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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독일과 연합국의 소리없는 암호 전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뭐하니이름으로 검색 조회 7,786회 작성일 02-03-08 08:11

본문

◆ 독일과 연합국의 소리없는 전쟁



수수께끼라는 뜻의 그리스 어 에니그마(Enigma)는 적어도 2차대전 중의 독일군 및 각 연합군 정보국 요원들에게는 피를 말리게 했던 단어임에 분명하다.



가로, 세로 30cm, 높이 15 cm, 무게 30kg의 겉보기에는 둔탁한 타자기로 보이는 에니그마라는 이름의 이 기계는 2차대전 중 독일 군에 의해 사용된 암호(해독)기이다.



대규모로 투입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자동화된 암호기라는 의미는 제쳐 두고라도 결국은 연합국에 의해 해독되어 전쟁을 빨리 끝내게 해준 장본인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당시 독일의 U-보트 생산 기지에 핵 폭탄 투하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니그마의 해독에 대해 어찌 보면 독일인들이 먼저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에니그마(Enigma)



1910년대부터 에니그마의 초기개념은 독일,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지에서 연구되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최초의 에니그마는 1920년 아르투르 세르비우스(Arthur Scherbius)라는 독일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초기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져 팔렸는데 우수한 성능과 많은 광고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1930년이 되어 빛을 보게 된다. 독일 해군에서 에니그마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이후 육군, 공군도 잇달아 에니그마를 사들이고 개량해 성능은 전에 비해 향상하게 된다.



enigma.gif에니그마는 사진에서 보듯이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 알파벳 26자의 자판(Tastatur)

* 회전자(Rotor)

* 플러그판(Steckbrett)

* 전구판(Lampenfeld)



사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판의 원하는 알파벳을 두드리면 일련의 작업을 통해 뒤에 있는 전구판의 해당 알파벳에 불이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처음의 알파벳을 대신해 문구를 만들면 되는 것이고, 멀리 떨어져 암호화된 문구를 접한 사람은 위와 똑같은 작업을 통해 원래의 문장으로 해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암호문은 대부분 공중파를 통하므로 제3국 즉 적성국에게도 전달되어진다고 가정해야 함이 옳다. 그렇다면 이 암호기의 밀반출은 곧바로 모든 암호화된 문구의 노출을 의미한다. 그리고 꼭 밀반출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감청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분석하면 어떤 글자가 어떤 글자로 연결되어지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매번 사용 시마다 규칙은 다르고 또한 그 규칙의 경우의 수가 될 수 있으면 많은 그런 암호기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에니그마의 두뇌이라고 할 수 있는 회전자(Rotor)가 만들어진다. 회전자의 원리는 다음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rotor.gif





그림에는 3개의 회전자가 들어가 있는데 각각의 회전자는 26개의 원소를 가진 순열이라 보면 된다. 그림에는 간단히 8개의 알파벳으로만 표시되어 있는데 'B'가 3개의 회전자를 통해 'D'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한 글자의 암호를 마치면 첫 번째 회전자는 조금씩 회전을 하는데 당연히 26번을 한바퀴로 하고 있다. 첫 번째 회전자가 한바퀴를 돌면 시계의 원리처럼 두 번째 회전자가 한 칸 움직이고 똑 같은 방법으로 세 번째 회전자도 움직이게 된다. 여기서 가능한 회전자의 조합 수를 생각해보면 26x26x26=17,576이다.

더군다나 회전자를 살펴보면 이들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리를 바꿀 수가 있고 (가능한 위치의 조합은 6가지이다.) 또한 그 위에 써 있는 알파벳이 회전하는 링 위에 표시되어 있어 이를 임의로 변경(Ringstellung) 시킬 수 있는데 이는 회전자의 조합 수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그럼 여기까지 알아본 에니그마의 복잡성을 계산해보자. 우선 회전자의 위치 선정으로 6가지의 경우의 수, 그리고 회전자의 처음 위치를 어디로 하고 끼워 넣느냐의 26x26x26의 가짓수, 거기에다가 회전 자들의 임의 변경(Ringstellung)을 통한 경우의수 26x26x26.

