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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3)한스-게오르크 가다머를 만난 사람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모모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조회 5,873회 작성일 02-03-15 09:53

본문

◆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를 만난 사람들

금년 2월 11일에 철학자 가다머는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미국의 철학자 리차드 로티는 30년 처음으로 프린스턴에서 가다머를 만났다. 본지는 최근 출간된 레클람 문고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를 만난 사람들』에서 로티의 회상을 발췌하여 싣는다.

내가 처음 가다머를 만난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프린스턴과 워싱턴을 오가며 미국 가톨릭대에서 외래강사로 강의를 맡고 있었다. 강좌의 주제는 윌프리드 셀라스의 철학이었다. 셀라스는 미국 분석철학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난삽한 글쓰기로 인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나는 분석철학에서 경험주의를 추방하려면 셀라스의 작업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복잡한 셀라스의 글들을 이해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려 하였다. 내가 바란 것은 토마스주의 뿐아니라 경험주의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그 대신 셀라스의 자연주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의 의도는 깊이 공감을 받았지만, 과연 내 강의가 아주 명쾌하고 또 흥미있었는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청강생의 수는 점차 줄어 갔는데, 유독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점잖게 생긴 신사였는데, 언제나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은퇴한 경영인으로 자유시간을 뜻있게 써보려고 철학을 재미로 공부하려는 사람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람이 바로 "진리와 방법"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학기에 가다머도 가톨릭대의 외래교수였고, 미국 철학계의 동향을 보려고 다른 사람의 강의를 참관했던 것이다. 그는 그때 이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정년퇴임했고, 정기적으로 미국의 대학들에 출강하기 시작했었다.

나는 세계적인 철학자 중 한 사람이 무명의 젊은 외래강사의 강의를 청강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누구 앞에서 강의를 하는지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나중에 가다머와 더 알게 된 뒤에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천성적으로 선량한 성격과 몸에 밴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접하면, 저절로 초조함도 사라지고 그의 세계적 명망도 잊게 된다.

시간이 흘러 가다머를 플린스턴대와  그다음엔 버지니아대에로 강의 초빙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빼곡히 들어 찬 강의실에서 청중들을 매료시켰고, 강의 후에 학생들과 동석하여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는 친절을 보였다. 가다머는 백포도주를 줗아 한다. 당시 내가 준비했던 포도주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는 거푸 술잔을 비웠다. 학생들도 덩달아서 술잔을 비워 나갔다. 10시 반에 나는 포도주 상점이 문을 닫기전에 한 박스를 더 사두려고 급히 밖으로 나가야 했다. 밤 두시. 마지막 학생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가다머는 신나서 얘기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향연의 끝과 비교하는 건 좀 진부한 감이 있지만, 하지만 거의 그런 지경이었다.

지난 학기에 나는 스탠포드대에서 세미나 하나를 개설했다. 주제는 가다머의 저작과 그의 철학적 동지인 도날드 데이빗슨의 작업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데이빗슨은 셀라스의 이론만큼 독창적이고 또 영향력이 큰 사상을 전개한 유일한 미국 철학자이다.) 나는 가다머의 역사주의를 데이빗슨에 의해 대표되는 것과 동일한 철학적 흐름(유, Gattung)의 한 변증이라고 해석한다. 그것은 비재현주의적(nichtrepraesentational) 철학의 흐름이다. 이 철학은 주관-객관 모델(특히 주관을 통한 객관의 정확한 모사로서의 '탐구'라는 생각)을 제거함으로써 탐구를 '대화의 과정'(강조 역자)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내 해석에 따르면 가다머는 '방법'(이것은 어원적으로 이미 주-객 모델을 전제하고 있다)을 포기하고 대신에 대화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도록 내버려두라고 제안하고 있다. 데이빗슨도 마찬가지로 방법에 대한 철학적 반대자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사상가는 동일한 철학적 논적에 대항하여 공동으로 맞서고 있는 사람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이런 종합적인 파악에 따른다면, 분석철학 내에서의 경험주의의 종언과 셀라스와 데이빗슨이 옹호한 비재현주의적 언어해석은 하이데거의 소위 "형이상학" 비판과 맥이 상통한다. 두 사람의 시도는 결국 인간의 언어와 대화의 과정에 독립해서 있는 어떤 것(역자: '객관적인' 진리)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비판하려는 철학적 흐름에 속해 있다. 이런 시도에 대한 가다머의 인간주의적 해석에 따르면 대화 이외의 더 근원적인 어떤 것에 도달하려는 모든 시도뿐아니라 하이데거의 "존재"도 사라진다.

내 생각으로 셀라스, 데이빗슨, 가다머는, (있지도 않은:역자) 대화의 피안을 바라보려 애쓰고 거기서 대화의 근원이나 목적을 발견하라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오히려 우리는 대화를 우리의 가진 전부로서 그래서 어떠한 더 이상의 외적인 준거 틀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다머가 이런 종합적 해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다음에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할 때는 여기에 대해 물어 보려 한다(역주: 여전히 가다머가 정정하는 뜻?).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판단하건 데, 가다머는 내 해석에 대해 우호적이고, 개방적이며, 관대한 그리고 더 알고 싶어하는 태도를 취하리라. 과거의 모든 만남에서 언제나 새롭게 얻었던 인상은 가다머는 자신의 정신적 지평과 동료의 정신적 지평을 융합하는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철학자라는 사실이다!
* 가다머 선생님의 100세(우리 나이로 101세?) 생신을 축하합니다. 가다머 연구자들은 혹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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