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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마당] 감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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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이름으로 검색 01-09-04 11:37 조회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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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감자 이야기
국민일보 2000-11-25 06면 (독자) 06판 칼럼.논단 1322자

김치가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면 독일 음식엔 감자요리가 그에 필적할 것이다.어떤 이들은 당연히 소시지를 우선으로 꼽아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돼지를 도축하면 조금도 남김없이 부위별로 수십 종류의 소시지를 만들어 먹는 독일인들이고 보면 맞는 말이다.그러나 그 많은 종류의 소시지를 먹을 때 독일인들이 빠뜨리지 않고 곁들여 먹는 것이 감자요리다.
특히 껍질 벗긴 감자를 삶아 생치즈를 섞고 잘 으깨서 달걀 정도 크기로 만든 ‘크네델’은 소시지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여기에 찬 맥주를 한 잔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일품 식사가 된다.이처럼 감자가 독일인들의 식탁에 친근하게 자리잡은 것은 프리드리히 대왕(1786∼1797 재위)의 공이 컸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18세기 말 유럽을 휩쓴 극도의 가뭄과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감자 재배를 적극 권장했다.본래 감자는 남미의 안데스산맥이 원산지로 스페인인들에 의해 16세기쯤 유럽에 전래됐다.다만 울퉁불퉁한 그 모양새 때문에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이 유포되어 당시 유럽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실제로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쉽게 식용으로 이용되지 못했다.그러나 감자는 가뭄에도 잘 견디고 단위면적당 소출도 많은 특성을 지닌다.
우리나라에도 감자는 전래과정에 대해 이견이 분분하지만 19세기 초 전래됐다.이후 감자는 고구마와 함께 구황(救荒)작물로 각광을 받았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거리가 부족할 때면 감자는 밥 대용이었으며 쌀 절약을 위해 감자밥을 지어먹었다.

요즘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감자는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지난 96년 북한은 농업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감자농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올 4월3일자 노동신문은 “감자농사를 잘하면 식량문제도 풀고 고기문제도 풀 수 있다”고 지적하고 ‘감자농사혁명’을 대대적으로 촉구한 적이 있을 정도다.
최근 감자로 북한 식량난을 해소하려는 한 대북지원단체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북한 토양에 맞는 씨감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지난 5월부터 씨감자 생산기술 전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월드비전코리아는 평양농업과학원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는 씨감자 500만개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감자는 씨가 없기 때문에 감자재배에는 씨감자 개발이 관건이다.사실 북한의 감자혁명도 무균질의 씨감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차질을 빚었던 만큼 이번 씨감자 생산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더구나 씨감자 개발은 단순한 식량지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식량확보 수단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대북지원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셈이다.이제 감자요리가 북한의 대표적 음식으로 자리잡을 듯./조용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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