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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독일 사민-녹색 연립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형원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2,659회 작성일 02-03-14 03:49

본문

작성일 : 1999/10/01  조회수 : 112 , 줄수 : 80  

*아래 글은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 주한협력사무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입니다. (www.fes.or.kr)
*저는 독일 등 유럽의 에너지 대안 정책과 녹색운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고, 환경운동연합에서 정책 분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유럽의 에너지 정책이나 이에 관련된 시민운동 자료와 정보를 가지신 분이 있다면 도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 홈페이지는 http://galaxy.channeli.net/ecopol 입니다.)

■ 독일 사민-녹색 연립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

이 필 렬 교수(방송 통신대, 과학사/화학)

--- 요약 ---

1. 독일 사민-녹색 연립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원자력 발전 포기,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의 확대,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 생태적 세제 개혁이다. 원자력 발전 포기는 전력 회사들의 로비와 슈뢰더 총리의 양보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2. 연립 정부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태양광 발전 활성화를 위한 "십만 지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태양광 발전 용량이 300 MW늘어나게  된다. 환경부 장관은 2010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10%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3. 에너지 효율 향상은 생태적 세제 개혁의 성공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생태적 세제 개혁을 통해 연립 정부가 의도하는 것은 에너지에 부과하는 세금을 꾸준히 올림으로써, 노동의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기업연합의 에너지세에 대한 저항과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생태적 세제 개혁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 본문 ---


1. 들어가는 말

독일에서는 1998년 9월 27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사민-녹색당 연립 정부가 탄생했다. 새 정부는 헬무트 콜(Helmut Kohl) 전 수상이 16년간 집권하는 동안 누적되어 온 개혁 장애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독일 사회를 혁신하겠다는 개혁안을 내놓고 통치에 들어갔다. 이 개혁안의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는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 이래 독일 국민 다수가 요구해 왔고, 사민당과 녹색당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원자력 발전 포기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독일 전체 전력의 30% 이상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자력으로 부터의 작별은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뒤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원자력 발전 포기와 함께 사민-녹색당 연립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의 활성화와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진입을 뒷받침해 줄 조세 정책으로 생태적 세제 개혁(Oekologisch-soziale Steuerreform)이 도입되었다. 독일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아직 구체적인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원자력 산업, 전력 산업, 거대 기업들의 저항과 로비로 인해 전통적 국민 정당인 사민당이 처음의 공약으로부터 상당히 후퇴했고, 원자력 발전 포기를 주관하는 녹색당 출신 환경 장관의 집권 초기의 미숙함 때문에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민-녹색당의 집권이 보장된 이번 4년의 회기 동안 원자력 포기와 생태적 세제 개혁이 제대로 수행되면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2. 원자력 발전 포기

