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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생활 리포트] 독일 특파원-버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딴지 이름으로 검색 조회 2,581회 작성일 01-09-04 11:32

본문

1998.9.14.월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지난 호에서는 뮌스터의 자전거에 대해서 말씀드렸고, 오늘의 이야기는 "버스"에 관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일과 한국, 시골과 서울이 어떻게 다른지 계속 연재하겠다.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시내버스를 타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거나, 겨울에 몹시 비가 내리고 추울 때 특히 그렇다. 연로하시거나 몸이 아파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분들도 당연히 버스를 이용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모차를 끌고 있는 주부들이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주 드문 이 일이 왜 이 촌구석 뮌스터에서는 가능한지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이곳의 버스에는 유모차나 휠체어, 혹은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마련되어 있다. 출입구 주위의 가로 2미터, 세로 4미터 정도의 공간이 의자가 없는 채로 널찍하게 비어 있어서 이것들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아니다. 이곳 뮌스터의 시내버스들은 대부분이 "이중버스"이다.

즉 두 대의 버스가 앞 뒤로 연결되어 있고, 1명의 운전사가 이것을 운전한다. 그래서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버스에 손님이 적어서 그런 여유공간을 충분히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뮌스터가 대도시가 아닌 아주 작은 도시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늘 버스와 전철을 가득 메우는 대도시에서는, 유모차용 자리를 만들어 보았자 결국 그 자리마저 보통 손님들이 차지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곳에서도 출퇴근 시간에는 무척 버스가 붐비기 때문에, 그런 시간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버스의 승차구이다. 이것은 운전사가 있는 맨 앞에, 그리고 각 차체의 중간에 하나씩, 모두 세 곳이 있다. 또한 문이 한국과는 달리 겹으로 되어 양쪽으로 열리기 때문에 두 배 이상 넓다. 유모차를 접을 필요도 없이 그냥 쑥 밀고 들어가면 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버스가 정류장에 서게 되면, 승강구 쪽의 바퀴를 20-30 cm 정도 낮추는 장치가 있어서, 승강구와 지면이 거의 닿을 정도가 된다. 유모차를 가진 주부나 노약자, 그리고 휠체어 탄 사람들이 그래서 가뿐하게 차에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럼 버스 운전사가 차표검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당연히 물으실 것이다. 손님이 뒤로 탄 후에 운전사가 있는 앞까지 가려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실 것이다.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운전사는 차표검사를 하지 않는다. 손님들은 운전사에게 차표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운전사가 손님에게 차표를 보여 달라고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지난 2년간 이곳에 살면서 그런 일은 딱 한 번 있었다. 본 특파원은 그 운전사를 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 그런지는 이 기사를 계속 읽어 보시면 알게 된다.

으잉? 그렇다면 버스가 무료라는 말인가? 물론 무료가 아니다. 독일의 버스 요금은 우리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인데, 뮌스터의 경우 짧은 구간(4 정거장까지)은 1마르크 70페니히(약 1400원)이고, 보통의 경우 2마르크 80페니히(약 2200원)이다. 4번이나 10번 사용하는 표를 살 경우에는 할인이 되므로 매번 2마르크 30페니히(약 1900원)를 낸다. 버스비는 도시마다 전부 다르지만, 대충 이 정도라 생각하시면 된다.

그래서 뮌스터 주민들은 보통은 1개월짜리 표(70마르크 50페니히, 5만 7천원)를 구입한다. 초중학생들 역시 1주일짜리(19마르크, 1만 6천원), 혹은 1개월짜리(58마르크 50페니히, 4만 8천원) 표를 구입한다.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지난번 기사에서 설명드렸지만, 매학기마다 등록을 할 때 내는 돈에 이미 버스와 기차요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학기용 표가 나오므로 역시 그 표를 이용한다..

