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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베케트 연구(1)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5,389회 작성일 09-04-01 11:18

본문

글쟁이의 목표

30대 초반의 베케트가 이런 말을 던졌다:
"Ein Loch nach dem andern in ihr(die Sprache) zu bohren, bis das Dahinterkauernde, sei es etwas oder nichts, durchzusickern anfaengt - ich kann mir fur den heutigen Schriftsteller kein hoeheres Ziel vorstellen."
언어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새어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글쟁이들이 세워야 할 최고의 목표라 한다. 그게, 그 웅크리고 있는 게 그럼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다. 단지 그게 무엇이든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든이라는 단서만 붙일 따름이다. 상관없다는 소리다. 결국 초점은 언어에 구멍을 뚫는 일이다. 일단 뚫어라 그래야 그 속이 보일 것이고 또 그래야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일 게 아닌가라는 어찌 보면 무작정 다그치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게 무엇인가 딱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무지 소중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라는 말로 이해한다. 이런 느낌만으로도 최소한 그 구멍 뚫는 일이 삶에 복된 일이라는 꼬심에 빠져드니 말이다. 그런데 언어에 어떻게 구멍을 뚫는가? 이게 대체 뭔 소리냐?

다시 한번 베케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언어 속에 있는 무엇이 곱게 놓여져 있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밖으로 튀쳐나가고자 하는데 언어라는 장막에 싸여 꼼짝 못하는 모습으로 그린다. 그래 구멍만 뚫으면 절로 흘러 나오리라는 말을 덧붙인다. 언어로써 그 소중한 것을 밝힘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가 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등장하는 게다. 치워버려야 할 그런 것이다. 보고 싶은 걸 언어가 가리고 있다. 그것도 얼마나 질기게 가리고 있으면 거기에 우리가 일부러 구멍을 뚫어야 한다고 하겠는가. 덧붙여 그냥 창호지 마냥 손가락에 침 뭍혀 뚫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멘트벽에 보쉬기계로 구멍을 뚫듯 그리 뚫어야 한다고 베케트는 외친다. 언어라는 놈 이리 징한 놈이다.
베케트는 위에 인용한 말을 하기 바로 전에 자기에게는 써오던 영어로 글을 쓰기가 더 어려워졌고 의미가 없어졌다는 고백을 한다. 또한 실제 그에게 자기가 쓰는 언어가 장막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이니 이를 걷어치워야 그 뒤에 있는 것을 겪을 수 있으리라 말하며 문법과 문체를 버리자 한다. 일상의 언어를 걷잡을 수 없는 장애요소로 보는 게다. 그래 이 장벽을 깨부수어야 하는데, 그럼 그것도 언어냐? 글을 써서 먹고사는 글쟁이가 - 돈 번다기 보다는 숨을 쉰다는 소리다 - 글을 부숴버리면 뭐 먹고 사는가?

그렇다고 한물에 싹 걷어치운다고 그는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 둘씩 구멍을 뚫는다 얘기한다. 폭파해서 펑 터뜨리는 게 아니라 여기 저기 조심스레 구멍을 뚫어 그 속에 쌓여있던 게 흘러나오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문법을 무시하고 문체를 무시하며 말이다. 근데 문체 무시야 그런대로 넘어갈만 하다만 문법을 무시한 글도 글이냐?

그는 위 인용글이 들어 있는 독일어편지를 끄적거린 얼추 십년쯤 뒤에 이러한 무시를 체화한 작품을 세상에 내 놓았다 - '이름지을 수 없는 자'. 그의 대표작이다.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 대신 불어로 쓴 소설이다. 이로써 영어에 스며들어 있음직한 손가락에 배어 있는 옛문체를 버릴 수 있었다 보이나, 문법을 무시함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언어에 스며들어 있는 일상의 규칙성을 부수어버린다는 뜻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싶다. 베케트의 철학선생이었던 쇼펜하우어는 이와 관련 세 가지를 앞에 내세우는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율이 그것이다. 이를 부순다 하면 앞뒤 시간이 맞지 않고 위 아래 공간이 헝크러져 있으며 인과율이라는 법칙성에 금이 가 있는 상태를 그리는 모습을 말한다. 쇼펜하우어가 '마야의  장막'이라 부른 이 베일을 베케트는 그의 소설에서 무자비하게 찢고 있다. 문제는 허나 그 다음이다. 찢으니 그 속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언어를 통해 모든 걸 나타낼 수 있다고 여겼던 조이스는 동서양 고금을 넘나들며 이런 저런 언어들을 마구 동원시켜가며 자신의 언어에 대한 신뢰를 뽐낸다. 반면 베케트는 자기 고국 에이레의 선배와는 달리, 아니 그 반대로 언어를  자기탐구의 방해요소로 여기며 이를 까부수는 모습으로 고개 숙인다. 언어예술가로서 무지 어려운 입지를 말하고 있는 게다. 그래 '그 누구 보다도 실패를 멋지게 해내는 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띄고 사는 자'가 바로 언어예술가라고 가르친다. 제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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