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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귄터 그라스 특집1 -'비평의 교황'과의 전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습이름으로 검색 조회 2,073회 작성일 02-03-09 13:04

본문

작성일 : 2000/03/09 조회수 : 86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 '비평의 교황' 간의 불화



독일의 '비평가의 교황(Kritikerpapst)'라고 불리는 마르셀 라이히-라니키(Marcel Reich-Ranicki)와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와의 악연은 계속되고 있다.



라이히-라니키는 독일 공영방송 ZDF의 '문학 4중주(Literarisches Quartett)'라는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그가 최근 내놓은 회고록 "나의 삶(Mein Leben)" 은 독일 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라이히-라니키는 그라스를 높이 평가, 93년부터 독일 비평가 중에서는 가장 정력적으로 그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 라이히-라니키는 그라스의 후기 작품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특히 95년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간된 그라스의 소설 "넓은 들(Ein weites Feld)"에 대해 무자비한 비판을 가했다. 라이히-라니키의 인터뷰가 실린 슈피겔지는 그가 그라스의 이 책을 들고 반으로 찢고 있는 합성 사진을 표지로 실었다.



grass-ranicki02.jpg이에 대해 그라스는 크게 분노했고, 이후 라니키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모두 절연하겠다고 밝혔다. 그라스는 "나 자신은 비평에 대해 익숙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지만, 내 책을 찢어 버리는 이 표지 사진은 살인적(totschlaegerhaft)인 것이며 이러한 행동은 이를 행한 사람들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격렬히 반응했다. 이후 두 사람 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었고, 이 합성 사진을 실은 슈피겔지와 그라스의 관계도 거북하게 되었다.



▶ 독일 통일을 둘러싼 귄터 그라스와 슈피겔의 갈등



슈피겔지는 문제의 표지 사진이 실리기 전에 귄터 그라스를 무려 3번씩이나 타이틀 기사로 다루면서 그의 얼굴을 표지 사진으로 실은 바 있다.(63년, 69년, 79년) 80년대까지 슈피겔과 그라스의 관계는 원만했다. 그라스의 "양철북"에는 주인공 오스카가 기차에서 슈피겔을 읽으면서 '저널리스트들의 폭넓은 지식'에 대해 감탄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 통일에 대한 이견 때문에 슈피겔과 그라스의 관계는 갈라서기 시작했다. 통일에 대해 그라스는 반대했지만 슈피겔지 발행인 루돌프 아욱슈타인(Rudolf Augstein)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라이히-라니키가 등장하는 문제의 사진이 슈피겔 표지에 등장한 것이다.



이제 그라스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 슈피겔지를 중심으로 해서 독일 문학의 두 거장을 화해시키려는 노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슈피겔지는 그라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주 잡지(99.10.4)에 라이히-라니키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 통일 독일을 경계하려는 한림원의 의도?



라이히-라니키는 이 인터뷰에서 슈피겔 기자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비평가 교황 간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자 "작가와 비평가가 꼭 개인적인 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라스가 화해 의사를 보일 경우 이를 거부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라이히-라니키는 "아우슈비츠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마틴 발저나 유고 분쟁에 대해 멍청한 소리를 하고 다니는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며 독일의 생존 작가 중에서 이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은 귄터 그라스 외에는 없다고 칭송했다.



독일 통일에 대한 그라스의 반대론에 대한 슈피겔 기자의 의도적 질문에 대해 라이히-라니키는 "이는 그라스의 바보같은 정치적 발언들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그는 정치가가 아니라 언어예술가로서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슈피겔지가 "스웨덴 한림원이 통일 독일이 베를린으로의 수도 이전을 완료한 바로 이 시점에 통일 회의론자에게 노벨상을 준 것은 독일이 다시 교만해져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문한데 대해서도 라이히-라니키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러한 정치적 해석은 대부분 추측에 불과하고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95년의 슈피겔 표지 사진에 대해서는 슈피겔지 기자가 "이는 본래 ZDF의 '문학 4중주'에서 합성한 사진인데, 슈피겔이 표지 사진으로 실자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다"고 밝혔다. 라이히-라니키도 "나는 그 두꺼운 책을 반으로 찢을 만한 팔힘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나는 이 사진 때문에 소동이 일어난 것은 유감이지만 인터뷰에서 그의 책에 대해 했던 비판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 같은 배를 탄 작가와 비평가



이 인터뷰가 나간 후 그라스는 주간 보헤(Woche)지와 인터뷰(10.7)에서 라이히-라닌키가 그들 사이의 "식탁보를 찢어 버렸다"면서 그는 슈피겔지가 문제의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저지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라스는 라이히-라닌키와의 화해를 거부하면서 그의 비평은 과대망상적 성격에서 나온다고 비난했다.



그라스의 비판에 대해 라이히-라닌키는 "내가 과대망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문학의 본성이고 과대망상이 없다면 나의 비평과 당신의 문학은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그라스가 분노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 사진 때문이 아니라 그라스의 소설 '쥐(Die Raettin), '무당개구리 울음 소리(Unkenrufe)', '넓은 들' 등에 대한 나의 신랄한 비평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라이히-라닌키는 "당신과 나는 서로의 우정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당신의 다음 책을 필요로 한다"면서 "문학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가 언젠가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10.9 기고문)



▶ 교황과 창조주의 대립



한국의 작가들은 이제는 작고한 김현 비평의 "황홀한 황금 그물"에 걸리기를 갈망했다고 한다. 훌륭한 비평가는 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을 일깨워 주고 작가에게 새로운 작품의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비평이 작품에 대해 우호적이건 적대적이건 간에, 비평(Kritik)은 작품에 대한 영원한 반역이다. 이는 '비판'이 본래 관찰과 사고의 주체로서 기능하는 작품을 '대상화'하기 때문이며, 또한 '비판'이라는 사유 범주가 가지는 본질적인 논쟁적 성격 때문이다.



작품은 출판과 더불어 작가로부터 독립된 공공 재산으로서의 성격을 얻게 되고, 작가는 더 이상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지위가 격하되는 반면, '직업적 독자'인 평론가는 작품에 대한 유권해석과 판결을 내릴 수 있는 1차적 권한을 가지게 된다. 라이히-라닌키가 '비평의 교황'이 아니라 비평 자체가 교황인 것이다. 여기에 작품의 창조주인 작가들의 심기가 불편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귄터 그라스와 마르셀 라이히-라닌키의 불화는 문학의 동업자인 작가와 비평가가 가지는 이러한 '적대적 모순'이 소란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이 논쟁이 그라스와 라이히-라닌키가 자신의 소설과 비평에 어떤 방식으로 생산적으로 반영될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독일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시습(sisp@berlin1004.de) ◀

 베를린천사 3호 9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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