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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舊베를린 민중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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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이름으로 검색 02-03-10 12:31 조회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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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99/09/26  조회수 : 76

[이윤택의 유럽연극기행]舊베를린 민중극장(동아 97.1)

구 동베를린 지역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로자 룩셈부르크 역이 나온다. 유명한 여류 혁명사상가의 이름을 딴 지하철역 바로 옆에 민중극장이 우중충한 석조건물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극장외양부터도 이치극장과 구별되고 내부 또한 베를린앙상블의 고색 창연한 화려함이나 서독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샤우어뷔네(Schaub u hne)의 현대적 감각과 구별되는 이 극장은 레퍼토리 선정과 연출 방식에서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내가 처음 접한 민중극장 연극은 뷔히너의 「레옹세와 레나」였다. 기대와 달리 대극장이 아닌 민중극장내 소극장 연극이었고 공연 극단 또한 「주거지가 없는 사람들의 극단 생쥐 일곱마리」란 좀 우스꽝스럽고 긴 제목의 연극집단이어서 당황했다.


그러나 연극은 공연양식이나 주제면에서 분명했다. 불과 70여석의 고정 좌석 밖에 없는 스튜디오, 그나마 객석이 다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별스런 무대장치도 없었고 배우들은 슬럼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 복장 그대로 연기를 시작했다. 참 돈이 안 들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슈퍼마켓 짐차에 깃발을 꽂은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왕은 발가벗은 임금님 차림으로 등장하여 『생각하라! 생각하라!』를 관객에게 외쳐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레옹세는 집이 없는 뒷골목 양아치였고 레나 공주는 신데렐라 이미지와 거리가 먼 좀 뚱뚱하고 모자라는 여자로 나왔다. 이쯤되면 연극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짐작할 만하다. 급기야 무대 뒤에서 책과 슈퍼마켓의 빈 상자가 빈 무대로 날아 들고 연기자들은 관객들을 검문하기 시작했다. 개판으로 몰고 가는 연출자의 분명한 의도. 그건 뷔히너의 사회극적 특성을 오늘의 독일 현실로 완벽하게 재구성해 내었고 배우들은 아마추어적인 풋풋함으로 감동과 진실이란 연극의 양 측변을 아슬아슬하게 전달해 주고 있었다. 분명한 공연양식과 사회의식을 갖춘 소극장 연극 한편을 독일에서 본 셈이다.


민중극장 대극장의 연극 레퍼토리 중에서는 쉴러의 「군도」를 보았다. 쉴러 또한 이 작품을 써놓고 도망다닌 이력이 있는 대본을 민중극장의 상임 연출가 카스트로프는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가. 그의 90년도 작품이라고 해서 오히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한 마디로 엄청난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저분한 액자틀 무대에 나서는 배우들은 얼굴에 회칠을 하고 뛰어 다니고 조잡하기까지 한 조명이 제멋대로 날 뛰었다. 쉴러의 원작은 뼈대만 남고 카스트로프에 의해 철저하게 해체되고 재구성 되어졌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이 혼란스런 통독의 현실이 형과 아우의 갈등으로 비유되면서 무대는 생맥주 드럼통 밀가루 케첩 물세례 불지르기 관객희롱 팝송 붉은 조명이 어우러져서 대혼란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생쥐를 종이 봉지에 넣고 입으로 분 다음 손바닥으로 터뜨려 죽이고 피칠갑을 하고 나온 뚱뚱한 배우를 다른 배우들이 이로 뜯어 먹고 식칼로 썰어 먹고 나이프로 찍어 먹는 연기를 했다.


급기야 어린 여배우가 옷을 홀랑 벗고 남자들 성기를 붙잡으러 다니고 남자들은 도망다니며 동생은 밧줄에 목을 매달면서 세상을 저주했다. 독일 고전극의 구조가 일시에 무너지고 익살과 재치가 뒤범벅된 신랄한 야유가 펼쳐졌다.


동독지역에서 시작되는 포스트 모더니즘? 단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만 이름 붙일 수 없는 현실적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문제제기는 독일 민속극적 민중극이 지녔던 기층 민중의 익살과 골계미를 그대로 수용했고, 드라마 트루기로 연극활동을 시작했던 카스트로프의 절묘한 텍스트 해석력이 뒷받침되고 있었다.아울러 연기 마임 노래 춤 음향 효과 조명 소품 의상에 이르기까지 연극성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다.


슈피겔지는 이 40대 중반의 연출가 프랑크 카스트로프에게 「독일연극의 장난꾸러기」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의 장난은 도가 넘쳐서 지금 진지한 비평가들에게 몰매를 맞고 연극인 자체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혹자는 민중극장 연극을 「쓰레기 미학」이라고 혹평한다. 그러나 세계극예술협회(ITI) 독일본부의 젊은 연극인은 민중극장 연극을 살아 있는 정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민중극장 연극은 「밑바닥 연극」이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극장 샤우어뷔네야말로 지금 쓰레기연극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로버트 윌슨, 페터 슈타인 등 인텔리 연극을 선보였던 연출가들은 떠나고 레퍼토리에 대한 일관성도 방향도 없이 표류하면서 「마담 드 사드」같은 조잡한 왜색을 신기한 볼거리로 내세우면서 관객을 끌고 있는 형편이니까.


<글:이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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