즉 총 6x26x26x26x26x26x26 = 1,853,494,656 의 가능한 에니그마의 상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 있는 반사체(Reflector)는 임의의 두 글자를 서로 교환하여 주는데 이는 가능한 조합의 수를 더욱 늘려 줄 뿐더러 한 글자는 절대도 똑 같은 글자로 암호화되지 않게 하여 준다(예를 들어 'B'는 절대로 'B' 자신으로 암호화되지 않는다.). 보통 전쟁 초기에는 7쌍(14글자)을 서로 교환하고 나머지 12자는 그대로 통과시키게 반사체가 만들어졌었는데 이는 총 1,305,093,289,500가지의 경우의 수(이 경우의 수 계산은 생략하기로 하자.)를 가진다. 그리하여 이 경우의 수를 위의 에니그마의 상태 수와 곱하면 약 4,920,000,000,000,000,000,000이라는 22자리의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가 나온다. 사실 이 경우의 수를 당시의 계산능력으로 추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독일 암호국은 각 무선국에 이 경우의 수들 중에서 몇 가지씩을 취해 책을 만들어 배포하였다. 이 책에는 날짜별로 사용해야 하는 회전자의 상태가 적혀 있다. 통상 한 달씩 유효한 책들을 미리 만들어 배포하였고 하루씩 유효한 코드는 전쟁이 막바지에 달해서는 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쉽게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적에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비밀코드인 것이다. 이 책은 아주 쉽게 불에 타버리고 물에도 글씨가 지워지게 하여(U-보트용) 적에게 넘어가는 가능성을 최소화하였다.



자 그럼 이제 독일군 무선국에서 일하는 독일 병사가 되어 문장을 암호화하여 보자. 오늘의 날짜는 1941년 12월 28일 스탈린그라드로 보내야 하는 문장은 "RUECKZUG(후퇴!)"이다. 코드 책을 찾아보니 오늘 설정되어야 하는 에니그마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 회전자 IV,II,V.

* 회전자 링의 설정 STR

* 플러그판 (AG) (BK) (EY) (IP) (ZN) (OS) (QC)



이 지침은 5개(위에서는 3개의 회전자만을 생각했으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 군은 회전자수를 5개로 늘렸다)의 회전자중에 IV,II,V의 회전자를 순서대로 골라 암호기에 넣고 회전자 IV에서 알파벳 S를 1의 위치에 맞추고, 회전자 II에서는 T를 1에, 회전자 V에서는 R을 1의 위치에 넣은 후 뒤쪽의 플러그 판에서는 위에 적혀있는 7쌍의 알파벳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후 암호기의 초기설정(Grundstellung)은 책에 있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이번 전문의 초기설정 값으로 'YUN'을 정했다. 그러면 코드 책에 나와 있는 오늘의 초기설정은 'FBI'라고 하면 이 'FBI'로 우선 초기설정을 한 후 내가 정한 설정 값을 두 번 반복해서('YUNYUN') 암호화하고 (예를 들어 'FYVDSD'라 하자) 이를 전송하면 된다.





그런 후에 나머지 전문은 'YUN'으로 설정한 후 암호화하여 모두 보내면 되는 것이다. 'RUECKZUG'이 'YUN'설정 후 암호화 된 값이 'DTJOHEDF'이라 하면 오늘 보내야 하는 전문은 'DTJOHEDF'인 것이다.



그러면 스탈린그라드의 암호병은 우선 같은 코드 책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보낸 나와 같은 조건으로 에니그마를 맞추어 놓고 처음 수신된 'FYVDSD'을 오늘의 초기설정 값으로 놓고 해독하면 'YUNYUN'이 나올 것이며 앞으로 수신될 암호문의 초기설정은 'YUN'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수신된 암호문('DTJOHEDF')을 'YUN'을 이용하여 해독하여 보니 "RUECKZUG(후퇴!)" 명령이 떨어진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2. 연합국의 활동



