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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다섯번 째 이야기: 축구는 아름다와야 하는가? 아니면 이기기 위해서 축구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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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훈이름으로 검색 조회 4,827회 작성일 01-03-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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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번 째 이야기: 축구는 아름다와야 하는가? 아니면 이기기 위해서 축구를 하는가?

어쩌면 아주 우둔하게 들릴 이 물음을 던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축구는 단체 경기 종목이고 당연히 이기기 위해서 하는 스포츠다. 물론 보기에 아름다운 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어린 시절 펠레가 오버 헤드킥 연습하는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보며 얼마나 그 아름다운 동작에 매혹되었던가? 우연히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열렸던 20세기 최고의 스포츠인 시상식에서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 상을 받는 펠레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당시 국가대표 수문장이던 이 세연씨가 어떤 친선경기에서 펠레의 슛을 멋지게 막았다고 얼마나 좋아했던가 하는 기억이 새롭게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펠레는 여전히 내게 위대한 선수, 동시에 아름다운 축구를 한 선수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가 선수로 있던 기간 브라질은 월드컵을 3번 우승하여 그 전까지 월드컵 우승 트로피로 주어지던 줄리메 컵을 영구히 보관하게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기는 축구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던진 필자의 물음은 더욱 우문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독일에서 축구 중계를 보다 보면 경기 해설가로부터 가끔 듣게 되는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들이 있다: "저 선수는 참 멋있게 (아름답게) 경기를 하지만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군요...이 팀은 아주 발재간이 훌륭한 선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전술적으로 볼 때 팀 웍이 잘 맞지 않는군요." (Er spielt zwar schoen, aber nicht effektiv...Diese Mannschaft hat zwar viele, technisch gut ausgebildete Spieler, aber sie funktioniert nicht so effektiv in taktischer Hinsicht.)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팀에게 간신히 3 : 2로 이기고 8강에서 불가리아에 역전패하고,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8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독일 국내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하긴 했지만, 필자의 눈으로 보기에 세계적으로 훌륭한 감독 중 하나인 (그의 지휘하에 독일은 월드컵 못지 않게 우승하기 힘들다는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 번 우승(96년), 한 번 준우승(92년)을 차지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그를 믿고, 온갖 매스컴의 비판과 사퇴 내지는 해임요구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그가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계속 밀어준 독일 축구협회에도 큰 공이 돌아가야 하리라.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서 한 번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베르티 포크츠(Berti Vogts) 감독이 96년 유럽컵 우승 당시 디터 아일츠 (Dieter Eilts)라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디터는 독일 국가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선수다."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는 전혀 낯설 이 선수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지칠줄 모르고 팀을 위해서 뛰는 선수다. 그는 브라질의 히바우도나 프랑스의 지단처럼 발재간이 훌륭하지도 않고, 98년 월드컵 득점왕이었던 크로아티아의 슈커나 독일의 클린스만처럼 골감각이 있는 선수도 아니다. 독일 국내에서도 그는 연봉을 많이 받는 스타선수의 대열에서 한참 뒷자리에 있다. 하지만 많은 독일 축구인들은 그를, 빛나진 않지만 팀을 위해 중요한, 훌륭한 선수로 평가한다.


독일 국가 대표팀을 보라. 물론 기본적인 기술에 있어서는 완숙한 선수들이 많지만 브라질이나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등의 신기에 가까운 예술적인 축구에 비하면 독일 팀의 경기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필자가 로타 마테우스에 대해서도 그가 드리블을 환상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말은 쓴 적은 전혀 없다. 독일 축구의 황제라는 베켄바워의 선수시절 경기 모습을 보아도 우선 떠오르는 단어는 효율성, 뛰어난 전술적 감각, 팀 전체를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적 지도력 등등이지 예술적인 축구, 순간적인 재치의 축구 같은 단어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유명한 골게터의 면면들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우베 젤러(Uwe Seeler), 게르트 뮐러(Gerd Mueller) 위르겐 클린스만(Juergen Klinsmann) 등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이 선수시절 골을 넣는 장면들을 보면, 독일축구가 얼마나 효율적인 축구인지 느끼게 된다. 게르트 뮐러는 펠레 다음으로 위대한 골게터로 알려진 선수다. 그는 경기 도중 그렇게 두드러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발재간이 훌륭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공격 찬스가 생기고 누군가 그 자리에 서 있으면 골을 넣겠다 싶으면 거의 항상 그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우베 젤러나 클린스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 독일 축구인들은 효율적이면서 이기는 축구를 선호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선수들이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할 것을 바란다. 물론 그들도 히바우도의 환상적인 드리블을 찬탄하고 지단이 좁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두세명의 선수들을 제칠 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지만, 보기에 아름다운 축구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축구의 덕목으로 친다. 분데스리가에서 자기 팀이 계속 지고 2부 리그로 탈락할 위기에 놓일 경우 팬들이 경기장에 자주 내거는 현수막 내용중 하나를 살펴보자:

"우린 너희들이 열심히 싸우는 걸 보고 싶다."(Wir wollen euch kaempfen sehen.)

물론 이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독일
축구팬들이 이기는 축구, 아니 최소한 선수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열심히 뛰는 걸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한국 축구가 독일 축구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 선수들도 환상적인 드리블이나 순간적인 재치보다는 조직력을 위주로한 축구를 해왔으니 말이다.

전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긴 했지만,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붉은 악마의 신화를 만들어 냈던 박종환 감독의 조직축구라든지, 분데스리가의 경험을 한국 축구에 접목시켜 보려 시도했던 차범근 감독의 축구관도 필자의 눈에는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일치한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런 견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독자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탄없이 반론을 제기해 준다면 매우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 펼쳐지리라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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