2.1. 원자력 포기 결정까지의 과정
독일의 원자력 발전 포기 결정은 독일 국민의 활발한 원전 반대 운동과 높은 환경 의식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1980년대 초 원자력을 철저하게 반대하는 녹색당이 독일의 정당 정치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독일 정당들의 태도는 모두 유보 없는 찬성이었다. 원자력 발전이 진보와 번영의 상징이라는 데에는 좌파 사민당이나 우파 기민/기사당 연합 모두 어떠한 의견의 불일치도 보이지 않았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1955년 원자력부를 신설했고, 첫 원자력 장관으로 취임한 슈트라우스(Franz-Joseph Strauβ)는 원자력 기술에서 앞서 나가지 못하면 세계의 경제 선진국에 들지 못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원자력 이용에 박차를 가했다.
60년대 말까지 야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사민당에서도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는 기민당의 정책에 대해 어떠한 반대도 제기하지 않았다. 1956년 뮌헨에서 열린 전당 대회에서 사민당 지도부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원자력 기술 개발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1959년에는 원자력의 중요성을 고데스베르크 강령으로 알려진 당 강령에 명문화했다. 1969년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사민당은 1973년 세계 석유 위기가 닥치자 제4차 원자력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재처리 시설 건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재 독일에서 가동 중인 19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 절반은 이때 착공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원전 반대 운동이 시민들의 폭 넓은 지지를 얻어가고, 1979년 3월 스리마일 섬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사민당 내부에서도 점차 회의적인 시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연방 의회 앙케트 위원회의 “미래의 핵 에너지 정책”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당내 다수 의견은 점차 원자력 포기로 돌아서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사민당의 회의적인 입장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계기로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1986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전당 대회에서 사민당은 10년 안에 핵에너지 이용을 청산할 것을 결의한 것이다.
야당인 사민당이 원자력 발전에 대해 자유롭게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집권당인 기민/기사당 연합은 여전히 확고한 원자력 이용 지지 입장을 보였다. 그들은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가 소련의 것에 비해 대단히 안전하고, 원자력 발전 포기는 국민 경제에 엄청난 손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 이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 집권당은 소수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환경 단체는 물론 개신교와 카톨릭 교회, 노동조합 연합도 원자력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국민 대다수가 원자력 발전 포기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원전 반대 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7년에도 독일 국민의 59%는 여전히 원자력 이용을 찬성했지만, 체르노빌 사고 직후인 1986년 5월에는 독일 국민의 83%가 원자력 이용 확대를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1998년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독일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었지만, 1989년 재처리 시설 건설 포기와 1991년 3월 고속 증식로 포기 후 독일의 원자력 산업계와 정치권 내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희망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칼카의 고속 증식로는 개발과 건설에 거의 30년의 시간과 75억 마르크(연구비까지 합치면 120억 마르크)의 돈을 집어삼킨 후 중단되었다. 전력 회사들은 더 이상 새로운 발전소 건설이라는 모험을 하려 들지 않았고, 이들 내부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점차 낡은 기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1992년 리우 회담을 계기로 지구 온난화가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자 독일 원자력 산업계는 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 원자력 발전의 대대적인 확대를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지만, 원전을 바라보는 사민당 및 녹색당의 시각과 국민 정서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 단체들과 몇몇 이름있는 환경 연구소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고집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 효율 향상,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오히려 방해하게 되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는 논리로 원자력 산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과 녹색당은 연정 협상 과정에서 원자력 포기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확실하게 못박았다. 연정 합의서에는 “원자력 이용은 가능한 한 빨리 끝맺으며”, “핵 에너지 이용의 중단은 이번 회기 안에 되돌릴 수 없도록 광범위한 법률에 의해 규정된다”고 명시되었다. 이를 위해 정권 인수 후 100일 안에 원자력 법을 개정하고, 두 번째 단계로 정권 인수 후 1년 안에 전력 회사들과 새로운 에너지 정책, 원자력 중단을 위한 절차, 핵 폐기물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며, 세 번째 단계로 전력 회사에 대한 손해 배상 없이 원자력 이용의 중단을 규정하는 법률을 내놓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또한, 가장 첨예한 쟁점의 하나인 핵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처리를 거치지 않고 땅속 깊은 곳에 영구 처분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Koalitionsvereinbarung”, Umwelt, 12/1998).