처음으로 에니그마의 중요성을 인식한 나라는 폴란드였다. 독일이 처음으로 에니그마를 군사용으로 개량하였을 때부터 폴란드 쪽에서는 에니그마의 암호분석을 위한 부서를 만들었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에니그마의 복잡성 때문에 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럭저럭 별 성과 없는 3-4년이 지났다.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그러나 수학자 르옙스키(Marian Rejewski)가 팀에 합류한 뒤로 양상은 틀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암호 시스템이 그러하듯이 시스템의 취약점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실수'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암호병은 전문을 암호화하여 보내기 전에 에니그마의 초기설정 값을 암호병 자신이 결정해서 그날의 초기설정 값으로 두 번 반복해서(위의 예를 보면 'YUNYUN') 보내야 한다. 암호 병들은 한번 사용한 설정 값은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자주 같은 값을 반복하여 사용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병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문자나 간단한('AAA'같은) 문자들을 사용하였다. 르옙스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자주 사용되는 처음의 6자에 무슨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 정보국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정보를 받게 된다. 독일 군이 병사들에게 나누어준 에니그마의 사용설명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에 힌트를 얻어 모든 통신문의 처음 6자를 모아 분석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이 6자는 3자가 2번 반복된다는 사실과 회전자의 초기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에니그마는 서서히 해독되어져 갔다.



분석은 계속되어 일 년의 시간이 지난 후 결국에는 105,456개의 회전자의 모든 초기상태를 한 도면에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독일군의 암호문은 폴란드측에 의해 20분 안에 해독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폴란드 측의 해독 방법은 독일이 에니그마의 운용 방법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폴란드 측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1937년 말에 가서 독일 군은 암호기의 초기설정(Grundstellung) 운용 방법을 변경하였고 또 1938년 12월에는 회전자의 수를 3개에서 5개로 높였다. 매번 폴란드 측에서는 새로 시작해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까지는 하였다. 비록 해독을 위한 시간이 너무 길어 실용성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있기 전에 다행히 폴란드는 영국과 프랑스의 정보국 사람들을 초대하여 자신들의 작업을 모두 전수하는데 성공한다. 그후 독일의 폴란드와 연이은 프랑스의 점령으로 에니그마에 대한 연구는 바다 건너 영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진다.



Turing.gif1939년 전쟁 발발이후 영국에서 내노라하는 과학자들이 한 곳에 모여진다. 장소는 런던 근교의 블레츨리 파크, 하는 일은 일급비밀. 이곳에는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링(Alan Turing)도 불려와져 있었다. 과학자들은 폴란드의 해독기(Bomba)를 발전시켜 이름도 비슷한 봄베(Bombe)를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계는 언제 작업을 끝내고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길면 언제까지라도 계속 동작을 해대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계는 비밀 장소에 놓여져서 그 기계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민간인 여자들로부터 관리를 받게 된다. 그들의 임무는 기계가 멈추면 과학자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 이후 침몰된 독일 군함에서 에니그마 기계와 코드 책을 얻어 한달 동안의 모든 전문을 해독한다거나, 독일 U-보트에서 암호 병의 실수로 전혀 암호화되지 않은 전문과 그 이후 실수를 알아차려 다시 암호화한 전문을 얻는다는 등의 독일군의 실수를 통해 영국 팀은 에니그마의 정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봄베를 개량하여 해독기를 만들기는 하지만 1939년 이전의 폴란드와 같이 실용성이 없었다. 즉 계산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빠르고 자동화된 해독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컴퓨터로 이르는 큰 발걸음의 시초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이후 영국 팀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1942년 말에 성능이 훨씬 향상된 봄베를 선보였고 1943년 이후로는 모든 에니그마의 코드를 해독할 수 있었다. 즉 에니그마를 정복한 것이다.



독일 쪽에서는 일찍이 여러 가지 정보들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스파이로 인한 정보의 누출이지 문제가 에니그마에 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독일이 일찌감치 에니그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1943년 이후의 연합국의 정보활동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고 전쟁의 양상 또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 뭐하니(mohani@berlinreport.com) ◀

 베를린천사 6호 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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