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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선진국독일 4] "환경=돈" ET산업 열매 영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겨레 이름으로 검색 조회 6,299회 작성일 02-03-14 15:45

본문

한겨레 2000.6.22

독일인들은 실리콘밸리발 `정보기술'(IT) 외에 `환경기술'(ET)의 해일에도 발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미래의 유망산업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정보기술산업과 생명공학산업을 들지만, 독일인들은 환경기술산업을 먼저 꼽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독일이 이미 세계 최고의 환경선진국으로 환경기술에서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아울러 앞으로 환경관련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기술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흔히 `환경산업'이라고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를 `환경기술산업'이라고 기술적 요소를 강조해 말한다.

녹색당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연방정부에 참여해 환경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위르겐 트리틴은 환경부 기관지 <공동의 대지> 최근호에서 “환경기술산업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우리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사민-녹색당 연립정부는 98년 출범 후 `환경친화적 현대화'를 중요한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이는 지구적인 환경위기 속에서 단순한 환경보호뿐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 향상 및 비용상의 이익”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트리틴 장관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기술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독일은 국내에 환경기술산업이 듬직하게 구축돼 있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관련 상품·서비스의 수출도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독일의 환경기술산업에는 1백만명이 고용돼 있고, 이는 자동차 산업의 고용인원을 넘어선다. 또 독일의 환경기술 기업 수는 1만개를 웃돌며, 환경기술 분야 수출액은 연간 500억마르크(약 27조원) 이상으로 세계 환경기술 시장의 2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독일 환경부는 추정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인 지멘스는 전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의 에너지 효율성을 최고 25%까지 높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노선관리시스템인 `메트로마이저'를 개발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공학기술, 전산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혼합한 이 시스템은 첨단 환경기술 상품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독일 환경부의 소개를 받아 돌아본 환경기술 기업들은 모두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태양광 발전장비 제조업체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졸라파브릭은 법인이 설립된 지 4년밖에 안됐으나 국내수요에 해외주문까지 쇄도해 하루 2교대 생산체제를 가동하면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었고, 이미 남아공에 지사도 냈다. 또 바이에른주 슈바바하 지역에 있는 유해폐기물 처리회사 에스에에프(SEF)는 폐기물 처리기술이 모자란 다른 나라의 폐기물까지 처리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자동차 엔진이 최고의 연료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산 소프트웨어, 생체 쓰레기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병원의 각종 의료기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양을 통제하는 시스템 등 각종의 환경기술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상품화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기술산업이 이렇게 앞서 달리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 환경보호용 상품이나 환경친화적 제품에 대한 국내시장이 일찍 형성된 데 힘입고 있지만, 정부의 환경정책도 크게 기여했다. 독일 국민들은 73년 남서부 삼림지대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인 뷜에서 포도재배업자들이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환경운동에 적극 나섰다. 그 영향으로 정부도 80년대부터는 대대적인 환경보호 투자에 나서는 등 환경문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바탕에서 90년대 들어 환경기술을 사업화하는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민간 환경기술산업이 자리잡기에 이른 것이다.

현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취하고 있는 `환경친화적 세제개혁'도 환경기술산업의 발달을 더욱 촉진하는 작용을 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의 노동자 고용에 드는 비용이나 환경기술 기업의 투자 등에 관련된 세원에 대해서는 세율을 낮춰주는 대신, 에너지 소비나 오염물질 배출 등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것이다. `노동 대신 환경'에 세금을 매김으로써 고용확대, 환경보호, 첨단 환경기술산업 육성 등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이다.<끝> 베를린·슈바바하/글·사진 이주명 기자c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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