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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를린국제영화제, 문화라는 예외를 배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스라니이름으로 검색 조회 6,600회 작성일 02-03-11 08:50

본문

베를린국제영화제, 문화라는 예외를 배우다



김태희 thcomm@hanmail.net




차별화, 위상 강화, 영화 진흥의 과제



제52회 베를리날레(베를린 국제영화제)가 6일 개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개막 연설을 통해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과시하고, 오랫만에 독일 영화(톰 티크베어 감독의 [해븐])가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등 독일 영화계의 커다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베를리날레는 최근 칸과 베니스 사이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차츰 밀려나는 듯한 인상을 보여왔다. 1951년 동서 냉전의 현장, 분단된 도시 베를린에서 영화를 통한 동서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된 이 영화제는 그간 정치적, 사회적, 이념적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서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동구권 영화들이나 제3세계 영화 및 미국 독립 영화 등을 소개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베를린 영화제는 냉전이 종식된 90년대에 들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지향점에 대한 회의를 계속해 왔다.



이제 지난 22년 간 '장기 집권'하며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지휘해 온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물러나고 새로 등장한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이 이끌게 된 베를린 영화제는 이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아 칸과 베니스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되물어야 하는 베를린 영화제는, 독일 영화 진흥에 대한 지원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프랑스, '문화라는 예외' 정책 성공



1920년대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독일 영화는 그 이후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이는 독일 영화가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칸 영화제는 93년 빔 벤더스 감독의 참가 이후 지난 8년 간 경쟁부문에 독일 영화를 단 한 편도 초대하지 않아 독일 영화인들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영화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대두되고 있다"면서 "독일의 문화장관과 총리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베를리날레는 프랑스 영화를 4편이나 경쟁 부문에 포진시키고 있다.



독일 영화 시장에서도 할리우드 영화는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일방적 우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해 나름대로 선전한 자국 영화들도 15%의 시장점유율만을 기록하고 있을 따름이다. 지난 해 독일에서 오랫만에 대히트를 기록했던 코미디 영화 [마니투의 신발]은 총 1,100만 명이 관람했지만, 프랑스의 [아멜리의 멋진 세계]와는 달리 독일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해 유럽영화상에서도 [아멜리의 멋진 세계]가 대상을 차지하는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과시한데 비해, [마니투의 신발]은 '시간 죽이기 코미디' 정도로 작품성이 평가절하된 것이다.



2001년이 한국 영화의 해였다면, 마찬가지로 프랑스 영화의 해이기도 했다. 지난 해 프랑스 영화는 국내 관객 8백만 명, 유럽 관객 1천4백만 명 동원을 기록한 [아멜리의 멋진 세계]의 대성공을 필두로 자국 영화가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이러한 성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해 온 독일 영화계는 그 성공의 비밀이 '문화라는 예외'에 있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00년 베를린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출품되어 스크린쿼터제 수호를 위한 한국 영화계의 사투를 보여주었던 영화 [노래로 태양을 쏘다]를 통해서는 아직 이러한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했던 독일의 영화인과 영화 정책 담당자들. 그들이 이제 프랑스와 한국 영화의 놀라운 성공에 눈이 부셔, 독일의 영화 진흥 방안이 근본적인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논쟁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문화장관 율리안 니다-뤼멜린은 최근 온라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를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루며 이에 대한 특별한 국가 지원을 정당화하는 '문화라는 예외' 원칙은 올바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독일도 영화 진흥 관련 법들을 개정하고 연방문화재단 등을 통해 영화 제작자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영화진흥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니다-뤼멜린 장관은 당분간 세계 영화시장이 할리우드 영화의 압도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적인, 혹은 패배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베를리날레의 꿈, 정치적 의도들



2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 열리는 52회 베를리날레는 으리으리한 '베를리날레 궁전 (Berlinale-Palast)'을 중심으로 베를린 곳곳에서 공식 경쟁 부문뿐 아니라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영 포럼, 회고전, 아동영화제, 마켓 부문 등에서 총 8백여 편의 영화를 보여준다. 금곰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부문에서는 23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여기에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도 포함되어 있다. (비경쟁 부문인 포럼에서는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박기영 감독의 [낙타]가 선보인다.)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꽃인 경쟁 부문에 독일 영화를 12년 만에 4편이나 초청(지난 해는 2편)하였다. 이로써 독일은 금년 베를리날레에서 프랑스와 함께 최다 출품 국가가 되었다. 또한 독일의 신진 감독을 소개하는 '독일 영화의 전망' 부문을 신설했으며, 촉망받는 젊은 독일 감독 톰 티크베르([롤라 런])의 작품 [해븐]을 이번 영화제의 얼굴로 삼았다.



베를리날레 호의 새 선장은 이 영화제가 지역 영화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일부의 '호들갑스러운 지적'에 대해 반증을 해보이려는 듯이 국제적인 스타들을 끌어 모으는데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카트린느 드뇌브, 클라우디아 카디날, 러셀 크로, 안젤리카 휴스톤, 이사벨 후페르, 빔 벤더스, 하비 카이텔, 패니 아르단트 등등, 붉은 융단을 밟고 '베를리날레 궁'으로 입궁할 스타들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 누가 말했던가. 베를린이 칸과 베니스에 밀리는 것은 날씨 밖에 없다고. 초겨울의 음울한 중부 유럽에서 열리는 베를리날레가 칸과 베니스에 밀려 조용히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 가는 비극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름 아닌 베를린 영화제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주체적으로 되돌아보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통해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하는 데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이번 영화제가 "냉전 붕괴 이후 가장 정치적인 베를리날레"라고 명명했다. 이는 이번 영화제에 독일의 극좌 테러리스트 안드레아스 바아더를 다룬 영화 [바아더], 1971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벌어진 평화 시위대에 대한 영국 군대의 발포 사건을 다룬 [블러디 선데이],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룬 한일 합작 영화 [KT], 지난 해 제노아 G8 정상회담의 세계화 반대 시위를 다룬 다큐 영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등의 정치적 영화가 줄줄이 상영되는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폐막작은 게다가,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이다.


-이 글은 컬티즌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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