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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브레히트 연극의 음악/음반들(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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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jumi이름으로 검색 02-03-10 12:29 조회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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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99/05/01 조회수 : 184

자료출처: http://kitel.co.kr/~pajumi/article/brechtmusic.htm

■  브레히트 연극의 음악/음반들

from 하이텔의 여러 동호회에 올렸던 글 (98.10)

브레히트와 그 동료 작곡가들의 음반을 최근 여러 장 구할 수 있게 되어서, 흔한 정보는 아닐 것 같기에 자세히 듣지도 않고 글을 먼저 올린다.


1. 브레히트와 음악

한 마디로, 아래의 음반들을 한번이라도 듣고 나게 되면 "지금까지 (책으로)읽고 (연극으로)관람한 브레히트 연극은 말짱 허당이었구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의 희곡을 읽어보면 곳곳에 웬놈의 시가 등장한다. 이건 뭐 어쩌라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노래로 부르는 것. 그것도 대충이 아니라 미리 치밀하게 작곡된 멜로디와 반주를 지켜 부르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서사극, 총체극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지만, 쉽게 말하자면 브레히트의 작품은 결국 '풍자 뮤지컬'이다([지하철 1호선]처럼). 뮤지컬이라면 연극 + 음악 + 무용인데, 브레히트의 작품들에선 특히 음악이 차지하는 영역이 대단하다는 것을, 음반으로 들어보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책은 그렇다 치고, '한국식' 브레히트 연극에는 배반감마저 느낀다. 대개 형편없는 수준인 번역문투는 그렇다 치고, 춤은 물론 음악은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생략되어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자연스럽게.

바꿔 말하면 브레히트 극의 음악들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얘기다. 아이슬러, 바일, 그리고 데사우가 달라붙어 만들어낸 극음악들은 참으로 독특한 매력들을 발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같이 극에 찰떡같이 달라붙어 있어서, 도저히 얘네들을 따돌리곤 극이 완성될 것 같지 않다. 뮤지컬 배우도 상당한 실력의 뮤지컬 배우가 아니면 소화하기 쉽지 않겠다.



2. 쿠르트 바일(KURT WEILL; 1900-1950) (1); (V.A.) - [LOST IN THE STARS: THE MUSIC OF KURT WEILL], 1985, A&M (라이선스: 1995, 폴리그램)

제대로 말하면 어디까지나 쿠르트 바일의 작품집이지 브레히트 작품집은 아니다. 수록된 20곡중 1/3 가량은 브레히트와의 공동작업이 아니다.

어쨌든 이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은 연주진이라 할 수 있다. 스팅, 마리안느 페이스풀, 반 다이크 팍스, 존 존, 루 리드, 칼라 블레이, 탐 웨이츠, 아론 네빌, 토드 런그린, 찰리 헤이든 등... 그야말로 락과 재즈의 거두들이 줄줄이 모여 낸 쿠르트 바일 트리뷰트 음반인 것이다.

쿠르트 바일은 아는 사람들에게나 '브레히트와 공동작업하고 공동으로 망명하고 공동으로 미국에서 고생한 작곡가'로 알려져있지, 외국의 명성에 비해 국내의 인지도는 대단히 낮다. 다만 그의 작품 가 루이 암스트롱이나 엘라 피츠제랄드 등 재즈 가수들의 노래로, 이 도어스의 데뷔 음반 버전으로 알려져있을 뿐이다.

이 음반은 그러나 바일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는 판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중음악인들이 순전히 자기 식대로 해석한 바일이다. 따라서 곡마다 대단한 개성들을 간직하고 있다. 수록곡들은 바일의 이런저런 뮤지컬 작품들에서 다양하게 선별되었다. (그는 브레히트와의 공동작업뿐 아니라 미국 망명시절 브로드웨이에서 '먹고살기 위해' 뮤지컬 작품을 여럿 작곡했다. 그중 [LOST IN THE STARS], [STREET SCENE] 등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에서도 고전에 속한다.)

스팅이 부르는 는 그중 밋밋한 축에 속한다.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와는 절대로 연결되지 않는 목소리로 부르는 , 제물을 만난 듯한 탐 웨이츠의 , 프리 재즈계의 극단주의자 존 존이 홀랑 해체해버린 등이 깊이 남는다. 바일을 이해하는 음반이 아니라 바일이 어떻게 변주될 수 있는가, 그중 누가누가 잘했나를 듣는 음반이다.

그중 가장 특기할 만한 사실은 아마도 이 음반이 라이선스로 나왔다는(그것도 중가반으로) 사실 자체...갈라진 반도의 남단에도 기적은 일어난다.



