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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생활 리포트]독일 특파원-자전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딴지이름으로 검색 조회 2,898회 작성일 01-09-04 11:31

본문

1998.8.31.월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뮌스터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도시로서 인구는 28만......" 하면서 특파원이 사는 곳의 소개를 시작한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독일에 뭐 그런 도시도 있었나?" 하실 것이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의 이름들은 알려져 있지만, 뮌스터와 같은 조그마한 "시골"까지 알기는 사실 어려우니 말이다. 솔직히 특파원 역시 한국에 살 때 그러했다.

인구가 30만 가량인 도시를 한국에서 찾는다면, 춘천(24만)이나 순천(26만), 아니면 군산(28만)등이 이에 해당하겠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한 개 구의 평균인구가 약 42만명(1997년 통계)이므로 그보다도 훨씬 적은 주민이 사는 셈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에 온 지 2년쯤 되는 특파원의 이 고장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시골이지만, 그래서 좋다."이다. 물론 이곳 뮌스터도 독일의 기준으로는 제법 큰 도시이므로 "시골"이라는 말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작은 시골이고, 어찌보면 이 말이 이 도시의 특성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 써 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도시의 어떤 점이 그렇게 "시골"스러운지, 그리고 그런 "촌구석"이 왜 좋은지에 대해 앞으로 독자 여러분께 소식을 전해 올리려 한다.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우선 도시의 이름인 "뮌스터(Münster)"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려야 하겠다. 이 말은 (주교가 사는) "대성당"의 뜻인데, 가령 프라이부르크나 슈트라스부르크의 대성당이 유명한 "뮌스터"들이다. 이 말은 원래는 라틴어의 "모나스테리움(monasterium)"에서 온 것으로 수도원이라는 뜻이다.

뮌스터 성 바오로 성당 (St. Paulus Dom)

독일어에서 보통 대성당의 뜻으로는 "돔(Dom)"이라는 말이 사용되며, 이곳 뮌스터 안에 있는 대성당 역시 "뮌스터"가 아닌 "돔"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독일 내에는 뮌스터라는 이름의 도시나 마을이 10여개 된다. 그래서 열차 시간표에 보면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뮌스터(베스트팔렌)"와 같이 그 지방이름을 함께 써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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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삼다(三多)"의 섬인 것처럼, 사람들이 뮌스터에 대해서 말할 때면 역시 3가지를 꼭 이야기하는데, 하나는 "늘 안개가 끼어있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나쁜 날씨이고, 둘째는 "하루 종일 쉼 없이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성당들이 워낙 많아서)"이고, 세번째는 "사람 수보다도 더 많은 자전거"이다.

바로 오늘의 이야기는 이 자전거에 관한 것이다. 혹시 일부 독자께서는 다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이곳 뮌스터의 자전거 이용에 관한 보도를 이미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범적인 자전거 도시"라는 별명이 뮌스터에 과연 어울리는지, 도대체 어떤 면에서 그러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열차를 타고 와서 뮌스터 역에 내리면, 시내 쪽으로 나가는 문 위에 환영광고가 붙어 있다. "베스트팔렌의 중심지 뮌스터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다. 바로 자전거다.

문을 나와 바로 역 앞으로 나서보면, 전후 좌우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자전거들이 그득그득 세워져 있다. 대부분의 공공장소에는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장소와 시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있다. 심지어 역 근처에는 며칠이 지나도 주인이 가져가지 않는 자전거를 시에서 가져다가 보관하는(안 그랬다간 역 앞이 자전거로 꽉 차게 될 테니까) 자전거 주차장도 있다.

역을 벗어나서 시내 쪽으로 걸어가 보자. 천천히 걸어서도 역에서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대성당과 시청이 있는 곳까지 가는데 15분이 채 안 걸린다. 가는 동안에 역시 수많은 자전거의 물결을 볼 수 있다. 물론 차들도 복잡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렇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서 움직이고, 그냥 세워져 있는 자전거까지 합친다면, 사람 수보다 많은 자전거가 이 도시 안에 살고 있다.

중앙 시장길..

또 옛날 성벽을 허물고 사람과 자전거만을 위한 산책로 ( 프로메나데- Promenade라 부른다)가 8km나 되고, 아스팔트가 아니라 돌이 촘촘히 박혀 있어 운치를 더하는 이 도시의 가장 중심가, "중앙시장길" ( Prinzipalmarkt )은 일과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에는 자동차들이 다닐 수 없어서 보행자, 그리고 자전거 이용자가 이길의 주인이 되며,
대성당..

