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99/03/12  조회수 : 34  

■ "미흡한 구동독 청산" (쥐도 98.7.21)

- 금년 통독 9주년을 맞는 독일에서는 구동독체제의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임. 또한 당시 지배계층에 속했던 인사중 많은 인사가 통일후에도 상당한 지위를 누리는 반면, 체제의 희생자들은 오늘날에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주변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거 나치체제에 봉사했었던 많은 이들이 전후에도 상당한 사회적 혜택을 누린 반면 나치체제 희생자들은 오늘날까지 보상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연상케하는 것임.

- 연방정치교육센타는 최근 금세기 독일에 생겨났던 이 두 독재체제를 비교하는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정치학자들과 역사가들, 인권운동가, 교회인사,희생자 대표등이 참석한 이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나치체제의 만행을 구동독체제하에서의 불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나 두 체제가 모두 체제하의 모든사람들의 삶과 사고를 강제한 전체주의 체제였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음.

- 한편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들어 구동독체제 불법 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음. 예를 들어 연구자가 동독지역 대학에 대한조사를 시도하거나 교수들의 과거 슈타지(구동독 공안부) 경력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경우 조사대상자들의 법적 대응에 부딪히는등 불쾌한 대접을 받기가 일쑤임. 클라우스 슈뢰더 베를린대 교수는 "통일후 구동독 독제체재에 대한 청산작업이 상당히 이뤄졌으나 여전히 저항세력들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음.

- 한편 동독지역 주민들은 최근 들어 과거를 장미빛 향수에 젖어 회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과거 구동독 노선에 순응했던 교육종사자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음. 통일 후 교육분야 과거 청산작업은 서독의 학교체제를 동독지역에 이식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으며 슈타지와의 협력혐의가 있는 구동독교사중 75%가 현재도 교사직을 그대로 유지해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가치전수를 크게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 구동독체제 청산작업에 대한 저항은 또한 일부학자나 정치가 그룹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들은 통일 이전에 동독체제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내렸던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구동독체제의 유해성을 의도적으로 간과하려는 경우가 많음.

- 구동독체제 청산문제는 역사의 해석문제 뿐 아니라 각 정당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문제임. 일례로 슈톨페 브란덴부르크주지사는 많은 동독인권운동가들에게는 슈타지 협력자로 알려져 있으나 통일 후에도 정치실세를 형성해 과거청산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또 다른 슈타지 협력자로 알려진 기지 민사당(PDS: 구동독 공산당 후신) 당수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동독주민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시켜 동독주민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함. 이외에 슈타지의 서독지역 활동에 대한 조사와 평가도 관련 인사들의 자기보호라는 이기주의적 장벽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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