 방송은 법적차원에서 규정된 방송의 임무도 서로 차이가 난다. 독일에서는 언론매체의 균형성과 다양성과 관련하여 '내부적 다양성'과 '외부적 다양성'이라는 두 개념을 쓰고 있다.

외부적 다양성은 인쇄 매체에 적용되고 있는 원칙으로 개개의 신문이나 잡지가 편향적인 의사를 대변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수가 존재하므로 시장원칙에 의해 전체적으로는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방송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내부적 다양성'의 원칙이 작용되어 한 방송(채널)의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욕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사영방송에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외부적 다양성'도 인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의 힘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있다. 한 방송사가 두개가 넘는 채널을 방영할 수 없고(그 중 하나만 종합프로그램 혹은 정보프로그램 채널),한 개인이나 회사가 한 방송사의 지분을 50%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법적(지분소유)방식과 한 방송사에서 갖는 '영향력'이라는 확인하기 힘든 애매한 기준에 의한 집중 방지 규정은 그 동안 실제에 있어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매체의 횡적 집중현상(인쇄매체,프로그램 제작, 판매, 방송채널 등이 한 개인에 횡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독일에서 이와 관련 Kirch그룹이 자주 거론된다. 연방 총리 콜과도 개인적 친분관계가 깊다고 알려진 이 그룹의 소유자 레오 키르히는 막대한 양의 프로그램 방영권 및 프로그램 제작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SAT1,KABEL1등의 채널과 인쇄매체그룹인 Springer출판사에 큰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PRO7에 대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법규 개정을 위한 협의가 주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예를 들면 종합시청률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제한),각 주들과 정당, 해당 방송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민당-공영체재유지 내지 강화 및 상업방송 집중방지, 기민련/기사련-공영축소 및 상업 방송 지원'이라는 정당의 이해관계와 경제적 측면에서는 예를 들면 NRW의 Bertelsmann입장옹호와 바이에른의 키르히 그룹 입장옹호를 들 수 있다.





■  독일의 텔레비전(5)-기술적 확산, 채널 배정

독일의 전체 가구 중 반에 가까운 1천 5백만여 가구가 유선에 연결되어 있고, 약 20%는 위성용 안테나를 갖고 있다. 유선 가입가구는 유선소유자인 텔레콤에 유선 사용료를 따로 내야하지만 위성 안테나를 사용할 경우 이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공영 ARD,ZDF 및 지역 공영방송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영 RTL 및 SAT1(두 사영방송의 수신 가능구구는 지상파, 유선 및 위성을 합해 전체가구의 약 90%)을 지상파 (가정용 안테나)로 수신할 수 있다.

가정용 안테나의 채널수는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규모 방송사로는 유선채널을 얻는 것이 많은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어떤 방송사가 어떤 채널로 방송을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각 주의 매체관리실 소관사항이기 때문에 각 주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주 매체관리실은 주내에서도 채널을 지역마다 다르게 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국경 지역에는 인접국가의 방송에 채널을 배정하고 특정 외국인 밀집지역에는 그 나라 말 방송을 배정하지만 다른 지역에는 같은 채널에 다른 방송을 배정한다.

현재 유선에서 일반 텔레비전 방송에 이용될수 있는 체널은 약 30개로 현재 유선을 통해 방송을 원하는 방송사 수가 이 숫자보다 많아 문제가 되고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의 예를 들면 자신이 방송허가를 해준 방송에 우선적으로 유선 채널을 배당하게 되어 있어 새로운 방송을 허가하고 나면 유선 채널 조정이 불가피하다.