대성당 앞에서는 수요일과 토요일에 장이 서는 데 (한국의 시골의 장날을 연상하면 별로 다르지 않다) 그 앞의 광장이 사람과 자전거로 인산인해를 이룸은 물론이고, 대학 건물 앞에는 항상 수백대의 자전거들이 늘어서서 주인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들도 자전거를 탄다. 갓난 아이일 때에는 자전거의 뒷자석이나 앞자석에 유아 전용좌석을 마련해 타고 다니고, 아예 유아용의 수레를 자전거에 달아서 아이를 태우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더 커서 직접 어린이용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만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보호헬멧을 쓰고, 또 자전거 뒤에는 큰 깃발(운전자의 눈에 금방 띄게 하려고)을 달고서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유치원 다닐 만한 나이의 귀여운 어린아이가 노란 헬멧을 쓰고, 엄마나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서 씩씩하게 가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지만, 언제 보아도 보기 좋은 모습이다.

국민학교에서는 아예 자전거 교육시간이 있어서, 경찰관 아저씨도 함께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안전 실습교육을 받게 된다. 경찰이라고 씌어있는 간편한 티셧츠를 입고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서, 신호등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로 길건너기 연습을 하는 경찰관의 모습....

frei"는 "자유롭다"는 뜻이다.
표지판의 의미는, 일방통행
이어서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어도 자전거는 통행이 가
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특파원은 그것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자전거는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자전거 운전자들도 교통수칙을 잘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신호등을 엄수해야 하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에는 한 손으로 신호를 해 주어야 한다.

음주운전을 하면 역시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자전거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도 벌금을 물어야 한다.

전국자전거협회에서는 자전거에 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아예 자전거 면허증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가끔 뉴스에 나온다.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에도 자전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전용칸이 마련되어 있고, 자전거가 없는 여행자들은 역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대도시에서도 지하철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다.

휴가를 떠나는 자동차들의 지붕이나 뒷켠에 자전거가 실려 있는 것은 이곳 사람들의 자전거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다.

자전거만을 위한 안내지도, 안내책자 등도 잘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는 한 가정에 한 대나 두 대만 있겠지만, 자전거는 사람 수만큼 있거나 대개는 더 많다. 낡은 자전거를 버리지 않고 상비용으로 보관해 두기 때문이다. 또 일상생활에서 쓰는 자전거 외에 운동용의 고급 경주용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곳 뮌스터는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있고, 이 학생들은 더욱이 자전거를 애용한다. 도서관이나 강의실 앞은 물론이지만, 점심시간 무렵에 학교식당(Mensa)에 가보면 그야말로 자전거의 전시장을 볼 수 있다. 너무나 자전거가 많기 때문에, 자전거 보관대에 모두들 질서정연하게 세워두지 않다가는 도저히 놔 둘 데가 없을 정도로 많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지위고하와 상관없다. 총장을 역임한 원로교수도 매일 자전거로 다니고, 대학 바로 옆에 있는 법원의 판사들도 모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상한 일이 아니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모두 그렇게 하니까 체면 상할 일도 없다.

 본 특파원 역시 매일 자전거로 통학을 하는데 아침에 학교에 가노라면, 뒤에서 나이 많은 아줌마나 할머니들로부터 추월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다. 여학생들이 특파원보다 힘이 세거나 자전거를 더 빨리 몰고, 구멍난 자전거 바퀴도 자기 스스로 다 고치고 하는 것도 여기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는 달리 자전거 수리점에서는 대개 부품만을 판매하고, 수리는 본인들이 직접한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대학까지는 약 3 km가 떨어져 있어서 자전거로 약 20분쯤 걸린다. 가는 도중에 보리밭과 밀밭도 지나고, 요즘은 옥수수가 한창 익어가고 있으며, 바로 옆의 풀밭에는 양들과 소, 그리고 말들도 노닐고 있다. 시내 쪽으로 접어들면 자동차와 함께 가야 하지만, 도로 한쪽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세 가지의 길이 항상 있는 셈이다. 자동차용, 자전거용, 그리고 보행자용.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내가 아닌 교외까지도 자전거만을 위한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운전자들이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철저히 우선으로 하는 것도 이곳의 특색이다.

본인도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처음에는 참 많이 놀랬다. 횡단보도 앞에서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늘 내가 먼저 서서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자동차들은 참을성있게 내가 먼저 지날 때까지 기다린다. 예외가 없다. 한국식의 "자동차 우선"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이 "새로운 관습"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몇 년전 서울에서 한번은, 신림동에서 반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본 적이 있다. 그냥 경험삼아 한 번 그런 것인데, 약 두 시간이 걸렸던 이 짧은 여정에서 거짓말 않고 6번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경험했다.

자동차 도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가야 했고, 또 횡단보도에서 특히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비싼 생명보험을 들어 두지 않은 이상, 다시는 자전거를 타고서 시내에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러나 이곳 뮌스터에서 자전거로 숲길이나 들판을 지날 때면, 온몸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향긋한 보리내음을 맡는다. 옆에서는 평화롭게 말들이 풀을 뜯고 있고, 밭의 옥수들은 날로 키를 더해간다. 서울이 아니라, 뮌스터라는 조그마한 "시골"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행복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전거로 뒤덮힌 서울을 꿈꾸며...

 - 뮌스터에서 "촌놈" 특파원 (remus@uni-muens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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