2.2. 사민-녹색 연립 정부의 합의에 대한 환경 단체, 원자력 산업, 유럽 국가들의 반응
녹색당은 처음부터 원자력 발전의 즉각 포기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전력 회사들과의 합의를 통해 포기 절차를 밟는다는 연정 합의서의 내용은 녹색당의 기본 원칙으로부터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또한, 전력 회사들과의 협상에 따라서는 사민당이 1986년 뉘른베르크 전당 대회에서 결의한 10년 이내의 원자력 “청산”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는 즉시 많은 환경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독일 환경 및 자연 보호 연합(BUND, Bund fue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을 비롯한 환경 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원자력 발전의 즉각적인 포기를 요구했다. 전력회사들과의 합의를 둘러싸고 특히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원전의 남은 가동 연한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였다. 왜냐 하면, 가동 연한을 길게 잡을수록 원자력 이용 중단은 연기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진입을 위한 압력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전력 회사측은 그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만큼 환경 단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법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모든 상정 가능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원자력 포기가 많은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섯 개의 원전을 보유한 바이에른베르크사는 뮌헨 대학의 법학자로부터 사민-녹색당 연립 정부의 원자력 정책이 적법하지 않다는 평가서를 얻어냈고, “독일 전기회사 연합”은 올덴부르크 대학의 경제학자로부터 원자력 중단 비용으로 800억 마르크나 소요된다는 계산을 끌어냈다. 또한, 독일 원자력 공학회는 독일의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이용을 포기하는 것은 생태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손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내용의 경고 각서를 내놓았다.
전력 회사들의 이같은 반발은 정부의 결정을 되돌리겠다는 의도에서 나온것은 아니다. 이들도 정치 우위에 따라 다수가 선택한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원자력 포기가 독일 의회에서 결정되었지만 국제법에 저촉될 수 있고, 소유권 침해 소지를 지니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고, 수만 명의 실업자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크게 부각함으로써 정치권과 일반 시민들에게 동요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여 원자력 포기의 구체적인 실행을 가능한 한 연기하려는 것이다.
사실 중단 비용으로 800억 마르크가 든다는 계산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반론이 여러 경제학자들로부터 제기되었지만, 800억의 비용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김으로써 전력 회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원자력 산업계는 자신들의 목표가 현존하는 원전을 최대한 오래 가동하는 것임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 독일에서 새로운 원전에 투자할 것을 고려하는 전력 회사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70년대와 80년대에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건설한 기존의 원전은 오래 가동하면 할수록 이익이 남기 때문에, 정부와의 협상에서 원전의 총 수명을 가능한 한 길게 잡으려는 것이다.
프랑스, 영국과 더불어 유럽의 원자력 발전을 주도하는 독일의 원자력 포기 결정은 유럽 각국에도 파문을 몰고 왔다. 이들 나라에서는 독일의 결정이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쳐 도미노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독일의 사용 후 핵 연료를 재처리 -원자로에서 사용되고 난 핵 연료 속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다시 사용하려는 공정 - 해 주는 영국과 프랑스가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셀러필드와 라 아그에서 그들의 재처리 능력의 상당 부분을 독일에서 온 사용 후 핵 연료 처리에 할애하고 있다. 만일, 독일이 재처리를 더 이상 의뢰하지 않으면 두 나라의 재처리 산업은 경제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독일이 원자력 포기 수순의 일환으로 1년 안에 재처리를 금지하겠다는 안을 내놓자 조스팽과 블레어 총리가 나서서 그럴 경우 독일로부터 재처리를 위해 수송되어 현재 라 아그와 셀러필드에 보관되어 있는 사용 후 핵 연료를 즉시 되돌려 보내고, 또한 계약 위반을 이유로 수십억 마르크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는 1976년 원자력 발전소 가동회사들에게 재처리를 허가했고, 이에 따라 독일 원자력 업계는 프랑스와 영국으로 사용 후 핵 연료를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라 아그에는 독일로부터 온 사용 후 핵 연료 3,820 톤이, 셀러필드에는 550 톤이 쌓여 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원자력 포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영국, 프랑스, 벨기에를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2.3. 사민-녹색 정부의 원자력 발전 포기 전략과 문제점
