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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생명과학을 통해 본 21세기4 -인간은 복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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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모이름으로 검색 02-03-14 19:46 조회7,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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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0/03/10


■생명과학을 통해 본 21세기



0. 클론 : 시장의 창출 혹은 창조의 연속?

1. 클론 : 돌리의 탄생

2. 생명과학 기술의 약속 = 시장의 창출!

3. 인간은 복제될 것인가 - Clone = creatio continua?







◆ 3. 인간은 복제될 것인가? - Clone = creatio continua?



돌리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니까 32개월 전, 언론의 반응을 먼저 살펴보자. 이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인상 깊은가?



SZ -  Geklonte Gotteslaemmer



Zeit -  Es ist vom Schaf zum Menschen nur kleiner Schritt, Die geklonten Hitler drohen uns.



Spiegel -  Wissenschaft auf dem Weg zum geklonten Menschen



Time - Will we follow the Sheep?



News Week - Today the Sheep … Tommorow the Shepherd?



Die Welt - Klon Lamm Dolly laesst Boerse aufhorchen.





《쥐트 도이치 짜이퉁, SZ》와 《디 벨트》의 코멘트는 가장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SZ은 돌리에 관한 논쟁기사 가운데 임의의 수로 복제된 하나님의 어린 양(Agnus Dei)이라는 의미로 Geklonte Gotteslaemmer라는 복수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단어는 양의 복제는 신성모독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디 벨트》는 교회의 눈치를 보면서도 경제적인 입장에서도 함께 살펴보는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New Economist》와 같은 잡지는 당연히 돌리의 출현이 경제판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하였고, 실제로 로슬린 연구소에 연구비를 댄 PPL제약회사의 주가는 65%나 오르기도 하였다.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기 원하는 과학자들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들은 매우 성실하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남들을 다독거려 가며 시간을 두고서 꾸준히 자기의 목적을 향하여 앞으로 간다.



우선 인간 장기를 동물에서 생산하는 데는 별다른 윤리적 저항이 없다. 영국의 『인간 유전학 자문 위원회』는 1998년 『인간 복제에 관한 대정부 권고안』을 채택하였다. 내용은 한 마디로 "의학용 복제는 예스, 생식용 복제는 노"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의학용 복제 기술은 완전한 인간으로 자랄 수도 있는 배아를 그 수단으로 삼는다. 수많은 배아가 치료용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죽어갈 것이다. 배아를 수단으로 보기 시작하면, 유전병이나 암의 형질을 가진 배아를 솎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윤리학자들은 이 지점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뇨병이나 우울증 인자를 가진 배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완전한 인간만이 태어날 수 있는 우생학이 판치는 사회는 공상과학 소설에만 머물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인간 복제는 너무나 당연한 '현실적' 선택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며칠 전까지는 마음대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고 그 이후부터는 인간이니 안 된다는 논리는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또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이 기술은 이윤을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윤리학자들은 인간 복제가 윤리적이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복제된 인간을 위한 윤리 정립을 위해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곧 도달할 것이다. 물론 지금 윤리학자나 종교지도자들이 다음 차례는 인간의 복제가 아니냐는 끈질긴 질문을 할 때, 과학자들은 '인간의 복제가 비윤리적이며 불법적이고 무의미한 행위인데 우리가 왜 그것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무의미하고 비윤리적이며 불법적인 일이 우리 주위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 클론 또 하나의 창조? - Clone : Creation continua



