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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여덟번째 이야기: 6백만 회원? 도대체 무슨 단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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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이름으로 검색 01-03-20 09:30 조회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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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번째 이야기: 6백만 회원? 도대체 무슨 단체야?

이 질문을 접하는 독자들은 우선 무슨 커다란 국제 조직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어떤 단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6백만이라는 숫자는 축구협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독일 축구협회의 회원수를 의미한다. 현재 독일 축구협회에 소속된 팀은 약 27,000여 개이고 회원수는 6백 50만을 상회한다. 대간 계산하자면 독일 사람 15명 중 하나는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축구협회에 회원으로까지 등록하고 있는 셈이다. 축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로 열성이 아닌 사람들까지 치면, 독일의 국기가 축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TV 중계권에 대해서 어떤 유명한 독일 TV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을 들어보자. 오랜 세월이 지나 버려서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강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다: "스포츠 중계권에 대해서 말하자면, 하나도 축구요, 둘도 축구요, 열까지 모두 축구다." 왜 그런가?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축구 중계만큼 시청율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일의 축구 중계권료는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나마 현재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SAT1로부터 중계권을 빼앗아 오려는 독일 공영방송 ARD, ZDF와 사설 방송사 RTL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성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독일 축구협회가 축구 중계의 차원을 새롭게 정의하게 만들 정도로 축구 대중화에 공헌(?)한 SAT1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물론 내막을 들여다 보자면 다른 부분도 많다. 하지만 축구 중계에 동원되는 카메라의 숫자를 그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늘리고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로 잡는 전담 카메라까지 설치하여 경기 관전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스포츠 중계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기 내용보다는 흥미 위주의 편집, 가십거리 위주의 보도 태도 등은 대중화라는 이름이 언제나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리라. 때문에 독일 사람들 중에서도 주변 이야기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보다는 중요한 경기 장면들을 별다른 사설없이 길게 보여주었던 이전의 공영방송 중계 방식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시청자들의 바람에 착안해서 선전이나 다른 사설없이 한 경기 전체를 보여주는 대신 특별 시청료를 받는 방송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포츠와 방송 내지는 저널리즘의 관계 전반에 대해서는 - 물론 필자의 경우에는 당연히 축구라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긴 하지만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적용이 가능하리라 보여진다 - 나중에 다른 지면을 통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로 하자.

각설하고,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필자가 한국 축구협회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관계로 직접적인 양적 비교가 불가능하긴 하지만 아마도 현격한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더군다나 축구 협회 회원수는 아마 비교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우리라. 그러나 필자의 의견으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질적인 차이다.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와 같이 독일은 여러 단계의 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27,000여개의 팀 중에 프로 팀은 1, 2부 합쳐 38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칙상으로는 분데스리가 1부에 이 27,000여개 팀 중 어느 팀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독일에는, 아주 드문 예긴 하지만 한 때 독일 프로축구의 명문 팀이었다가 지금은 4, 5부 리그 아마추어 팀으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철저한 지역연고제와 클럽 축구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학교중심의 체육 시스템에서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계속 운동할 길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학창 시절에도 학교에서 정해주는 종목들을 집단적으로 함께 해야지 자신의 적성이나 취미에 따라 종목을 선택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난 이야기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런 폐단을 없앨 수 있는 대안은 학교 체육이 아닌 생활 체육이다. 자기 고장 프로 팀에 대한, 자신이 소속한 클럽에 대한 애정, 스스로의 적성과 흥미를 다른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펼치고 따라갈 수 있는 사회적인 체육 시스템, 이런 것들이 한 나라의 체육 기반을 다지는 필수 요건이다

. 이건 비단 축구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당장 학교 중신의 체육 시스템을 생활 체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면 일단 학교 체육을 다변화하고 비체계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아마추어 스포츠 팀, 예를 들어 조기 축구회, 길거리 농구 모임 등이 자생적으로 계속 존재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의 체육 시설, 고수부지 등 기타 사회체육 시설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차 범근씨가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 동안 어린이 축구 교실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독일 같으면 이 모든 일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27,000여개의 클럽 팀들을 동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각 클럽마다 연령별로 팀이 조직되어 있다. 거기서 축구를 시작한 그 수많은 어린이들 중에서 마테우스가, 클린스만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어린이 축구 교실은 한 때 어머니들의 치마바람까지 편승하면서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국가 대표 출신 선수들이 어린이 축구 교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미담이 연일 스포츠 신문들의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거의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어린이 축구 교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미래의 대선수들이 꿈을 키우는 장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놓고 운동하는 장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다. 다른 한 편, 어린이 축구 교실 들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잘 접할 수 없고, 주위에서 아이들을 보냈다는 얘기들이 거의 들리지 않는 걸로 보아서는, 한 때의 유행으로 그쳐 버리고 말았거나 몇몇 축구인들의 산발적인 노력에 불과하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필자의 의견으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생활 체육의 체계화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록 공부를 많이 하는 줄 착각하는 경향이 많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가, 아이들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가는 항상 이차적인 문제다. 그래서 수업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을 아이들의 취미생활이나 기타 활동에 넘겨주자는 제안을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쫓겨나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면을 바꿔 다시 생각하기로 하자.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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