이제 독일 정부에게 남은 일은 전력 회사들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 회의는 처음부터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사민-녹색 정부가 2000년부터 재처리를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녹색당 출신의 환경부 장관이 “원자로 안전 및 방사선 보호 위원회”를 원자력 업계쪽에 가깝다는 이유로 해체하고, 원전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 원자력 법 개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전력 회사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재처리 금지는 몇몇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발전소 안의 사용 후 핵 연료 저장 수조가 거의 가득찬 원전에서는 그것을 재처리 명목으로 프랑스나 영국으로 보내지 못할 경우 새로운 저장고를 마련할 때까지 발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총 19 개의 원전 중에서 1년 안에 6 개, 그 다음 1년 안에 또 6 개가 문을 닫아야만 한다. 그러면 원자력 이용 포기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지만, 원자력 산업계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리가 만무했다. 당연히 업계와 원전 노동조합에서 거세게 반발했고, 그러자 슈뢰더(Gerhard Schroeder) 총리가 나서서 이를 무마하는 역할을 맡아 원자력 업계와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슈뢰더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한 후, 비록 사민당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원자력 발전을 30년에 걸쳐 서서히 중단하는 것이 좋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고, 당수를 지냈던 라퐁텐(Oskar Lafontaine)과 달리 재계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원자력 업계 내에서 용이한 협상 파트너로 여겨져 왔다(Frankfurter Rundschau, 1998년 10월 10일). 따라서, 슈뢰더는 전력 회사들의 거센 반발이 밀려오자 이들과 만나 “원자력 포기를 다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약속을 해 주었다. 그는 이번 회기에 단 하나의 원전도 정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고, 원자력 법 개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이다. 또한, 4월에 있었던 사민-녹색 연정 회의에서는 “원자력 포기는 25년에서 30년 안에나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의 새로운 계획을 내놓았다(Spiegel, 18/1999, 54면). 주간지 슈피겔은 이러한 슈뢰더의 양보에 대해 원전 포기로부터의 “조용한 작별”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가장 최근에 건설된 원자로가 40년의 수명을 다 채우고 2029년에 폐쇄될 것이고, 이는 어차피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용의가 전혀 없는 전력 회사들에게는 가장 최선의 결과인 셈이다.
슈뢰더의 제안에 따라 그의 측근이자 경제부 장관인 뮐러는 환경부 장관이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른 원자력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은 전력 회사의 요구를 대체로 만족시키는 것으로 그 중에는 원전의 가동 연한을 35년으로 정한다는 것도 들어 있다. 이러한 뮐러의 전략에 대해,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전력 회사들은 이미 동의했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녹색당과 사민당 좌파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녹색당에서는 가동 연한이 30년을 넘지 않아야 하고, 이번 회기 안에 몇 개의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당론을 조금도 굽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Die Zeit, 23/1999, 31면; Spiegel, 25/1999, 99-100면; Spiegel, 27/1999, 25-27면). 이들이 뮐러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타협안이 나오겠지만, 이것도 슈뢰더 총리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고 있는 뮐러의 전략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3.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의 확대

