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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하철 1호선 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일트이름으로 검색 조회 6,110회 작성일 02-04-29 20:57

본문

♣ 이름:하일트 (realheilt@hotmail.com)
♣ 2002/4/9(화) ♣ 조회:124

■ 지하철 1호선 보다  

Grips 극장에서 86년에 초연한 이 뮤지컬은 그 후 15년여의 기간 동안 이 극장의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하고 있다. 보통 한 달에 사나흘 정도 공연을 하곤 하는데 이걸 보려면 일찌감치 표를 예매해둬야 한다. 난 '15년째 하는 공연이면 이미 볼 인간은 다 봤겠지'했는데 아니었다. 배짱 좋게 공연 시간 딱 맞춰서 극장에 간 하일트는 표를 사는 건 고사하고 이미 표를 산 사람들끼리 더 좋은 자리 차지해보겠다고 훨씬 전부터 극장 로비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걸 보고 압도당해 그냥 집에 돌아오고 만 경험이 있다. 어쩌면...앞으로 15년이 더 지나도 이 공연은 예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Grips 극장은 지정좌석제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부지런히 서둘 필요가 있다. 어차피 소극장이니 뒷자리라고 배우가 콩알만해보인다든가 소리가 안들린다든가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기왕 같은 돈 내고 좋은 자리 차지하면 기분 좋잖은가. 공연장 분위기는 딱 한국 소극장들 같은데 무대 정면뿐 아니라 양 옆으로도 객석이 위치해있다. 그런 열린 구조를 보고 한국의 마당놀이판을 떠올렸다...고 김민기씨가 말했다는 걸 극단 학전 홈페이지에서 읽은 거 같기도 하다.

난 아직 한국판 지하철 1호선을 본 적이 없다. 그거...독일판보다 훨 비싸다. ㅜ.ㅜ(독일건 학생 8유로, 일반 14유로) 그래도 사랑 티켓이 적용되는 모양이라 다행이다. 좌우지간 그래서 원작을 먼저 보게 된 셈인데 그래도 보고나니 왜 김민기씨가 해마다 이 뮤지컬을 새롭게 손질해서 내놨는지 알 거 같다. 그리고 왜 독일어판은 수정이 불가능한지도.

200년도 더 넘은 레싱이나 몰리에르의 연극보다 이 작품이 어떤 면에서 더 낯설게 느껴졌던 건 묘한 일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설정 면에서 현대와는 안맞는 점이 있어도 '원래 옛날 얘기니까'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지만 15년 정도의 격차가 있을 경우 차이 하나 하나가 크게 눈에 띄게 된다. 예를 들면 이 뮤지컬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 중 아무도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였다. "내가 나중에 조니에 대해 조사한 걸 알려주러 갈테니까 Zoo역 Imbiss에서 기다리고 있어"같은 대사 들을때면 내 머리에 떠오르던 생각. '그래, 옛날엔 다 저러고 살았지. 그냥 핸펀 한 통화 때려서 알려주면 될 걸 갖고. 아님 문자 때리거나 ㅡ.ㅡ'(-> 라고 쓰긴 했지만 현재 필자는 핸펀이 없다. 밧데리 충전기 잃어버린 뒤 그냥 없이 버티는 중)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노숙자 지원용 신문파는 사람들도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당시 서베를린에는 그런 제도가 아직 없었나? -.-a

이 낯설음이 혼란함으로 바뀌었던 건 극중의 시간이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초연 당시의 1986년에 머물러있는지 아니면 공연 시점인 2002년에 맞추어져있는지. 등장 인물들은 마르크와 유로를 동시에 입에 담는다. 일단은 통일 후로 설정되어있는 듯하지만 '베를린/너는 지구상에서 하나뿐인 사방팔방 어디로 가든 동방(osten)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도시'같은 분단 당시의 냉전 냄새 물씬 풍기는 노래가사도 남아있다(여담이지만 이 베를린 노래 냉소적인 유머가 멋지다 ^^ '베를린/너는 지구상에서 하나뿐인/사방팔방 어디로 가든 동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도시/그래서 결코 해가 지지 않는 도시/해는 언제나 떠오를 뿐).
초판에서 지하철 내에서 쓰러져 자는 주인공 소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틀림없이 서독본토에서 왔겠지"라고 투덜거리던 빌머스도르프 과부들은 이제는 그녀를 보고 "틀림없이 폴란드에서 왔을거야"라고 말하지만 다른 장면들에서 등장 인물들은 주인공 소녀를 계속 Wessi tussi라고 지칭한다(다른 등장 인물들도 모두 서베를린 출신이므로 Wessi란 그녀가 구 서독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뚝 떨어진 외딴 섬 베를린이 아닌 서독 본토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거다).

그러나 한국판과 달리 독일판 지하철 1호선은 한 해 한 해 조금씩 고쳐나가는 게 불가능했다. 89년 베를린을 강타한 변화가 너무나 컸으므로. 만약 2002년의 베를린을 그리는 풍경화로 바꾸려면 개작 정도가 아닌 완전한 창작이 필요하다. 일단 지하철 1호선이라는 제목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하철 1호선의 노선은 80년대 서베를린의 중심지는 지나가지만 알렉산더 광장이나 운터 덴 린덴, 프리드리히 가 같은 동베를린의 명소들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2002년의 베를린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베를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장벽이 무너진 뒤 베를린을 새로운 집으로 택한 수많은 동유럽인들을 빠진다면 그 풍경화는 여전히 불완전할 것이다.