3spiegel.gif ◁돌리 복제를 특집으로 다룬 《슈피겔》



왜 인간은 복제되어서는 안 되는가? 인간이 계획에 따라 생산된다면,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또 있다면 그의 존엄성은 침해된 것인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다른 배아를 수단으로 삼아도 되는가?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게 된 사람은 돼지인가 사람인가? 우리는 복제와 관련하여 많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복제에 관한 신앙인의 의견을 묻는다면 "돌리 자체는 아직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대한 도전이나 모순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이란 창조물의 존엄성과 하나님과 인간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하여 각 개인에게 부여되는 유일성과 일회성은 창조에 관여하는 모든 기술행위 가운데에서도 보존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무난한 대답일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돌리의 복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생명복제의 윤리·종교적 문제점을 사설과 특집기사를 통하여 다루지 않은 신문은 없다. 이때의 결론은 너무나 명백하였다. 사람만은 복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의 전제 조건은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이었다. 땅을 지배하라는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을 근거로 세상의 자연을 맘대로 유린하던 인간이 자기 자신들조차 대상으로 사용될 위기에 처하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창조관이 없는 불교에서는 또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다. 클론에 의하여 태어난 생명체는 도대체 전생의 어떤 인연과 업보를 안고 윤회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언급은 많은 경우에 칸트 학파와 연관되어 있다. "개인은 결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되며 어느 경우에도 목적으로서만 인식되어야 한다" 라는 언명으로 대표되는 칸트주의자의 원칙은 의학이나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모의 건강을 위하여 임신이 중절하여야 하는 상황이나 가슴이 붙은 샴 쌍둥이 기형아 중에서 한 명을 살리기 위하여 다른 한 명을 죽여야 하는 상황 또는 뇌사자의 장기이식과 같은 상황에서 칸트의 도덕 원칙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무런 선을 행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을 행하는 것이 더 낫다는 실용윤리가 현대 사회를 점차 지배해 가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사회 윤리 및 정책 센터의 존 해리스는 이런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치료법 연구를 위해 배아를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같은 목적으로 배아를 성체로 만드는 것도 정당하며, 낙태를 허용하는 사회가 인간의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또 실용 윤리의 대표 격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피터 싱어는 "모든 원칙의 기준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이익이며,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는 배아를 이용한 적절한 연구가 허락되어야 하며, 조직과 기관의 생산과 같은 의학 발달을 위해 클론 기술 역시 허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Altner, G nter : Und lasset uns Menschen machen..., in 『Die Zukunft der Religion』 (Hg. Hofmeister, klaus), W rzburg, 1999, S. 109-119)



[인간 복제는 신의 창조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교회의 입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지금 이미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생식의학에 대한 입장이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인공수정에서부터 시험관 아기나 대리모의 문제는 이미 과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인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독일 개신 교계에서는 생명복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필립 헤프너는 "생명 복제는 '창조에 대한 도전'이라는 바티칸의 입장은 근본주의적인 창조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창조 행위에 인간을 참여시켜 온 것이 비단 지금과 같은 기술의 시대에 들어서만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한 창조의 동역자를 통하여 창조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급진적이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EVKOMM 1997, 286 ff)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복제는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유럽의회는 "생물학, 생물공학과 의학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한 윤리기준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복제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마음만 먹으면, 대중이 허락만 하면 당장 인간을 복제할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EU는 『생명 윤리 강령』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인간 존엄성과 이윤 사이의 긴장 속에서도 다름 세대를 위한 생물-의학적 발전이라는 전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에 우리 사회는 인간 복제를 유리하게 하는 세 가지 경향이 서로 강화작용을 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는 이익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세속적인 실용 윤리이며, 둘째는 생식의학 발달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이며, 셋째는 어떤 생명을 위하여 제3자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는 것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 가는 과학자와 의사들의 윤리이다.



그러나 그 2년 동안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교회는 이미 '인간복제'라는 화두를 놓치고 말지는 않았는가? 너무 놀랄 일은 아니다. 교회는 언제나 그래 왔다. 교회는 이런 논쟁 속에 이겨 본 적이 없다. 갈릴레이, 다윈, 인공수정, 정자은행, 시험관 아기와 대리모 등 새로운 세계관이나 기술이 나올 때마다 교회는 "하나님의 대한 도전"이란 말로 과학자를 윽박지르고 "인간의 존엄성"을 들먹이며 대중들에게 호소를 해보기는 했지만, 이 기술들은 이미 일상적인 것이 되고 말았으며 곧 교회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있다.



▶ 돌리가 주는 교훈



3ori-dol.gif ◁ 탄생 직후의 돌리 : 《네이처》



게로 폰 뵘은 『오디세이아 3000』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서기 2030년. 의학계가 인간 복제 실험에 성공하면서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시험관에서 우수한 유전 형질을 가진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난다. 또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춘 DNA 컴퓨터가 등장해 인간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사람들은 우수한 유전 형질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의학 발달의 기술은 개인의 수명을 상당히 연장시키게 될 것이고 이것은 곧 인구문제로 연결될 것이며, 이에 따라 적정 인구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생학을 사회 윤리의 중심으로 끌어 올 수도 있다. 재래식 농업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농업에 의해 그 설자리를 잃을 것이고, 세계 농업 시장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몇 개의 종자 회사가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 생명 과학 기술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과학 기술의 시대가 될 21세기에야 인간은 드디어 독점사회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돌리의 탄생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의 법칙에 의해 절대 금지된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둘째, 과학은 그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항상 승리한다. 윤리적 가책이 그 진행에 장애가 되거나 그 기술의 파급 범위를 제한할 수는 있겠지만 도덕적인 불안감으로는 밀려오는 과학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간의 복제가 자연법칙상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기를 갖기 위해서건 아니면 예비로 자신의 장기를 확보하기 위해서건 인간을 복제하는 데 대하여 교회가 어떤 발언권을 갖고 싶다면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미 늦기는 했지만……)



이 정 모 (uzs924@uni-bonn.d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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