3.1. “전력 매입법”의 제정
1998년 말에 사민당과 녹색당에게 정권을 내줄 때까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헬무트 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콜 정부가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가로막기만 한 것은 아니다. 헬무트 콜 집권 기간 중 연방 정부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수행한 일로 가장 중요한것은 “1000 지붕 프로그램”과 “전력 매입법”(Stromeinspeisungsgesetz)의 제정이다. 콜 정부 집권 기간인 1998년 4월에 발효된 새 에너지 법은 전력 공급 지역 독점 체제를 깨고 전력 시장의 자유화를 가져왔는데, 이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변화이지만 시장 자유화가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1000 지붕 프로그램”은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1990년부터 1992년에 걸쳐 수행되었는데, 비록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독일의 태양광 발전 시설의 증가에 상당히 기여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2250 개의 새로운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섰고, 전체 용량은 5.5 MW로 늘어났다. 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주택 소유자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할 경우 투자 비용의 70%를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속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이 끝나자 그 동안 호황을 누렸던 태양광 발전 설비 회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태양 전지를 생산하는 큰 회사 둘이 주문량이 떨어지자 1995년에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전력 매입법”은 독일의 풍력 발전 시설이 급속히 증가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 법은 1990년 12월 “독일 전기회사 연합”(Vereinigung Deutscher Elektrizitaetswerke, VDEW)의 거센 반발과 로비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모든 정당의 찬성으로 통과되어 1991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법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에만 적용되며,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설비로 생산한 전기는 지역 전기 회사가 소비자 가격의 90%에 해당하는 값으로, 설비 용량 500 KW까지의 소수력, 바이오 매스, 매립지 가스 발전 시설로부터 생산된 전기는 80%에 매입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개인 소유의 풍력 발전기나 소수력 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기 회사에서 매입하지 않거나 매입한다 해도 아주 낮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에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 시설에 대한 경제적 유인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력 매입법”이 제정되자 풍력과 태양광 전기의 가격이 1 KWh당 약 17 페니히(약 100 원)로 책정되었고, 이는 비록 태양광 발전 비용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지만 풍력 발전의 비용은 그런대로 만족시키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풍력 발전 시설의 급속한 증가를 유발했다. 이에 따라 독일의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해마다 두 배씩, 1995년부터는 해마다 약 40%씩 증가하여 현재 독일은 풍력 발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3.2. “아헨 모델”의 도입과 태양광 발전의 확산
“전력 매입법”에서 연방 정부의 서자 취급을 받은 태양광 발전은 “1000 지붕 프로그램”이 끝난 후 몇 년간 정체 상태를 겪다가 1992년 말 “아헨 모델”의 도입으로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된다. “아헨 모델”이란, 전력 수급을 위해 새로운 발전 시설을 건설할 경우 그 비용을 전기 가격에 반영하듯이,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도 당연히 비용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비용 보장 가격으로 매입“(kostendeckende Verguetung)하고, 이 비용은 소비자의 전기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아헨 모델”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아헨 시에 본부를 둔 “태양 에너지 지원협회”(Solarenergie-Foerderverein, SFV)라는 시민 단체의 제안으로 비롯되었는데, 이 단체는 수 년간의 집중적인 노력 끝에 1992년 말 아헨 시 의회로부터 태양 전기는 1 KWh당 2 마르크(약 1200 원), 풍력 전기는 0.4 마르크(약 240 원)로 매입한다는 결정을 이끌어 냈고, 1994년 6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전기 가격 감독청으로부터 이 모델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헨 모델”은 다른 지방자치 단체로도 널리 퍼져나갔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급속하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9년 3월 현재 독일에서 “아헨 모델”을 채택하여 시행하는 지자체의 수는 30여 개에 달하고, 아직 시행하지는 않지만 채택하기로 결정한 지자체는 베를린을 비롯하여 약 35 개에 달한다. 이 모델의 도입에 힘입어 독일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1990년의 1.5 MW에서 1997년에는 34 MW로 증가했다.
“태양 에너지 지원협회” 등 “비용 보장 매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으로부터 완전히 작별하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 하면, 독일에서 기술적으로 이용 가능한 태양광 발전 잠재량은 풍력의 두 배에 가깝고 전체 소비 전력의 1.2 배에 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새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설치비가 높아 매입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비용 보장 매입“에 따라 대량 설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그에 수반하여 기술 개발이 계속되면 태양광 발전 시설로부터 생산된 전기의 가격이 언젠가는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 가격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실제로 발전 설비 가격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비용 보장 가격도 처음에는 1 KWh당 2 마르크(약 1,200 원)였던 것이 1997/98년에는 1.89 마르크, 1999년에는 1.76 마르크로 내려갔다.