3. 쿠르트 바일 (2); LOTTE LENYA & MARLENE DIETRICH 외, [DIE DREIGROSCHENOPER (서푼짜리 오페라): BERLIN 1930], 1929-31 녹음, 1990 편집/발매, TELDEC

역시 제대로 말하면 쿠르트 바일의 작품집(24곡중 19곡이 브레히트와의 공동작업)이라는 점만 빼면, 위의 음반과는 많은 점에서 다른 음반이다. 한 마디로 이 음반은 '오리지널'이다.

첫째, 이 음반(물론 컴필레이션이다)의 수록곡들은 1930년을 전후해 베를린에서 녹음된 것이다. 바일과 브레히트가 직접 간여한 녹음이라는 얘기다. 둘째, 당연한 얘기겠지만, 원래대로 독어로 녹음되었다. (그래서 가 아니라 다.) 셋째, 연주진도 바일이 직접 기용한 인물들이다. 모든 점에서 오리지널 그대로의 쿠르트 바일을 들을 수 있는 음반인 것이다.

13곡은 <서푼짜리 오페라>, 2곡은 <마하고니 시(市)의 흥망성쇠>, 4곡은 불어 번역판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가져왔고 나머지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로테 레냐는 바일/브레히트의 곡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고, 마를리네 디트리히는 유감스럽게도 바일/브레히트가 아닌 다른 2곡에서만 노래했다. (디트리히라는 이름에 속아 사지는 마시길.)

그런데 로테 레냐가 누구냐고? 바일/브레히트극 전문 배우 겸 가수...이자 바일의 마누라. 이것만으로도 이 음반의 오리지널리티는 충분하지 않을까? 앞 음반과 아주 대조적으로, 정통 취미 있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운 음반이요 아닌 분들에게는 구닥다리이겠다. (음질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AM 라디오 수준이다.) , (이 곡은 원작 자체가 영어로 돼있다) 등이 참으로 고색창연하게 흘러나온다.

* 요즘 쿠르트 바일은 자기 자신때문이 아니라 우테 렘퍼라는 여가수 탓에 국내에서 조금씩 유명해지고 있다. 그것도 대중음악 수용자층이 아니라 클래식 수용자층에게. (정작 우테 렘퍼는 클래식 가수가 아니다. 물론 바일도 클래식 작곡가가 아니다. 클래식부터 공부했고 클래식 계열 작품을 적지 않게 쓰기는 했지만, 그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풍자 뮤지컬일 것이다.

하여간, 우테 렘퍼가 바일의 곡들을 선별해 부른 [UTE LEMPER SINGS KURT WEILL]은 두 장짜리 시리즈로 나와있고, 그녀가 주연한 [서푼짜리 오페라]나 [일곱 가지 죄악/마하고니]는 작금의 대표적인 바일 녹음으로 인정되고 있다.



4.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 1989-1962) (1); [HISTORIC RECORDINGS], 1931-33 녹음, 1996 편집/발매, BERLIN CLASSICS

BERLIN CLASSICS는 베를린에 있는 레이블이란 것밖에 모른다. 하나 더 아는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10장 가량 되는 한스 아이슬러 에디션을 90년대 후반에 줄줄이 내놓았다는 것.

여하간, 몇몇 아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아이슬러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는 이 음반을 통해 많이 누그러들 수 있을 것 같다. 브레히트 작시의 행진곡풍 투쟁가, 독일 노동가요의 핵심인물... 등의 이미지만 수입된 바람에 이런 다채로운 뮤지컬 풍 곡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현대음악의 태두 쇤베르크의 애제자였다는 사실, 현지에선 꽤 인정받는 많은 클래식 작품들을 썼다는 사실 역시도.)

그러나 정작 아이슬러는 브레히트와 함께 여러 극음악을 작업했다. 고르끼 원작/브레히트 각색의 [어머니]를 비롯,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 [갈릴레이의 생애], 영화 [KUHLE WAMPE] 등에 그의 음악이 삽입되었으며, 그밖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썼다. (가곡들, 합창곡들, 칸타타 <반전(反戰)>, <레닌 레퀴엠>, 동독 국가 등등.)

위에서 소개한 음반처럼 이 음반도 '순 진짜 오리지널'이다. 아이슬러가 아예 지휘봉을 든 녹음이 포함되어있을 정도니까. 31-33년 사이에 베를린에서 녹음되었고, 아이슬러가 총애했다는 에른스트 부쉬가 주로 독창을 맡고 있다.(독창과 합창이 긴밀하게 결합돼있는 곡이 대다수다.) 연주는 거의 녹음을 위해 구성한 소규모 오케스트라 반주.

