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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고전과의 만남] 카프카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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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퍼옴이름으로 검색 조회 3,048회 작성일 02-03-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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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35
  
뉴스메이커  2001-03-22  0416호
[고전과의 만남] 카프카의 〈성〉
-20세기의 인간 조건 탐구서-

2차대전 뒤 카프카의 작품은 예언과 종교적인 측면에서 단테에 비유 되고, 철학적인 면은 실존주의로 해석되고, 기법상 비유의 차원은 특 이하고 완벽한 상징수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바람에 카프카는 20세 기 문학의 최고봉으로 떠올랐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심판〉 〈성〉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3부작이 꼽힌다. 그 가운데 〈성(城)〉은 카프카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단편소설로는 〈사형 선고〉 〈관찰〉 〈변신〉 등이 문제작으로 거론된다.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단테나 스위프트처럼 먼저 그의 생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 점에 있어선 셰익스피어나 괴테와 성격을 달리한다. 〈성〉의 경우 이 작품을 집필하던 시기를 정확히 알아야 해석이 가능하다.

카프카는 원래 ‘자신의 출신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해 독일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독일어를 사용하던 영리한 유대인이던 그는 〈성〉을 집필할 당시 체코에 머물렀다. 거기서도 게르만 민족주의가 팽배한 독일에서처럼 주변을 겉도는 고독한 존재였다. 게다가 가족은 물론 유대인과 유대교와도 교섭하지 못했다. 사실 카프카는 고독과 외로움에 둘러싸인 인생을 보냈다. 고독은 그의 생애 전체이자 제2의 운명으로 작용했고 직업마저 포기하도록 이끌었다. 직업은 그의 증오 대상이 된 인간세계에 계속 머물도록 계류시키는 유일한 끈이었다.

그는 가족과 동포와 고향을 벗어나려고 베를린으로 갔다. 혼자 평화 를 구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과 친근한 삶 이외의 모든 것을 멀 리 떨쳐버리는 백일몽과 절대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다. 평화롭게 자신 의 적멸을 꿈꾼 셈이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도 괴로움을 참을 수밖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 는 막다른 세계 속에서 계속 허위적대다가 결국 현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체코로 전지 요양을 떠나기 전까지 펼쳐진 카프카의 이같은 상황은 〈성〉의 내용으로 잘 드러난다.

어느 겨울의 흰 눈이 내리는 날 밤, K로 불리는 주인공이 한 마을에 도착한다. 측량사인 그는 성(城)과의 계약 때문에 멀리 고향을 떠나 홀로 이 마을에 왔다고 자기의 출현 이유를 밝히는 동시에 권리를 주장하지만 마을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냉대하고 말도 건네지 않는다. 고립상태에서 그는 부단히 성에 도달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좌절하고 만다.

그러던 중 성에서 파견됐다는 2명의 조수를 맞이하면서 자기 자신과 성과의 계약관계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 하지만 성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도저히 찾아지지 않고 성의 사자란 조수나 마을사람 모두 냉 정한 상태를 견지할 뿐이다. 설사가상으로 K는 애정관계에서도 실패 한 뒤 결국 이 마을에서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방인으로 남아 불안에 시달린다. 주인공 K는 임종할 때야 비로소 성에서 전갈 이 온다. 성에 대한 계약관계나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해주는 건 아니 지만 이제 마을에서 살고 일해도 좋다는 허락이다.

카프카 연구가들은 성을 신의 은총 내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원 한 지혜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때문에 성에 도달하려던 K의 노력은 곧 인간계(마을) 밖을, 절대세계를 구하려는 노력으로 간주되고 그의 편력은 ‘지옥계’ ‘연옥계’ ‘천국계’를 거친 단테의 그것에 비 교된다. 끝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숙명적인 좌절상태는 괴로움을 단지 참을 수밖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다른 세계에 놓인 인 간의 조건에 해당돼 단테의 〈신곡〉에서 고뇌하는 인간과 비교된다. 카프카 자신이자 〈성〉의 주인공이기도 한 K의 존재 상태는 카프카 가 약혼자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잘 요약돼 있다.

“…저는 저의 가족 속에서… 이방인처럼 아주 낯설게 살고 있습니 다… 저는 저의 아버지에게, 인사말 이외의 다른 말을 해본 적이 거 의 없습니다… 누이들과는… 절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카프카의 〈성〉은 단테의 〈신곡〉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탐구서다. 단테가 〈신곡〉에서 자신의 시대와 인간조건을 서술했다면, 카프카 는 〈성〉에서 20세기와 그 시대의 인간조건을 진술한 셈이다. 〈성〉은 곧 카프카의 〈신곡〉이다.

〈강근주기자 j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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