유선에 가입된 가구에서 가끔 어느날 갑자기 한 방송이 없어지고 다른 방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독일의 텔레비전(끝)-읽는 문화,보는 문화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

사영 방송의 도입으로 그 전까지의 공영 독점시대가 종결된 후 10년이 지난 지금 독일의 방송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독일 사영 방송의 선발 주자인 RTL과 SAT1은 초창기의 저조한 시청률을 점차 개선시키기 시작하여 5-6년이 지난 1990년에는 시청률에 근거한 시장 점유율 (종합시청률)을 각각 10% 정도로 상승시켰다. 그 후에도 사영의 종합 시청률은 점차 증가하여 1993년에는 RTL이 18.9%로 두 공영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 해에 공영의 ZDF는 18.0%, ARD가 17.0%로 각각 2,3위로 밀렸는가 하면 SAT1는 14.4%로 4위를 차지하고 시리즈 물과 영화에 치중하는 PRO7은 특히 30대 미만의 젊은 층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소규모 사영방송은 모두 3%미만에 머물었다. 1994년에도 대체로 이 순위가 유지되는데 소규모 사영방송의 시청률이 증가했다.

RTL의 경우는 시청률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1993년에는 창설 후 지금까지 입은 손실을 모두 메워 독일 사영방송사로는 유일한 흑자 기업이 되었다.

RTL은 초창기 게임쇼, 누드쇼,소프트 포르노등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후, 점차 방영권이 비싸지만 시청률이 높은 인기영화, 윔블던 테니스경기등 스포츠 중계를 도입하고 시트콤 같은 인기 미국 시리즈물과 자체제작의 드라마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갔다.

RTL은 독일에서 최초로 일일연속극(구테 자이텐, 슐레히트 자이텐)을 도입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RTL은 이와 함께 공영의 기존 인기 방송인들을 좋은 조건으로 유치하는 방법등을 통해 시청률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 종합시청률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SAT1도 1위를 목표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최근 ZDF의 오락프로그램 책임자를 영입하면서 ARD와 RTL 에 있던 인기 진행자(토마스 곳샬케,하랄드 슈미트 등)들을 함께 영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공.사영의시청률 위상변화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영방송의 주 관심 대상이기도 한 광고 수입에서의 변화다. 공영은 1985년까지는 광고시장을 거의 독점했으나 1989년에는 시장점유율이 70%로 떨어지더니 4년이 지난 1993년에는 20%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공영의 광고수입 절대액수도 텔레비전 광고시장의 규모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점차 하락하여 1993년에는 1989년에 비해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후에도 ARD와 ZDF의 광고 수입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공영은 경비절감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영의 심각한 압박을 받고있다. 독일에서 공영 텔레비전은 방송법에 의해 평일에는 저녁 8시 이후와 휴일에는 전혀 광고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영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한 광고주들은 구매력이 강하고 구매 성향이 고정되지 않은 젊은 층을 광고의 목표로 하고 있어 시청자의 연령층이 높은 공영보다는 상업을 선호한다.

연방헌재가 1994년의 판결에서 방송을 자유시장 경쟁체재에 맡길 수 없다고 전제하고 공영을 통한 방송의'기본적 공급'을 위해 공영에 사영과 경쟁을 할 수있는 충분한 재정적 자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판결 내용이 정치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료 산정 심사를 맡은 KEF의 최근 제안에 의하면 1997년부터 현재의 월 23.80마르크에서 시청료는 28마르크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국복하기 위한 공영의 노력은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혹은 '공.사영 프로그램이 서로 닮아 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RD가 광고를 할 수 있는 저녁 시간 (8시 이전)에 일일 연속극을 도입한 사실이나, ZDF가 젊은 층을 위한 드라마를 늘인 것 등이 그 예로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공.사영 텔레비전간의 프로그램 내용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1994년의 경우 전체방송시간 중 정보.교양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ARD가 38%, ZDF가 45%인데 비해 사영인 RTL은 20%, SAT1는 17%, PRO7은 5%에 그치고 있다. 같은 정보프로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에 있어 사영방송의 프로에는 범죄 사건, 사고, 성과 관련한 흥미위주의 내용이나 '휴먼 터치'적인 성격이 공영에 비해 훨씬 강하다는 점도 공.사영간에 나타나고 있는 차이다. 상업 방송에서 보도 방송을 강화한다면서 최근 새로 신설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조명보다는 보도를 빙자한 선정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상업 방송의 도입이 부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공.사영방송을 비교해 보면 공영방송은 폭넓은 대중의 기호와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 해온 데 비해 정치 엘리트들의 욕구는 비교적 잘 반영해 주었다. Tagesschau나 Heute를 보면 각 정당 정치가들이 비교적 자주 등장하여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알수 있다.