3.3.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위한 사민-녹색 연립 정부의 정책
사민-녹색 연립 정부는 연정 합의서에서 “미래를 보장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비용면에서 공정한 에너지 체계”를 추구하며, 이때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연방 정부는 이미 1999년 초부터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해 “십만 지붕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행에 들어갔고, 앞으로 “전력 매입법”을 개정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5% 한계를 없애고,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열 병합 발전이 우선적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에너지법을 개정하며, 에너지 효율과 절약을 진작할 수 있도록 각 부문의 에너지 관련규정을 개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환경부 장관은 이러한 에너지 전환 노력을 통해 2010년까지 전력 생산 부문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현재의 5%에서 10%로, 일차 에너지 중에서의 비율은 2%에서 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 2050년까지 그 비율을 50%로 늘리는 것도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Umwelt, 2/1999, 45-46면, 53-54면). “십만 지붕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독일에는 태양광 발전 용량이 300 MW나 증가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대형 원전 하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용량이지만, 1997년 독일의 전체 태양광 발전 시설 용량 34 MW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양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이제 발아 단계를 벗어난 독일의 광전지 산업에 중요한 영양제로 작용할 것이다.
“십만 지붕 프로그램”은 1990년에 도입된 “1000 지붕 프로그램”과 같이 단순한 지원책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 지원협회”와 같은 단체는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아헨 모델”을 독일 전역에 도입하는 것만이 태양 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산파역을 맡았던 사민당의 쉐어(Hermann Scheer) 의원 등은 이러한 비판의 타당함을 인정하지만, 의회에서 법을 제정하여 “아헨 모델”을 통과시킬 때까지는 수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 도입이 에너지 전환의 신속한 실행을 위한 최선의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현재 연방 정부에서 “아헨 모델”의 전국적인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3.4. 전력 시장 자유화의 영향
영국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같이 전력 시장 개방이 일찍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전기 공급 체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매일 일간지에 각 전기 공급 회사의 요금이 실리고, 소비자는 전화 한 통화면 일주일에 한번씩 공급 회사를 바꿀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수백만이 전화 카드를 사듯이 가게에서 원하는 전기 회사의 전기 카드를 사다가 쓰고 있다. 자유화가 1년밖에 안된 독일에서는 아직 그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변화의 바람은 조금씩 일고 있다. 그전까지 지역 독점을 누려왔던 전력 회사들이 서로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에서 영업을 할 채비를 하고 있고, 핀란드나 프랑스의 전력 회사들이 독일 시장으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전기를 다량 소비하는 상당 수의 회사나 기관이 전기를 더 값싸게 공급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소규모 기업들도 연합하여 공급 회사를 바꾸는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Stern, 14/1999, 146면; Spiegel, 18/1999, 90면).
전력 시장 자유화는 이제 원칙적으로 누구나 전기를 팔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므로, 재생 가능 전기 생산자와 공급자들도 부분적으로 활력을 얻게 되었다. 수십 개의 재생 가능 전기 판매 회사가 생겨났고, 요금은 더 내지만 이들 회사로 전기 공급선을 바꾸는 가정도 늘어났다. 그린피스는 “전기 바꾸기 캠페인”을 시작하여, 가격이 20% 더 비싸지만 기후 변화도, 핵 사고도 유발하지 않는 전기로 바꾸자는 내용의 엽서를 독일 전역에 보냈고, 시민들은 엄청난 반향을 보여 4월 현재 6만 명이 전기를 바꾸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Stern, 14/1999, 140-146면). 그린피스에서는 전력 시장 개방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확산을 위한 좋은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은 전선망을 보유한 거대 전력 회사들이 재생 가능 전기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전선 통과료를 부과함으로써 이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는 독일의 모든 전기 회사가 요금 체계와 전선망 비용을 공개해야 하고, 정부에서는 전선망 사용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 줄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 단체와 지자체에서는 그린피스와 달리 전력 시장 자유화가 재생 가능 에너지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독일 전역에서의 “총 비용 보장”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태양 에너지 지원 협회”에서는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은 “총비용 보장”을 배제하기 때문에, 재생 가능 전기를 시장에서 매매하는 것은 “총비용 보장”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태양 에너지 확산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본다.
전력 시장의 자유화 이후, 지역의 환경 친화적 전기 공급 시스템이 위협 받고 있다. 이것은 전력 시장의 자유화가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유리하지만 작용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지자체에서 설립한 지방공사 중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곳에서는 자유화로 인해 지방공사가 망해 간다고 주장한다. 지방공사들은 대형 전기 회사와 달리 이윤 추구가 주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열병합 발전이나 재생 가능 에너지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시장 자유화 이후 대형 전기 회사들이 덤핑 요금으로 지역의 소비자들을 빼앗아가면서 지방공사들이 크게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브레멘, 뒤셀도르프 등의 지역에서는 지방공사 소유의 열병합 발전 시설이 1999년 초 가동 정지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의 환경이 악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지방공사들은 앞으로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한다. 왜냐 하면, 지금까지는 대형 전기 회사들이 큰 고객만 빼앗아갔지만 앞으로는 각 가정에도 손을 뻗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방공사는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자유화가 좀더 진행되면, 현재 900 개 정도의 전기 회사는 파산이나 합병을 통해 거의 다 없어지고 몇 개만 남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Die Zeit, 21/1999, 25면).
사민당 정치인들도 전력 시장 자유화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콜 집권 기간 중 서둘러 통과시켜 전력 시장 자유화를 열어준 에너지 법을 보완하자는 요구가 강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와 경제부 장관은 당 내부 회의에서 “궤도에 제대로 들어선” 자유 경쟁 체제를 되돌리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색당의 에너지 정책 대변인 후스테트 의원도 “역사의 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말로 이들을 편들었다. 이제 지자체에게는 위헌 소송을 통해 싸움을 벌이는 수단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뮌헨을 비롯한 13 개의 시는 새로운 에너지법에 대해 위헌 심사를 청구했다. 이 법의 “자유주의 시장 모델이 지방 자치에 대한 허용될 수 없는 간섭”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판결이 이들에게 유리하게 나오면 연방 정부는 법을 다시 개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전력 시장 재편은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에 따라 진행되고 재생 가능 에너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Die Zeit, 21/1999, 25면).


