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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극장 「베를린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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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이름으로 검색 02-03-10 12:32 조회5,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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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유럽연극기행]獨 극장 「베를린 앙상블」(동아 97.1)

현대연극의 메카를 꼽으라면 단연 옛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극장 「베를린 앙상블」일 수밖에 없다. 베를린 앙상블은 새로운 연극양식을 창조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모두 갖춘 극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브레히트에서 하이너 뮐러로 이어져 내려오는 극작가 겸 연출가의 일관된 작업, 브레히트의 삶과 작업 동반자였던 헬레나 바이겔에서 근래의 마틴 부트케에 이르기까지 연기력과 작업정신을 갖춘 연기자들,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우아하고 적절한 규모의 극장, 이 삼박자를 갖춘 베를린 앙상블은 2차대전 이후 세계 현대연극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사극이란 이름으로 이미 현대연극의 교과서가 된 브레히트의 업적은 이 극장에서 이루어졌고 브레히트 사후 그의 아내 헬레나 바이겔의 훌륭한 극장 운영 능력에 힘입어 1990년대 중반까지 피터 자테크, 하이너 뮐러 등 현대연극의 거장들이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명맥을 이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베를린 앙상블의 90년대 예술감독 하이너 뮐러가 96년 벽두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베를린 앙상블은 지금 극장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와 혼돈에 빠져 있다. 지금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로 이어져 내려오는 베를린 앙상블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마틴 부트케인 듯 보인다. 그는 배우겸 연출가로서 브레히트 작 하이너 뮐러 연출 「아르투로 우이의 상승과 몰락」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근래에는 하이너 뮐러의 「콰르테트」를 연출했다.


그러나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의 위용에 비추어 배우 출신 마틴 부트케의 존재는 아직까지 미미하게 느껴진다. 특히 하이너 뮐러는 죽기 전에 「독일 연극의 장난꾸러기」란 별명을 갖고 있는 민중극장의 40대 연출가 카스트로프에게 자신의 작품 「청부」의 연출을 맡기는 묘한 태도를 보였다.


카스트로프는 구동독 소극장 연극배우 출신으로서 공산치하에서는 스스로를 「동독의 희생자」라 청할 만큼 핍박을 받은 반골이다. 88년부터 베를린에서 연출 작업을 시작, 92년부터 베를린의 또 다른 연극 메카 민중극장의 상임 연출가로 일하고 있다.


베를린 앙상블과는 여러모로 경쟁적 관계에 있는 다른 극장 상임 연출가에게 베를린 앙상블 연출을 맡긴 하이너 뮐러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카스트로프는 94년 하이너 뮐러 작 「도살」을 민중극장에서 공연하면서 독일의 권위 있는 코트너상을 받았고 작가 의도를 제멋대로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완전히 뒤집어버린 이 작품을 하이너 뮐러는 역설적으로 인정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96년 베를린 앙상블 연출작 「청부」는 비평가들로부터 완전한 실패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마침 이 연극을 보게 되었는데 악평탓인지, 베를린 앙상블의 주가 하락 탓인지 7백석 정도의 극장에는 관객이 절반도 들지 않았다. 근처 도이치 극장이나 민중극장은 1천석이 넘는 객석이 꽉 차는 현상에 비추어 지금 베를린 앙상블은 바닥세를 헤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내가 본 카스트로프의 「청부」는 소신있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이런 연극이 왜 힐난받고 외면당해야 하는가. 나는 90년 4월 이 작품을 국내에서 연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작품과 연출의 의도를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결코 작가 하이너 뮐러의 의도를 배반하지 않았다. 하이너 뮐러가 직접 연출했던 15년 전의 작품과 달랐을 뿐이고 카스트로프 특유의 뒤집기가 독일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먹혀들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브레히트와 하이너 뮐러 맹신자들의 정신적 기득권을 위협받지 않으려는 치졸한 저의가 개입했을지도 모른다. 생전의 하이너 뮐러가 주목한 이 40대 연출가의 의도가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베를린 앙상블의 한계이고 위기일지도 모른다.


이 윤 택<연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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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charlo님의 댓글

charl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글쎄 겨우 연극 한편보고서 극장과 연출에 대해 평을 하다니... 겁없는 연출가...이윤택...아니면 무식하거나... 베를린 극단들을 잘 모르시는 군... 연극을 하면서도 연극을 모른다는게 한국연극인들의 한계가 아닐까...말장난이나 할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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