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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횡설수설] 언론과 (여)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스라니이름으로 검색 조회 4,854회 작성일 02-03-14 18:30

본문

작성일 : March 10, 2000  Hits : 84



◆[횡설수설] 언론과 (여)성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에 여학생이 당선되었다는 것이 한국 언론에서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나보다. 그런데 이 기사를 다룬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 사람의 사진을 실었다. 미인이었다. 그래서일까? 나의 고약한 의심의 색안경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만일 미인이 아니었다면, 신문들이 이 정도 비중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을까? 만일 보도했다 해도 그 사람의 사진을 실었을까? 내가 생각해도 난 참 고약하다.



이번호 한겨레 21의 쾌도난담을 보면 "이번 연세대 선거에서 인물이 좋아서 당선됐다는 말도 있던데. 난 그게 나쁘게 안 들려. 사실 남자 총학생회장들도 그런 경우가 꽤 있었고. 성적 매력을 봤건, 개인의 능력을 봤건 그건 개입할 수 없는 유권자의 고유한 권리란 말야. 중요한 건 그런 개인의 의사가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표출되었는가지"라는 대목이 있다.



학생들이 인물이 좋은 여성을 총학생회장으로 뽑을 수 있다면, 왜 기자들이라고 인물이 좋은 여성의 사진을 신문에 실을 수 없단 말인가. "성적 매력"을 찾는 것도 "유권자의 고유한 권리"라면, 왜 기자들이라고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의 사진을 게재해 독자들의 눈을 잠시라도 즐겁게 해 줄, 그래서 그 신문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잠재적인 호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권리"가 없단 말인가.



▶언론의 상업주의



spiegel1.jpg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정론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지난호 슈피겔의 표제 기사는 독일의 새로운 여성운동에 대한 것이었는데, 표지 그림은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긴 두 다리에서, 한쪽 다리에는 컴퓨터가, 다른 다리 위에는 유모차가 올라가 있는 사진이었다. 스커트를 입은 엉덩이의 윤곽에 매우 신경을 쓴 듯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노력이 주효해 이 사진은 매우 섹시했다.







spiegel2.jpg또 몇 주 전 슈피겔지 표지 기사는 "약탈 당하는 환자"라는 표제 하에 독일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표지에 실린 사진도 못지 않았다. 마치 항복하듯이 두 팔을 번쩍 든 여성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나체이다. 네 명의 남자 의사들과 한 여자 간호사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데, 특히 앞 쪽의 의사는 주사기를 마치 총처럼 그 여성에게 들이대고 있다. 이 여성의 사진이 성폭행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 나만의 '못된 선입견' 때문인지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역시 아래에 사진을 게재한다.



spiegel3.jpg또 슈피겔지는 이보다 몇 주 전에 의료보험을 표제 기사로 다루면서 역시 나체의 여성 사진을 표지에 내세웠다.



왜 의료보험 제도를 다루는 기사에 하필이면 옷을 홀딱 벗은 여자가 등장했는가? 이걸 우연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은 없다. 단지 나는 정론지라는 슈피겔마저 끊임 없는 판매 부수 전쟁의 압박 하에서(특히 신흥 시사주간지 포쿠스와의 경쟁 체제 하에서) 그 어떤 덫에 걸려버린 것이 아닌지라는 의심을 가질 뿐이다.



난들, 결혼 안한 남성으로서, 그리고 이성애자로서, 벗은 여자의 섹시한 사진을 왜 싫어하겠는가? (김현은 한 젊은 남자 시인의 시에 대한 평론에서, 이 시인이 성에 집착하는 것을 보니 아직 총각이라는 것을 알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일단의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벗은 여자 사진을 보고 싶으면 플레이보이를 사보면 된다. 슈피겔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독일에만 있는 일은 아니고, 근엄한 동방예의지국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인가 보다. '쾌도난담'에 따르면 정론지라는 시사저널까지 원조교제를 표지로 썼다고 한다. 얼마 전 주간조선도 표제 기사를 서울의 홍등가로 잡고 매춘 지역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그 위치까지, 잘 소개해 주고 있다. 뭐, 심각한 사회 문제인 원조교제와 매춘을 심층 취재하는 투철한 기자 정신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여)성의 상품화



나는 '성의 상품화' 자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것인지에 회의한다. 성을 신비화시켜 신3S(성/사랑/생명)의 일치를 주장하는 '구성애주의'를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결국 모든 성은 부부 간에, 그것도 애기를 낳기 위해서 이루어질 때만 아름다운 것이다. 피임까지 반대하고 있는 교황이 들으면 좋아하겠다. 왜 사랑 없는 성은 아름답지 않은가? 성의 자유로운 두 주체가 만나 서로의 성과 관능을 주고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자체로 '타락'이라고 매도할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매도는 이데올로기일 뿐이고, 그 이데올로기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귀한 것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성의 상품화' 역시 그렇다. 성, 혹은 성적 이미지라는게 돈을 받고 팔면 큰일나는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그렇지만, 나는 '자유로운 성', 나아가 '성의 상품화 찬성론'이 현재 사회에서 가지는 불공정한 함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의 상품화'라는 표현은, 일견 남성/여성에 모두 해당되는 것처럼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현재의 사회 체제 하에서는 '여성의 상품화'일 뿐이다.



