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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일곱번째 이야기: 뭐, 프로팀이 대기업 소유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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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이름으로 검색 01-03-20 09:29 조회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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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번째 이야기 : 뭐, 프로팀이 대기업 소유가 아니라고?

보통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프로 팀은 당연히 대기업 소유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하지만 이 지면을 통해 밝히는 것처럼 유럽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지난 이야기 끝머리에 약속한 대로 독일의 클럽 시스템과 지역 연고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도대체 유럽의 프로팀들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하는 이적료나 선수들의 연봉을 어떻게 충당하는 것일까? 이태리 국가 대표팀 골게터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크리스챤 비에리 선수 한 사람의 이적료가 우리 돈으로 수백억원이나 되는데 과연 대기업의 재정적 지원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대부분의 분데스리가 팀들은 대기업 소유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부 리그 단 하나의 예외는 아스피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이엘사의 소속인 바이엘 레버쿠젠 팀이다. 여러 기업들은 후원의 형식으로 참여하고 팀은 선수들의 유니폼에 그 기업들의 로고를 새기는 것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게 보통의 경우다. 대부분의 유럽 명문 팀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허 정무씨가 활약했던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팀이 필립스 사의 소유이고 이태리의 AC 밀란 팀이 전 이태리 수상이자 언론 재벌인 베를루스코니의 소유라는 게 몇 안되는 예외에 속한다. 또 이 팀들 중에서도 항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베를루스코니 외에는 소유회사의 간섭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것도 한국과 다르다면 다른 현실이다.

또 다른 하나의 특징은 어느 구단이든 예외없이 철저한 지역연고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팬들이 자신의 고장 팀을 응원하는 걸 제일 우선 순위로 삼고 있고, 거의 모든 열성 팬들은 자신을 팀과 동일시한다. 한국 프로 축구도 지역연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소유 기업 주변 인물들 외의 일반 지역 주민들에게 이 정도의 일체감을 주고 팀을 사랑하게 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몇 해 동안의 유학 생활로 인해 한국 실정에 민감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방학을 이용하여 한국에 가 보면 독일 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대표 차원의 경기를 사랑하고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니 어떤 면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삶의 현장에서 매주 자기 고장 팀의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팬들과 팀간의 일체감이다. 그런 면에서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팬들이 자기 고장 팀에게 보이는 애정은 너무나 열정적이다. 2부 리그로 추락하는 팀의 팬들이 비통하게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다 보면 그 팀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내 가슴도 왠지 시려올 정도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첫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국과의 차이는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선수 및 팀 운영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독일의 겨우에는 학교 중심의 선수 육성이 아니라 클럽 중심으로 선수들이 육성된다. 말하자면 독일 축구협회 배 고교 축구 선수권 대회같은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대신 각 지역 연고
구단이나 그보다 더 낮은 단계의 아마추어 팀들이 운영하는 유소년 팀들이 있고 축구를 배우고 싶거나 더 나아가 선수가 되고 싶은 경우에는 학교가 아니라 이런 곳에서 축구 인생이 시작된다. 이미 암시한 적이 있거니와 독일은 프로인 분데스리가 1, 2부 아래에 아주 작은 지역단위까지 아마추어 리그가 형성되어 있다. 비단 축구 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우리 식으로 하면 도시의 구나 지역의 군, 면 단위로까지 리그가 형성되어 있어서 1년 내내 프로 리그보다는 적긴 하지만 상당한 수의 경기를 치르고 성적에 따라 상위 리그로 진출하거나 하위 리그로 추락하기도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독일에는 생활 체육이 생활화(?)되어 있다. 필자가 탁구 치는 것을 즐겨하고 마침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에 탁구대가 있어 자주 탁구를 치는 편이다. 한 중국인 유학생과 세기의 대결(?)을 벌이는 게 보통이지만 가끔 독일인들도 함께 치는데 이들의 수준 또한 상당한 경우가 많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십중팔구 어릴 적부터 클럽에서 여러 해 동안 탁구를 쳐왔다고 대답을 한다. 프로선수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종목에는 상관없이 말이다,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시스템에 힘입은 결과다. 자신의 관심이나 자질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운동을 배워야 하고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은 이들은 학업에 차질이 생기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우리 현실에 비해 이들은 자유롭게 선택해서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로 하는 경우든, 프로로 진출하고 싶은 경우든 스스로 결정해서 자신의 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독일식 생활 체육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시스템은 또한 엄청나게 넓은 축구인구의 저변, 일시적인 부침과는 상관없이 독일이 계속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원동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체육 시스템은 다른 한 편으로는 대기업이 직접 팀을 운영하지 않아도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각 팀의 운영은 해당 구단의 총회에서 회원들에 의하여 투표로 선출된
임원단에서 맡는다. 매년 예산과 지출이 공개된다. 구단의 수입원을
보자면 일단 프로 구단의 경우, 회원들의 회비, 스폰서 회사가 광고료로 지불하는 금액, 분데스리가 경기에 대한 TV 중계 수입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언젠가 밝힌 것처럼 유럽 차원의 클럽 대항전에 나가게 될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수입이 덤으로 들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예산 독립의 근본적인 힘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각 팀에 대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다. 평균 3만 관중에다가 TV 시청자까지 합치면 당연히 최고 인기의 스포츠 종목이기에 어느 기업이든 앞을 다투어 스폰서 계약을 맺으려 하고 그 액수도 대개 비밀에 붙여지긴 하지만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한다는 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인기를 가능하게 하는 건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아주 작은 단위까지 잘 조직되어 있는 독일의 생활 체육 시스템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축구의 저변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면 독일에서는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고 우리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관연 적용 가능할까에 대해서 지면을 바꾸어 알아 보기로 하자.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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