내가 이 뮤지컬을 보면서 느꼈던 낯설음의 또다른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내게 베를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니콜라이 교회의 금빛 꼭대기인데(그 근처에서 죽때린 시간이 하도 많아서...ㅡ.ㅡ 날씨 좋을때면 수업 땡땡이 치고 어슬렁거리던 데가 꼭 거기였걸랑) 이거, 동베를린에 있다. 울 학교도 동베를린에 있다. 울 집도 동베를린이다. 놀러온 후배나 어쩌다 만난 한국인 가이드 시켜줄 땐 "얘들아- 베를린은 뭐니뭐니해도 동베를린이란다. 서베를린은 그저 부록일 뿐이야. 볼 것도 없고 후졌어"라는 프로파간다를 펼치며 동베를린쪽만 끌고다녔다(사실은 볼 게 없는 게 아니라 우리 집에서 머니까 귀찮았다). 쿠담 가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놈 있음 신촌보다 살거 없다고 딱 잘랐다(살 거 없는 건 사실이다. 그곳은 결코 학생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만약 정말 이 뮤지컬이 15년 후에도 공연이 된다면 이런 낯설음이나 혼란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다. 3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은 어차피 대사 몇 줄 바꾼다고 가려지지 않을테고 그럼 더 이상 초연 당시의 설정들을 바꿀 필요없이 그대로 상연될테고 사람들은 더 이상 현재의 베를린이 아닌 1980년대의 베를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게 될 것이다. 몰리에르나 레싱처럼 이 작품도 고전이 되어버릴 것이다. 만약 내 예언이 빗나가 15년후에도 연출가가 악착같이 어떻게든 시대를 맞춰보겠다고 고집한다면...뭐 내 알 바 아니다. 누가 그 때 이 글 기억하고 내게 따지리. ^^

이런 거 말고 또 이 작품의 특징을 들자면 끝내주는 베를린 사투리를 꼽을 수 있다. ^^ 한 번 혀에 붙으면 차라리 혀를 물고 죽을지언정 결코 떨쳐낼 수 없다고 전해지는 바이에른 사투리만큼의 생명력과 카리스마는 아니다보니 요즘은 심한 베를린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가끔 멘자에서 감자 퍼주는 아주머니나 공사판 아저씨들의 대화 등에서는 몇 마디 얻어걸리기도 하지만.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질리도록 베를린 사투리를 들을 수 있어 나름대로 행복했다(이런 거에 즐거워하도록 버릇해야 언어사 같은 거 공부할 때 편하다. 물론 이런 공부 안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짜증내도 된다) 여담인데 유명 인사들 중 몇몇, 예를 들면 그레고어 기지 같은 경우 말할 때 들어보면 살짝 베를린 사투리가 섞여있다.

또 하나 쏠쏠한 재미는 배우들의 1인 다역을 감상하는 거였다. 지하철 안의 각종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뮤지컬이다보니 오죽 등장 인물이 많았겠는가. 따라서 한 배우가 대여섯 역, 그것도 결코 작지 않은 역을 맡게 되기 일쑤다. 극단에 속한 배우 수가 모자라다보니 나오는 고육지책이고 어른 역 하다 애가 되었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즐겁다. 목소리 톤 조금 바꾸고 말투 바꾸기만 하는 걸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존경스럽기도 하고.

Grips 극장은 이 뮤지컬의 주 무대인 Zoo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져있다. 1호선이 아니라 9호선 역이지만. 만약 주인공 소녀처럼 타지에서 베를린을 찾게 된 당신의 체류 기간이 우연히 이 작품의 공연과 맞아떨어진다면 한 번 극장을 찾아보시라. 단 먼저 예약하는 거 잊지말고.
설사 재미가 없었다 해도 최소한 한국 친지들에게 자랑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 그 지하철 1호선 원작봤어"하고.


뽀나: 할로, 동베를린 애호자 아주머니.  그나저나 브레멘엔 언제나 오실라우. 기다리다 목 빠지겠구만시리. 누가보면 브레멘이 뮌헨처럼 어디 독일바닦에 붙어있는줄 알겠네. 베를린에서 5시간이면 주말티켓으로 커버 가능한데...근데 요즘에도 수업빼먹구 햇빛쬐러 나다니시나??? 캬캬캬.   [04/11-01:44]
고민거리: 아니,,,,,본문도 너무나 감동스럽게 읽었는데,,,댓글은 더 재미있네요. 이런 댓글의 미학이! 근데 누가 수업빼먹고 일광욕하러 다닙니까? 웅...........아직 거북이가방은 무사한지 모르겠네요 ^^;; 근데 브레멘에서는 번개팅안합니까? 고람, 브레멘의 악사들이여 다 모이장!  [04/11-06:51]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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