4. 생태적 세제 개혁과 에너지세 도입

시장에서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생태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생태계에 손상을 많이 입히는 상품일수록 시장 가격과 “진짜 가격” 사이의 격차가 크다. 이 격차는 상품 생산과 사용으로 인해 유발되는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지금까지 이 비용은 상품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부담했다. 생태적 세제 개혁이란 시장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반영하도록 조세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더 나아가서 산업 국가의 고질적인 문제인 구조적 실업까지 해결하려는 것이다.
생태적 세제 개혁이라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 초 스위스의 경제학자 빈스방어(Hans Christoph Binswanger)가 처음으로 내놓았다. 고도 산업 국가에서는 기업에서 계속 투자를 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실업자가 늘어나는데, 그 이유는 인건비가 너무 높아 기업에서 노동 인력을 자동화로 대치하는 “합리화”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빈스방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노동의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가격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소득세를 낮추어서 인건비를 줄이고 에너지세를 도입해 에너지 가격을 높이면, 세수는 전체적으로 변하지 않고 따라서 경제에 추가 부담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러면 기업체에서는 값이 싸진 인력은 더 쓰지만 값이 오른 에너지는 덜 쓰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고용의 증가와 환경 질의 향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독일에서 이 아이디어는 초기에 별로 주의를 끌지 못했지만, 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체커(Ernst Ulrich von Weizaecker)를 중심으로 한 부퍼탈 연구소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전파하는 데 힘을 쏟은 결과, 90년대에 들어와서는 환경 단체, 정치인, 노동조합은 물론 일부 기업체들까지도 생태적 세제 개혁을 지지하게 되었다.
1998년 9월에 기업체, 시민 단체, 노동조합 및 경제학자들이 공동으로 생태세 도입을 요구한 성명서(Oekosteuer? Fuer uns das Beste, was unserem Arbeitsmarkt und der Umwelt passieren kann.)에는 200 개에 가까운 기업체가 서명했다. 이 기업체들은 대부분 소 기업이지만 그 중에는 AEG 가전기기사도 포함되어 있다.
독일의 기업연합회는 에너지세가 실업 해소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가격 인상이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이라는 생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로 유발되는 환경 훼손의 비용을 직접 유발자에게 부담시키는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독일의 정당 중에서 생태적 세제 개혁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당은 사민당과 녹색당이었다. 두 당은 98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연립 정부를 구성한 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에너지세 도입을 위한 법안 준비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연방 의회와 연방 상원의 동의를 거쳐 1999년 4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번 의회 임기 동안 에너지세는 세 단계에 걸쳐 인상되는데, 첫 단계로 자동차용 기름에 대해서 1 ℓ당 6 페니히(약 36 원), 난방용 기름은 1 ℓ당 4 페니히(약 24 원), 가스는 KWh당 0.32 페니히(약 195원)의 에너지세가 결정되었고, 전기에 대해서는 KWh당 2 페니히(약 12 원)의 (심야 전력은 1 페니히) 에너지세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여 아주 낮은 에너지세가 적용되도록 하였다(전기 1 KWh당 0.4 페니히, 난방용 기름 1 ℓ당 1 페니히, 가스 1 KWh당 0.08 페니히). 또한, 열병합 발전 시설에 대해서는 연간 70% 이상 가동될 경우 “일차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유인을 주기 위해” 석유세를 완전히 면세하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단계는 2000년 1월부터, 세 번째 단계는 2001년 1월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시행 일자와 인상폭에 대해서는 사민당과 녹색당 사이에 아직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 사민-녹색 연립 정부는 에너지세에 대한 반대 급부로 이번 임기 동안 사회보장 기여금을 2.4% 낮출 것을 계획하고 있다.

5. 맺는 말

독일의 원자력 발전 포기와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위한 정책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 포기는 슈뢰더 총리의 대폭적인 양보로 환경 단체들이 우려하듯 서서히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재생 가능 에너지에 기초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속도는 독일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전력 시장 자유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생태적 세제 개혁의 속도, 다른 유럽 연합국과의 관계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또한, 많은 시민 단체와 개별 시민들의 활동, 압력, 구체적 실천도 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환이 얼마나 빨리 또는 얼마나 서서히 이루어질 것인가는 여러 가지 변수의 작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원자력 발전 포기와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의 확대가 독일 사회에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소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독일에서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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