이런 장기간에 걸쳐 쓰는 표를 파는 곳이 뮌스터 시내에는 딱 두 곳(역과 시청 옆)이 있다. 이와 같은 장기간용 차표가 없는 손님들은, 버스에 타면서 운전사에게서 차표를 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미 이런 장기간용 차표가 있으므로, 운전사에게 가는 사람은 스무 사람에 한 명꼴도 안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운전사에게 아무 표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버스에 오르고, 그냥 내린다.

운전사는 운전사대로, 손님들이 표를 가지고 있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 표를 사고 싶다고 하는 사람에게 그냥 돈을 받고 표를 줄 뿐이다. 운전사는 그냥 운전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독자들은 당연히 물으실 것이다. 도대체 버스가 어떻게 운영이 되느냐고? 그런 식으로 단속이 느슨하면 누가 버스표를 사겠느냐고?

버스는 한국처럼 개인회사들이 맡지 않고, 그 시 자체에서 운영한다. 이것은 독일의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비슷한데, 뮌스터의 경우 에너지, 수도, 교통을 담당하는 공적인 회사(가령 서울의 지하철공사를 생각하시면 된다)가 이 일을 맡아 운영한다. 영세한 버스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우리와는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 http://www.stadtwerke-muenster.de/ 참조).

또한 버스표 검사를 거의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예 검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사를 담당하는 전담직원들이 있어서 이들은 버스 안에 기다리고 있다가 승차권 제시를 요구한다. 만약 이때 승차권이 없다면, 약 20배 정도에 해당하는 60마르크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특파원이 이곳 뮌스터에 2년간 살면서, 몇 번이나 이 검사를 받았을까? 딱 두 번이다. 한번은 버스 운전사가 차에 탈 때 승차권을 보여달라고 했었다. 사실 운전사도 승차권 제시를 요구할 권리는 있다. 다만 그렇게 하는 운전사는 거의 없다. 또 한 번은 승차권 검사원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본 특파원은 아주 여유있게, 학생증과 거기에 붙여져 있는 학기승차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거의 검사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표를 살까 하고 다시 물으실 것이다. 안 사는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통신원이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안 사도 되는(?) 표를 열심히 산다. 왜 그럴까? 독일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정직해서 그럴까?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이곳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더 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이 더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검사를 하건 말건, 표를 사기로 되어 있으니 산다는 것이 이곳의 보통사람들의 생각인 것이다.

또한, 아무리 가난하게 살더라도 버스비 안 내면서 살아야 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에 의해서 이미 버스비나 전화비, 심지어 텔레비젼 시청료에 이르기까지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표를 사지 않고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버스 안에 보면 "벌금이 60마르크"라고 겁을 주는 익살맞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여기에는 차표 없이 탄 사람이 차표검사원에 하는 변명들이 적혀 있는데 무척 우습다.

"아,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방금 있던 표가 어디 갔지?", "조금 전에 강도를 당해서 한 푼도 없어요.", "이제 막 표 사려던 참이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표를 뺐어갔어요." 그런데 가장 걸작인 변명은 다음과 같다. "버스가 돈 내고 타는 건가요?"

이렇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차표를 사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 돈만 가지고도 충분히 버스회사가 운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차표검사원을 늘리거나 검표기 같은 것을 도입할 때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생각해 본다면, 이곳 사람들의 "1년에 한 번 하는 검사"가 결코 바보같은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와 독일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차표 검사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용감한" 우리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일인데 설마 내가 걸리랴 하면서 유유하게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생각한다. 그냥 버스표를 사면 3 마르크이고 안 샀다가 적발되면 60 마르크를 내야 하니까, 당연히 3 마르크쪽이 싸서 그쪽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습게 알 지도 모를 사소한 규칙이나 약속에 대해서 이곳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고지식하게 그것을 지킨다. 그래서 누가 검사하지 않더라도, 차표가 없으면 차를 타자 마자 즉시 운전사에게 가서 표를 사는 것이다.