'쾌도난담'에서는 "정론지라는 <시사저널>까지 원조교제를 표지로 썼는데, 왜 10대의 성은 언제나 여학생의 성만 문제일까? 남학생들의 성 일탈은 훨씬 빠르고 내용도 다양한데. <빨간마후라> 사건을 봐. 남학생들이 집단으로 여학생을 불러내서 싫다는 애를 억지로 찍고 유통도 자기들이 했어. 그런데 사회는 그 여학생만 기억하잖아. 그 아이도 피해자인데.용돈을 벌기 위해서 매춘을 한다는 세태는 비판할 수 있어. 그러나 비판하려면 기본적으로 여학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돼"라고 말한다.



이번주 주간조선의 야심찬 '남성운동' 기획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무슨무슨 남성운동 단체에서는 원조교제하다 적발된 남성들의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고 했다. 나는 잘못된 남성우월주의의 또다른 '희생자'인 남성들이 자신들의 해방을 위해 벌이는 운동을 지지하고 기회가 닿으면 동참하고 싶다. 이건 내 문제이기도 하니까. 남성이라는 사회적 성(젠더)로 길러진 남성들은, 여성들과는 다른 차원과 수준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가부장적 체제의 또다른 피해자이다. 그러나 '남성운동'이 원조교제 남성 신상 공개 반대나 지하철에서의 추행 경고 방송 반대 차원으로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쾌도난담'에서 "성적 매력을 봤건, 개인의 능력을 봤건 그건 개입할 수 없는 유권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한 말은, 이상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의 '가치'는 주로 성적 매력이고, 남성의 '가치'는 개인의 능력인 사회에서는 맞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남성에게도 성적 매력이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고 여성에게도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변화는 중요하게 고려되기에는 너무도 느리고 부분적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가치' 판단 기준에 큰 균열이 있다는 판단에 대한 적절한 반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언론의 상업주의



그래서 '성 해방', 나아가 '성의 상품화'의 전도사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해방적이긴 하지만 너무 해방적이어서, 전체적 맥락을 무시하고 주장될 때 억압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반대로 '성적 일탈'에 대한 근엄한 문제 제기를 빙자한, 언론의 뻔한 상업주의는 더욱 이중으로 억압적이다.



그래서 O양 비디오나 서갑숙 책이나 간에 언론은 아주 살 판이 났다. 보통 언론이 살 판 나면 본인들한테는 죽을 판이다. 언론들은 이들을 근엄하게 꾸짖으랴, 이 '재밌는 기삿거리'를 포장해서 팔아먹으랴, 신이 나서 거의 정신을 못차린다. 이런 사건 하나씩 터져주면 판매 부수 올라가는 소리가 쑥쑥 들린다.



사기업의 하나인 언론이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제4의 권부인 언론의 공적인 영향력이 너무도 강력하다. 더구나 선데이서울이나 독일의 빌트 같은 황색 신문이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다. 선정적 기사를 보고 싶을 때 그런 신문을 사서 보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정론지들이 안 그런 척 하면서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 같은 독자들은 그냥 깜빡 속아넘어간다. 그 이데올로기가 속속들이 스며들어 버린다.



▶ 남자 기자들의 문제



'쾌도난담'에서는 "사실 <한겨레21>에도 여성관련 기사가 거의 없어. 계급, 인종문제와 함께 세계 3대 문제 중 하나가 여성문제인데 말이지. 기자들 대부분이 남자니까. 이른바 진보를 지향하는 잡지라면 진보의 이슈가 어느 지점에서 형성되는지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하는데 계속 기능적으로 접근을 하는 거야. 기사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된다, 안 된다, 이런 식으로만 말이지"라고 말한다.



기자들 대부분이 남자라서 언론에서 여성 문제가 소홀히 다루어진다는 말은 옳은 말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일상 생활 속에서(무슨 엄청난 비상사태가 아니라 그야말로 일상 생활 속에서이다) 느끼는 모욕(다짜고짜 택시 운전사가 반말지꺼리를 할 때), 불안(밤거리를 걸을 때. 여자도 밤거리를 즐길 권리가 있다), 위축감(사회 분위기상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할 때), 욕지기(붐비는 전철에서. 무슨 말인지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소외감(자기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상에다 절도 못할 때), 충격(결혼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에 뻘건 줄이 그어진 호적을 봤을 때, 뽈갱이도 아닌데) 등등을 남성이 갈피갈피 세심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남자 기자들의 '남성'은 이때 생물학적 성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성으로 봐야 할 것이다. 생물학적 성은 성 전환 수술을 안하면 서로 넘나들기가 어렵지만, 사회적 성의 경계는 그보다는 유동적이다. 사회적으로 길러진 자신의 성적 역할에 대한 의식적 거부를 통해 실지로 경계를 넘어설 수도 있고, 여기까지는 나가지 않더라도 다른 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건 무척 서글픈 일일 것이다. "한 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여서 남성에게 '제2의 성'은 영원한 미지의, 신비의 영역으로 남고 말테니까. 미지와 신비는 쉬운 말로 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좋은 말이 아니다.



반드시 그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 김림(kimlim@berlin1004.de) ◀



추신: 이 글을 쓰고 나서 며칠 있다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결혼한 여자는 무슨 무슨 서류에다가 자신의 '부모'를 기록할 때, 친정 부모가 아니라 시댁 부모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한국말로 번역하면, 그러니까 자기 부모가 아니라 남의 부모를 적어야 한다는 말이다. 믿어지지 않는다. 이게 소위 호주제라는거다.



- 베를린천사5호 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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