공영 방송 독점시절에는 독일 텔레비전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평을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상업 방송의 도입으로 이제는 재미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늘었다. 또한 '거창한' 정치문제뿐만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Fliege, Hans Meiser등)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와 함께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공영방송에서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이를 보는 사람이 점차 적어진 것이다.

Monitor(ARD에서 방영되는 WDR프로그램의 진행자 Bednarz가 그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외국인에 대한 폭력 문제를 차근 차근 설명하고 있을 때,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같은 시간 SAT1에서 방송되는 ,잇몸을 아낌없이 드러내 놓고 웃기도 했다가 금방 눈물이 글썽이기도 하는 SCHREINEMAKERS가 소개하는 '신체 음밀한 부분의 헤어 스티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문화 매거진 Aspekt가 한 소설가와의 인터뷰를 내 보내고 있을 때 사람들이 제2세대 터미네이터에 숨막히는 추격을 당하고 있는 아놀드 슈와체네거에 먼저 눈길을 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방송제작자들이 서부의 사나이가 든 쌍권총보다 더 무서워하는 원격조정기를 손에 든 시청자들앞에서 한두 마디가 넘어가거나, 우리 편과 적을 분명히 가려주지 않는 어정쩡한 설명은 살아남기가 점점 힘들어 가고 있다.

현재 전체적으로 볼때 공영과 상업 방송이 차지하는 시청률이 반반 정도 나눠져 있지만 점차 상업방송이 우위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업 방송의 시청률 위주의 전략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독일인들의 정치적 참여도와 (예를 들면 높은 선거 참여)일반인들의 정보 수준이 높다고 평가된다면, 그것은 재미는 없지만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우수했던 독일의 공영 텔레비전 덕분이었을까? 정확한 크기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이라는 대답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업 방송의 성공과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 잡지의 '인쇄된 텔레비전'화 경향이다. 짧은 기사와 많은 화보를 싣고 있는 포쿠스가 유난히 긴 기사들로 유명한 슈피겔에 대항하여 성공을 거둔 것도 바로 이러한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의 전환'때문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1994년의 연방의회 선거전을 관찰해 보면 그 양상이 그 전의 선거에 비해 많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잇었다. 대중매체를 꺼리던 콜이 유난히 자주 텔레비전에 출연했고, 샤르핑과 함께 TV 공청회에 출연한 그의 부인이 샤르핑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구속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밥그릇을 다 비운 사실이 박스기사로 보도되는 우리나라의 언론 상황이나, 사생활 문제가 대통령 후보의 당략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언론 상황에서는 별로 이상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정당의 정책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온 독일에서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결국 이 선거는 Hans Meiser가 진행을 한 TV공청회에서 '정보의 고속도로'개발에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한 방청객의 질문에 독일 교통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고속도고'의 개선에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한 콜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이 선거 후에는 정치의 개인화, 선거전의 미국화 현상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독일의 텔레비전도 몇 년 혹은 십 수년 후에는 완전히 미국화가 될 것인지 등,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것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함께 방송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가지 가능한 것은 지금 수세에 몰리고 있는 공영 방송의 르네상스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는 양이 너무 많으면 정보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다중매체시대에 늘어날 엄청난 정보량으로 혼란스러워진 사람들은 이 정보를 선택해서 제시해 주는 , 특히 그 선택이 공정하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역량과 신뢰성을 가진 기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독일의 공영 방송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견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에 대한 승산이 낮지는 않다. 그러나 그를 위해 공영 방소, 혹은 독일의 방송 정책이 극복해야할 어려움도 적지는 않다. 이런 의미에서 1996년에 진행될 방송국가협정 개정을 위한 각 주들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자신이 지금 텔레비전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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