이런 성격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빠진 것이 바로 나치시대의 경험이었다. 나치는 폭력과 공포정치를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시켰고, 이 사람들은 그 악법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그러나 바로 그 바보같은 추종과 약속지키기가 오늘의 부강한 독일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지식한 합리성은 버스가 아닌 열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열차를 타기 전에 개찰구에서 승차권을 보여주어야만 승강구 쪽으로 갈 수 있고, 혹시 손님이라도 배웅해야 할 경우에는 따로 입장권을 사야만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아예 개찰구가 없다. 모든 승강구가 완전히 열려 있다. 표가 없이도 열차를 탈 수 있고, 열차 안에서도 표를 사는 것이 가능하다. 차장이 차표검사를 하러 오면, 어디서부터 열차를 탔다고 말하고 그냥 표를 사면 된다.

그런데 이것은 뮌스터가 아주 작은 도시여서, 서로 믿고 사는 시골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대도시에 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전철이나 지하철 역시 개찰구 없이 그냥 타도록 되어 있고, 열차 안에도 차표 자판기가 있어서 표를 살 수 있다. 물론 역 구내에서도 자판기를 통해 표를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버스에 관해서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버스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아마 독자 여러분께서는 그거야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버스 운행시간표를 버스 운전사만 알고 있다. 교통체증 때문에 그나마 이것이 아예 지켜지기도 어렵다. 보통 때에는 20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린 경험이 없으신 분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버스시간표는 운전사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승객들을 위한 것이다. 모든 버스 정류장에는 몇 분 간격으로 버스가 온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버스가 온다는 것이 열차시간표처럼 소상하게 적혀있고, 이것이 열차시간보다도 더 정확하게 지켜진다. 그리고 매년 갱신되는 버스시간표는 아예 책으로 만들어져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되는데, 여기에는 뮌스터 시내 안의 모든 정류장과 모든 노선 버스들의 상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차분하게 쉬다가 버스 올 시간이 되면 그곳에 나가서 타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아무래도 교통체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많으면 10분까지 버스가 연착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에서 1분도 차이 안 나게 버스가 도착한다. 자기가 자주 이용하는 정류장의 시간표는 따로 적어 두고 참조하면 된다.

일전에 한 독일 친구가 휴가에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신기하다고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곳의 버스 정류장에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지 않아서, 버스가 언제 올 지를 손님들이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어떻게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한국은 어떠냐고 그 친구가 내게 물어보지 않는 것이 무척 다행이었다.

끝으로 우리나라 시내버스 운전사분들의 힘든 노고를 다시 생각해 본다. 장시간의 격무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월급을 받고, 무리한 배차간격을 맞추다 보면 식사시간은 고사하고 담배 한 대 제대로 피울 시간도 없고,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진작 폐차를 시켰어야 마땅한 차를 늘 체증상태에 있는 도로에서 몰아야 한다.

이곳의 뮌스터의 버스 운전사들은 하루 8시간, 그리고 주당 38.5시간을 일한다. 결국 일주일에 5일 보다 조금 적게 근무하는 셈이다. 그런데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중에 의무적으로 2시간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혹시나 교통체증으로 인해 차가 늦는 바람에 휴식시간이 날아가 버린 경우에는, 다른 운전사가 그 차를 대신 운전하고, 그 운전사는 쉬어야 한다. 운전사를 보호하고 또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법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월급은 얼마나 오래 이 일을 했는가에 따라 다르다. 막 운전을 시작한 사람의 경우 약 3500마르크(270만원), 장기간 근속한 경우에는 약 4500마르크(360만원)을 받지만, 세금 및 연금 등을 공제한다면 실제의 수입은 여기에서 1000마르크(80만원) 정도 적은 것이 된다. 연중 유급휴가는 최소 32일이 보장된다. 토.일요일이나 공휴일은 물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혹시나 이런 휴일에 초과근무를 할 경우에는, 휴가기간을 그만큼 늘일 수 있다.
 

이제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문이 열리고,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버스의 바닥과 밖의 승강장의 높이가 거의 같다. 한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서 들어온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위해 마련된 널찍한 공간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엄마는 그 옆의 자리에 앉아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도 엄마를 보면서 귀엽게 웃는다.

유모차로 가득찬 서울의 버스를 꿈꾸며...  

-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remus@uni-muens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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