[어머니]가 이 음반의 중심에 있다. 총 25곡, 63분중에서 13곡, 29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일의 음악과 언뜻 비슷하면서도--그럴 밖에, 동시대 동성향의 동장르에 동텍스트니까--보다 정연하고 조금 더 클래식 작법에 가까우며 웅장한 느낌이 나는 아이슬러를 느낄 수 있다. (이걸 듣고서야 몇 년전 문예회관에서 본 [어머니]의 노래들이 멋대로 개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특성은 다른 곡들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여러 사람들의 시에서 가져온 7곡의 '리트와 발라드'(요게 아이슬러 직접 지휘; 그런데 우리가 아는 그 리트가 전혀 아니고 뮤지컬 곡에 가깝다. 그냥 '노래'라는 원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브레히트 작시 <4곡의 자장가>, 들. 부쉬 외에 케이트 퀼이라는 여가수가 함께 하고 있고, 음질은 믿기 어려울 만큼 좋다. (내가 들어본 유성기 시대 녹음중 제일 음질이 좋았다.)



5. 한스 아이슬러 (2) / 폴 데사우(PAUL DESSAU; 1894-1979); GISELA MAY, [BRECHT SONGS], 1966-75 녹음, 1994 편집/발매, BERLIN CLASSICS

지금까지의 음반중 가장 '멀쩡한' 축에 속할 음반. 세계적인 브레히트/아이슬러 전문 배우라는--우리만 모르나보다--기젤라 마이의 70회 생일을 기념해 그녀의 대표적인 브레히트 녹음들을 모아낸 음반이라고 한다. 66-75년 녹음이니 음질이야 훌륭하다.

해설지를 보니 그녀는 브레히트가 창단했던 극단인 베를린 앙상블에서 무려 30년을 일했고, 아이슬러가 발굴해내 유명해진 대표적인 브레히트 전문 여가수/배우라고 한다. 그러니 이 음반도 또하나의 '오리지널'일 수 있겠다.

사실은 그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 음반을 사면서 좀 불안했었다. 나는 성악가들이 제멋대로 부르는 뮤지컬 계열 곡들을 아주 듣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성악가들은 가곡이나 부르고 오페라나 하고, 가끔가다 다른 장르를 잠깐 넘볼 수나 있는 것이지 뮤지컬이나 대중음악을 함부로 불러 조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성악 발성이 무작정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는 망상때문인 듯하지만. (그래서 성악가들이 부른 바일, 아이슬러 음반은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해설지에 이어 음악 자체도 이런 걱정을 말끔히 덜어주었다. 정말 내가 기대했던 것 같은, 그리고 앞의 음반들처럼 제대로 된 뮤지컬 창법으로 이 음반은 녹음되어있다. 각각의 곡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가 곁들여져서.

아이슬러 것으로는 [둥근 머리와 뾰족 머리]에서 3곡, [KUHLE WAMPE]에서 1곡, [2차 대전의 SCHWEYK(해석 불능)]에서 6곡 등이 실렸고, 바일, 아이슬러와 함께 또한명의 브레히트 극음악 전문가인 폴 데사우의 것으로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에서 4곡, [사천의 착한 사람]에서 1곡,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에서 2곡, [코카서스의 분필 동그라미]에서 3곡, 그 외 짧은 곡들이 여럿 실려있다. (66분짜리 CD에 무려 29곡 수록! 누가 펑크를 짧다 했는가!)

다른 음반들과 달리 한 명의 가수가 내리 부르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지겨운 감도 있지만, 그녀의 위치도 위치려니와 음질로 봐서도, 또 데사우라는 더욱 더 숨겨진 작곡가를 접하기 위해서도 이 음반은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기젤라 마이의 음반은 물론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더 있다.)



6.

예전같았으면 거의 들을 수가 없었을 음악이다. 제도권에서는 제도권대로 '빨갱이 음악'이라 해서 못 들었을 테고, 운동권에서는 운동권대로 '웬놈의 뮤지컬?'이라 해서 못 들었을, 해외에서도 불쌍한 음악인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욕심이 생기게 된다. 이런 음반들을 좀더 손쉽게 음반점에서 구할 수는 없을까, 이런 음악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듣게 될 수는 없을까(내용이야 어쨌든 뮤지컬이란 충분히 흥행할 수도 있는 장르 아닌가, 곡도 하나같이 재미있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이 음악들이 제대로 들어간 '제대로 버전' 브레히트 연극을 이곳에서 볼 수는 없을까...

글쎄, 내 귀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스토리같은데... 누구 힘있는 사람이 이 정보 좀 써먹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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