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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여섯번 째 이야기: 일등주의와 만능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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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훈이름으로 검색 조회 6,650회 작성일 01-03-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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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번 째 이야기: 일등주의와 만능인간?

작년 스페인의 세빌랴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남자 세단 뛰기 부문에서 한 독일 선수가 우승을 했다. 그가 한 독일 TV의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독일 선수로는 드문 흑인이어서 여러가지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었다. 시일이 많이 지나버려서 내용 자체가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떻게 세단 뛰기를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대답을 했다: "저도 어릴 때 남들처럼 유소년 축구팀(!?)에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달리기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그걸 본 많은 친구들이 저에게 육상을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안될 것도 없다 싶어 육상을 가르치는 분에게 찾아가서 여러가지 종목을 두루 시험삼아 해 보았습니다. 충분히 여러 종목을 연습한 결과를 보고, 또 제가 얼마나 흠미를 느끼는가 등등을 고려해서 저에게 맞는 종목이 무얼까 심사숙고한 다음에 트레이너 선생님과 상의해서 이 종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토크쇼를 보면서, 그리고 그 후에도 가끔 생각이 나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어린 소년, 그것도 피부색이 다른 흑인 아이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 - 꼭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 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해주는 사회에 대한 부러움이랄까, 어쨌든 단순히 그 흑인 선수의 소년 시절 트레이너의 혜안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없는 그 무엇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것은 한 사회가 차세대에게 어떻게 배움과 자기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가, 얼마나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가의 문제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 훌륭한 육상 선수를 키워냈다는 점에서 그걸 영재 교육(?)의 표본처럼 여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영재 교육이라는 게 무얼까? 내가 한국에서 본 영재 교육은 일종의 집단 정신병 같은 거였다. 아무도 자발적으로 거기서 중도하차하지 않으려 하고 할 수도 없게 만드는, 브레이크가 망가져서 중도에 설 수도 없는 초과속 열차처럼 영재교육이 우리의 자녀들을 끊임없이 멍들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유학을 떠나왔고, 5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 가끔 고국을 방문한다고 가서 보아도 거의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영재교육, 그것은 수많은 부모들을 여전히 자신의 자녀에 대한 과대망상으로 인해 자녀의 내면이 어떻게 이지러져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이 겉보기에 모든 방면에 다재 다능한 만능 어린이 만들기에 혈안이 되게 하거나, 자신의 자녀들에게 다른 집 아이들처럼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는 피해의식 내지는 다른 부모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몰아넣고 있었고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지금도 변한 건 조금도 없다. 무언가 다른 얘기를 한다는 이들도 자세히 들어보면 마찬가지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IQ지수가 아니라 EQ 지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느 TV 아침 프로에서 강연을 한다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 보았다. 그 강연의 요지는,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EQ 지수가 좋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거였다. 내 기억으로는 그가 어느 대목에서라도, 자신의 자녀들이 머리가 좀 안 좋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걸 찾아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즐겁게 살게 해주자는 얘기를 한 적은 없는 것같다. 추측컨대 아마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장사가 안되리라 생각해서 그랬으리라. 우리의 교육은 겉으로는 난 사람보다 된 사람이 되게 하는 걸 지향한다는 얘기를, 내가 학생이던 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었다. 현실은 어떠했던가, 또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독자들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쯤 되면 독자들 마음 속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으리라: "하지만 그게 분데스리가 시스템 분석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분데스리가는 프로 축구리그이고 말하자면 어릴 때 축구 영재였던 선수들만 모인 곳이 아닌가? 모든 팀들의 목표는 일등하는 거 아닌가?" 이유있는 반문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가 그걸 강요하고 있고 그걸 완전히 벗어나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렇지만 또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그것만으로 모든 게 정당화되고, 일등이 아닌 다른 모두는 체념하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살아야 되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든 독일 세단 뛰기 선수의 예는 많은 걸 시사해 준다. 그도 처음에는 남들처럼(?) 축구를 했다. 하지만 사회전체가, 당시 그의 친구들이었던 어린이들까지도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꼭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되게 해주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중고등한교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여류 소설가의 수필집에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깊이 동감한 적이 있었다. 일등하는 사람이 더 주목받는 걸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꼭 일등을 안하더라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모습으로 살아도 불안하거나 소외당하지 않는 사회가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분데스리가의 시스템에 있어서 앞서 말한 의식구조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음 지면을 통해서 독일 축구의 클럽 시스템과 지역연고제를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하고 이만 글을 맺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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