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독인을 위한 광고?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은 서로 일체감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서독과 동독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라든지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말로 애써 일체감을 강요했던 것이다.

◁ 통일의 환희속에서 동독인들을 마중나온 서독인들그러나 동독과 서독은 서로 다르다. 통일 직후 잘 팔리던 서독 상품들이 동독 상품에 의해 다시 역전된지 오래되었다. 동독 소비자들은 서독의 세재 Persil 대신 자신들에게 익숙한 Spee로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파티에서 Rotkaeppchen 대신 Mumm 샴페인을 터뜨리고, Pril 대신 fit으로 설겆이를 하며, 말보로 대신 f6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는 서독 제품 판매 책임자들에게는 동독 지역에서 자신들의 광고 전략이 도무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러나 동독 지역의 구매력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합친 것보다도 큰 만큼 이 지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생활에 있어서 '동씨'(Ossi 즉 동독인들을 지칭하는 말)만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프리취(29)와 막카트(29)는 그 특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Fritzsch & Mackat라는 사무실을 차리고 동씨들에게 먹혀 들어갈 수 있는 광고 문구나 사진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 그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동씨는 물건을 고르는데 있어서 품질을 많이 따지며 가격을 정확히 비교하고 조건이 좋다면 자신이 즐겨 사는 상품을 바꾸는데에도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취와 막카트는 서독의 '분위기 광고'에서 탈피, 상품을 조목조목 따져 동씨를 만족시킬 수 있는 광고를 추구한다.

△ 프리취와 막카트가 만든 광고, "빨간색은 사랑입니다. 그러니 변치 말아야겠죠."라고 써있다.(여기서 빨간색은 구동독 사회주의를 상징)이들이 동독 제품인 '클럽 콜라'를 위해 만든 광고는 이러한 전략이 주효한 좋은 예이다. 여기서는 구동독의 선전 영화에서 모티브를 차용, 공산당 정치국원 회의와 동독의 국민영웅인 한 싸이클 선수의 승리 장면과 함께 동독에서는 유명한 말인 "나는 언젠가 기적이 일어났었음을 알고 있다"는 멘트를 깔았다. 이는 좌절감에 빠져있던 동씨들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동씨의 특징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여러 테스트를 한다. 그 테스트 결과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결과에 자신도 그런 특징을 갖은 동씨임을 인정한다.  

동씨와 서씨(Wessi 즉 서독인들을 지칭하는 말)는 어떻게 다른가? 간단히 말하자면, 동씨는 서씨에 비해 키가 평균적으로 1 센티 작고, 좀 더 살이 쪘으며, 2년 정도 먼저 죽는다. 동씨는 말할 때 서씨보다 느리게 말하고, 이웃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해 귀찮게 하며, 줄을 설 때 앞 사람과의 간격이 서씨보다 30 센티 더 가깝다. 동씨는 서씨보다 한 시간 일찍 자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동씨는 서씨보다 섹스를 즐긴다는 것이다.

- 슈피겔 99.9.27 참고 narani(narani@berlin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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